코스피 10% 폭락에 서킷브레이커…SK하이닉스, 종가 기준 시총 1위 수성

증권·자본시장 / 위아람 기자 / 2026-06-23 18:16:31
외국인·기관 7조원대 매도…코스피 8203.84 마감
장중 삼성전자에 밀렸지만 종가 기준 시총은 SK하이닉스가 앞서
오는 30일부터 모든 상장사 자사주 공시…해외 비상장 투자 사기 경보
▲코스피가 10% 가까이 급락했다[연합뉴스]

 

코스피가 23일 하루 만에 10% 가까이 폭락하면서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거래를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이 집중되면서 최근 가파르게 상승했던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받았다.


모든 상장회사로 자기주식 공시 의무가 확대되고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를 내세운 불법 자금 모집도 적발되는 등 증권업계의 위험관리와 투자자 보호 문제도 동시에 부각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910.71포인트(9.99%) 내린 8203.84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약보합으로 출발한 뒤 장중 상승 전환하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낙폭이 빠르게 확대됐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 금액은 합계 7조원을 넘어섰다. 개인투자자들이 대규모 순매수로 매물을 받아냈지만 대형 반도체주와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집중된 매도 물량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피가 전일 종가보다 8% 이상 하락한 상태를 1분간 유지하자 한국거래소는 오후 2시33분44초 유가증권시장에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과 관련 파생상품의 매매가 20분 동안 중단됐다.

거래 재개 이후에도 투자심리는 회복되지 않았다. 코스피는 장 막판까지 낙폭을 줄이지 못했고 코스닥도 7.94% 떨어진 891.52로 마감했다. 양 시장에서는 서킷브레이커에 앞서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단기간에 급등한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출회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수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 변동이 커지면서 상장지수펀드와 파생상품, 신용거래 투자자의 손실도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날 12% 안팎 급락했다. SK하이닉스는 장중 삼성전자에 밀려 시가총액 2위로 내려갔지만 종가 기준으로는 1위를 지켰다.

SK하이닉스의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1836조원, 삼성전자는 약 1812조원으로 추산된다. 장중 시가총액 순위가 여러 차례 뒤바뀌었지만 최종 종가 기준으로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약 24조원 앞섰다.

전날 삼성전자를 제치고 25년7개월 만에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오른 SK하이닉스가 급락장에서도 대장주 자리를 유지한 것이다. 다만 두 종목의 시가총액 격차가 크지 않아 주가 등락에 따라 1위 자리가 다시 바뀔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시장에서는 시가총액 상위 두 종목의 하루 변동만으로 코스피가 10% 가까이 움직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주에 대한 지수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특정 업종에 외국인 매도가 집중될 경우 시장 전체의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상장회사의 자기주식 관련 공시 의무를 모든 상장회사로 확대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도 의결했다. 개정안은 오는 30일부터 시행된다.

기존에는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자기주식을 보유한 상장사만 보유 현황과 처리 계획을 공시했다. 앞으로는 자기주식 보유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상장회사가 자사주 보유 현황과 처분·소각 계획, 실제 이행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자기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시장 매도도 제한된다. 상장사가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나 우호지분 확보, 단기적인 주가 부양 수단으로 활용하는 관행을 차단하고 소각과 주주환원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증권사 기업금융 부서는 상장사의 자기주식 취득과 처분, 교환사채 발행을 자문하는 과정에서 공시 내용과 거래 구조의 적법성을 더욱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처리 계획과 실제 이행 결과가 다를 경우 상장사의 공시 책임도 한층 무거워진다.

금융감독원은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와 기관 명의 공모주 청약 대행을 내세운 투자금 편취에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일부 투자자문사와 자산운용사는 해외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면 원금의 3∼5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거나 기관 명의로 공모주를 대량 배정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며 투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소액의 수익금을 지급해 투자자의 신뢰를 얻은 뒤 허위 공모주 배정표를 제시하고 추가 투자를 유도하는 수법도 사용됐다. 이후 투자원금과 수익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연락을 끊은 사례가 확인됐다.

금감원은 투자자문사가 고객 자금을 직접 받아 보관하거나 운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일임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자금은 투자자 본인 명의 계좌에서 운용돼야 한다. 회사나 임직원 명의의 계좌로 투자금을 보내라고 요구할 경우 무인가 영업이나 자금 편취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이날 코스피 폭락과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최근 증시 상승 과정에서 누적된 대형주 쏠림과 신용거래 위험을 동시에 드러냈다. 증권사들은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수익 확대와 별개로 신용융자와 반대매매, 전산시스템 부하를 점검해야 한다.

자사주 공시 규제가 강화되고 불법 비상장 투자를 겨냥한 당국의 검사도 예고된 만큼 상장사와 금융투자회사의 공시 투명성, 고객자금 관리, 투자자 보호 역량이 향후 시장 신뢰를 좌우할 전망이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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