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럽향 석유제품 수출 확대 속 실제 공급량·가격 변화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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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산 석유제품 운송에 활용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 유조선. 미국이 러시아산 경유 공급을 둘러싼 일부 제재 완화를 추진하면서 국제 경유 공급망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
러시아산 경유가 국제시장에 다시 공급되면서 SK에너지와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사의 수출 수익성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미국의 제재 유예에도 유럽연합(EU)의 수입금지는 유지되고 있어 러시아산 경유가 어느 시장으로 향하느냐가 관건이다.
19일 로이터통신(Reuters)과 미국 백악관 발표를 종합하면 미국 정부는 러시아 관련 추가 제재 적용을 유예한 데 이어 향후 60일간 경제적 파급효과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경유 공급 물량은 튀르키예 등으로도 향할 전망이다.
튀르키예의 알파르슬란 바이락타르(Alparslan Bayraktar) 에너지장관은 18일 현지 방송 카날7(Kanal 7) 인터뷰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경유 공급 합의에 따라 튀르키예도 일부 물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협의를 통해 경유 일부를 튀르키예로 들여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도입 물량과 가격, 공급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초기 물량으로 30만톤 이상의 경유를 미국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인도량과 튀르키예에 배정될 물량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조치에서 주목할 부분은 러시아산 경유의 공급 재개가 곧바로 유럽시장 복귀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EU는 2023년 2월부터 러시아산 석유제품의 해상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 16일 그레이엄법(Graham Act)에 따른 추가 제재와 관세 적용을 면제했지만 EU의 기존 수입금지 조치는 그대로 유지된다. 미국의 기존 대러시아 제재도 이번 행정명령으로 일괄 해제된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산 경유가 튀르키예 등 제3국으로 향하면 해당 지역의 수입 수요와 기존 공급선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다른 공급국의 물량이 새로운 판매처를 찾는 과정에서 유럽과 아시아의 경유 가격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공급망 변화는 국내 정유사에도 중요한 변수다.
SK에너지(대표 김종화)와 GS칼텍스(대표 허세홍)를 비롯한 국내 정유업계는 중동 정유시설 피해와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 제한으로 국제 정제마진이 높아진 가운데 해외 판매를 확대해 왔다.
S&P글로벌 에너지(S&P Global Energy)가 한국석유공사 통계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한국의 유럽향 석유제품 수출량은 573만배럴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경유뿐 아니라 휘발유와 항공유도 포함된다.
국내 정유사의 유럽 수출 확대는 중동발 공급 차질과 높은 제품 가격에 힘입은 측면이 있다. 러시아산 경유가 국제시장에 추가 유입되면 일부 수입국의 공급 부족이 완화될 수 있지만 실제 영향은 공급 규모와 제품 가격, 운송비용에 따라 달라진다.
더욱이 러시아 정유시설은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수출 재개 합의가 실제 공급능력 회복으로 이어질지도 불확실하다. 러시아산 물량이 일부 시장에 추가 공급되더라도 글로벌 경유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미국의 제재 유예 역시 영구적인 조치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마코 루비오(Marco Rubio)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보도된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와 관세의 경제적 영향을 최대 60일 동안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백악관 행정명령에는 60일 후 유예가 자동 종료된다는 규정이 없다.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이 후속 조치를 결정할 때까지 면제가 유지되는 구조다.
국내 정유업계로서는 러시아산 경유의 실제 수출 재개 규모와 아시아·유럽 간 가격 차이를 함께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유가 하락이 곧바로 정제마진 하락을 의미하지 않는 만큼 원유 조달비와 경유 판매가격의 변화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내 정유사들은 정부의 석유제품 수출물량 제한도 적용받고 있어 해외 수요가 늘더라도 판매량을 자유롭게 확대하기 어렵다. 결국 공급 부족기에 확보한 높은 판매가격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가 실적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러시아산 경유의 복귀가 한국 정유사의 수출 기회를 직접 줄였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다만 이번 합의로 국제 경유 공급망의 재편 가능성이 커진 만큼 실제 선적 물량과 지역별 정제마진 변화가 국내 정유 4사의 향후 수익성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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