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조 단위 M&A 가시권…글로벌 확장 본격화”

기업분석 / 최영준 / 2025-04-28 15:58:37
장 의장, “국내 업체 중 파이프라인 확장 가장 적극적…게임 산업 클러스터도 조성”
▲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사진=크래프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크래프톤이 조 단위 인수·합병(M&A)을 가시화하며 글로벌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국내 게임업체 중 저희만큼 파이프라인 확장에 적극적인 곳은 없다고 자부한다”며 “1000억∼2000억원 규모부터 조 단위 M&A까지 검토하고 있는데, 일부 가시권에 들어왔습다”고 밝혔다.

국내 1세대 벤처 창업가로 꼽히는 장 의장은 2007년 크래프톤의 모태인 블루홀스튜디오를 설립한 이후, 회사의 사업 전략과 투자, 장기 비전을 총괄해왔다. 크래프톤은 2017년 ‘PUBG: 배틀그라운드’ 흥행을 계기로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게임 기업으로 성장했다.

2021년 코스피에 입성한 크래프톤은 올해 4월 기준 시가총액 17조9000억원으로 국내 상장 게임사 중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2조7098억원, 영업이익 1조1825억원, 순이익 1조3026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장 의장은 “작년은 배틀그라운드라는 글로벌 메가 IP의 의미와 가치, 영향력을 재발견한 한 해였다”며 “게임을 하나의 '서비스'로 보고 진정성 있게 운영한다면 20년, 30년도 갈 수 있단 믿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올 초 김창한 대표가 5년 내 매출 7조원, 기업가치 2배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데 대해 장 의장은 “게임이 흥행 사업인 만큼 예측은 어렵지만, 우리의 자신감은 그 수치보다도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크래프톤은 장기 성장을 위해 게임 IP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장 의장은 “지난해 IP 투자·협력 논의를 진행한 게임 스튜디오가 400곳이 넘는다”며 “배틀그라운드만큼 글로벌 메가 IP가 하나 더 나오거나, 그만큼은 아니어도 경쟁력 있는 IP가 2∼3개는 포트폴리오에 추가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장에 출시되는 게임들만 놓고 봐도 10개를 내면 7∼8개는 실패하고 히트작은 하나 나올까 말까”며 “결국에는 최대한 많은 게임을 타석까지 올려야 한다는 것이고, 이런 방향성을 크래프톤은 3년 전부터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M&A는 이 같은 포트폴리오 전략을 뒷받침할 핵심 수단이다. 장 의장은 “코어 비즈니스(게임)와 이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다각화 영역 두 가지 차원에서 각각 추진하고 있고 몇몇 곳은 일부 가시권에 들어왔다”며 “국내 시장만 바라보는 사업은 M&A 검토 대상이 아니다. 2개국 이상에서 성공적이거나, 한국이 아닌 지역에서 잘 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자산 가치가 하락한 가운데, 장 의장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자산 가격이 내려간 편인데, 우리처럼 현금이 많은 기업에게는 오히려 기회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비게임 분야로도 투자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숏폼 영상 플랫폼 ‘비글루’를 운영하는 스푼랩스에 1200억원을 투자한 것과 관련해 장 의장은 “우리 업은 IP를 갖고 있어야 제대로 이익을 낼 수 있다. 새로운 IP를 확보하는 한편 우리 IP를 다른 미디어로 확장·변주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크래프톤은 2021년부터 인도 유망 스타트업에 약 2억달러(약 2900억원)를 투자하고, 최근에는 ‘노틸러스 모바일’ 투자로 경영권을 확보했다. 장 의장은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이 지금은 다소 소강기지만 5개년간 매년 6∼7%씩 성장 중”이라며 “향후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여가 시간이 늘어나고, 그러면 게임에 쓰는 시간과 비용도 더 늘 거란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기업들은 뭐든 빨리 성패가 나는 걸 중시하는데, 인도는 최소 3∼5년은 바라보며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크래프톤은 최근 AI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장 의장은 “최근 출시한 인조이(inZOI)에 적용한 AI 기술에 고객들이 좋은 반응을 해 줬는데, 신기술을 효율적으로 고도화, 상업화하는 조직적 역량이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며 “최근 발표한 엔비디아와의 협업 논의도 그런 맥락에서 오래전부터 진행돼왔다고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2027~2028년을 목표로 성수동 일대에 본사 및 스튜디오 이전을 추진 중이다. 이마트 부지, 메가박스 본사 건물 등을 잇따라 매입해 ‘게임 개발 클러스터’ 조성에 나섰다.

장 의장은 “게임산업은 장르, 플랫폼, 서비스 지역마다 특성과 문화가 전부 다르다. 하나의 큰 건물에 모든 구성원을 다 모으면 다양성이 죽는다고 생각한다”며 “본사 건물은 그 위상에 걸맞게 서울의 랜드마크와도 같은 건물로 만들되, 크고 작은 게임 개발 조직들은 그 일대에 흩어져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고 '도시와 함께 호흡하는' 기업으로 만들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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