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 미반환 급증… 은행도 HUG 대출 꺼려

산업 / 김자혜 / 2024-01-17 15:20:44
지난해 HUG 집주인 대신 낸 변제액 3조5540억원, 5년 새 61배 폭증
소득요건 없는 HUG 대출 부실 부담에, 은행 전결권자가 거부하기도
전문가 “전세보증 보증비율 너무 높아, 보증부 월세로 전환해야”
▲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연합뉴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하는 전세자금 대출의 사고 금액이 3조원대에 육박하면서 은행도 HUG 상품을 꺼리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HUG 보증 대출을 쉽게 해주지 않거나 기 대출의 대환대출까지 거절하면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대신 내준 대위변제액이 3조55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583억원)에서 5년 새 61배 폭증한 수치다.

전세자금보증은 세입자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실행할 때 HUG와 같은 보증 공사가 보증을 서는 상품이다. 은행은 대출서류와 자격 등을 판단하는 역할을 하고 보증기관은 위와 같이 상환 불가 시 대신 자금을 내준다.

하지만 최근 5년간 HUG가 내준 대위변제액은 매년 역대치를 갱신했다. 2019년 2837억원, 2020년 4415억원, 2021년 5041억원, 2022년 9241억원 순을 기록했다. 지난해 HUG의 순손실 예상액은 약 3조4000억원대에 달했다.

손실이 커지자, HUG는 지난해 시중은행에 판매부실 책임 등을 물어 대위변제금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은행 영업점에서는 부실 위험이 높은 HUG 안심 대출을 취급하지 않거나 기대출의 대환대출을 거부하고 타 영업점으로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청년 전세대출의 대환대출을 요청한 A씨는 “별다른 설명 없이 지점장 권한으로 대출을 거절한다”며 “인근의 다른 영업점을 안내 받았고 다행히 대환대출을 신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영업점을 안내 받았지만 HUG보증 전세대출을 신규로 신청했다가 영업점서 받아주지 않아 대출을 잘 내주는 영업점을 찾아 발품을 팔았다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은행 영업점이 대출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은 대출과 같은 여신상품의 취급 권한을 본부·지점장 등 전결권자에 주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결권자는 영업방침도 결정할 수 있다 보니 여신보다 기업 대출, 펀드 상품 중심으로 영업 방침을 갖고 있다면 전세대출을 소극적으로 취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HUG 보증 상품이 주택금융공사(HF)의 상품 대비 품이 많이 들지만, 부실 위험도 높아 부담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HUG 안심 대출은 소득요건이 없지만 대신 주택의 가격, 임대인의 협조, 실사 등 필요조건이 상대적으로 많다”며 “취급하더라도 소득 요건이 없기 때문에 대출의 부실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과거 주택가격의 100% 비율의 상품은 사고에 악용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HUG는 지난해 우리은행이 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되지 않는데도 보증서를 발급했다며 대위변제금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이 HUG의 손을 들어주면서 우리은행은 전세보증금 전액을 변제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경기 악화로 촉발된 전세보증금이 미반환 사태가 HUG-은행-소비자로 연쇄 피해를 낳으면서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춘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전세는 불완전 사적 계약으로 경기가 좋지 않으면 부정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며 “하지만 손쉬운 대출로 전세 계약을 장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보증 비율을 점진적으로 줄여 보증금 총액에서 대출 조달 규모가 줄어들면 결국 100% 전세 계약이 보증부월세 계약으로 전환되고 경기 악화 시 거시적 사회비용도 줄어들 것이다”라고 제언했다.

 

토요경제 / 김자혜 기자 kj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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