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HMM 인수전 본격화...'대어' 빠진 중견그룹간 4파전

체크Focus / 이중배 기자 / 2023-08-22 15:20:18
예비입찰마감, 하림·동원·LX·獨해운사 등 국내외 4곳 참여
SM그룹·글로벌세아 등 최종 불참...대기업 불참 흥행 실패
인수 약 5조원대 예상...참여기업 자본력 한계로 FI가 변수

국내 최대이자 세계 8위권의 해운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인수전이 대그룹이 불참하면서 중견그룹간의 각축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올해 또 하나의 대형 M&A(인수합병)로 주목받고 있는 HMM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이른바 '대어'(大魚)가 빠진 채 하림, 동원, LX 등 중견기업들만이 입찰에 참여한 것이다.


HMM 인수전이 시작부터 흥행에 참패했다는 혹평이 쏟아지는 가운데, 인수 예상가만도 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이번 HMM 인수경쟁이 최종 계약까지는 완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HMM 매각의 키를 쥐고 있는 산은은 일단 적격 후보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매각 절차를 중단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매각공고에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 (매각 절차가)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한 이유다.

 

▲국내 최대이자 세계 8위의 대한민국 국적선사 HMM 인수전에 하림, 동원, LK 등 국내 중견그룹 3개사 뛰어들었다. 사진은 HMM의 대형 컨테이너선인 함부르크호.<사진=HMM제공>

 

■ HMM, 2016년 산은 등 인수 후 7년만의 새주인 찾나

22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주관사인 삼성증권이 21일 오후 마감한 예비입찰 결과 하림, 동원, LX그룹 등 국내 중견기업 3곳과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Hapag-Lloyd AG) 등 4곳이 의향을 밝혔다.


당초 HMM 인수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재계순위 30위의 SM(삼라마이더스)그룹은 구주 외에 영구채 전환 물량 등 인수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부담으로 최종 불참했다. 글로벌 세아그룹도 막판에 발을 뺐다. 


당초 SM그룹은 HMM인수가를 4조5천억원대로 산정하고 인수에 큰 관심을 보였으나 영구채 전환물량이 딜에 포함돼 매각예정가가 크게 높아지며 비용부담이 커지자 계획을 철회했다는 후문이다.


예비입찰에 나서지 않은 기업은 본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는게 산은의 기본 입장이어서 SM그룹의 HMM 인수 꿈은 이번 입찰이 무산되지 않는 한 어렵게됐다.


HMM의 인수전이 4 대 1의 경쟁으로 압축됨에 따라 2016년 워크아웃으로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이 정책자금의 출자전환으로 최대주주가 된 HMM은 7년만에 새 주인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IB업계에선 강력한 후보가 눈에띄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HMM인수전은 팽팽한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시장에선 대체로 하림, 동원, LX 등 국내 중견그룹 간 3파전 양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소유의 마지막남은 국적 선사인 HMM을 외국 기업에 넘길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제 관심은 HMM 인수예정가에 쏠려있다. 전문가들은 HMM의 최종 인수 금액이 산은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구주와 CB(전환사채)·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영구채,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함하면 5조 원대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6조 원대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현재 매각 대상 구주는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보유 주식은 총 1억9879만156주다. 21일 HMM 종가(1만7990원) 기준으로 3조5700여억 원에 달한다.

■ 참여기업들 HMM보다 자산 적어...FI와 연대 주목

여기에 영구채 중 주식전환 물량 1조 원 어치(2억 주, 전환가 5천 원)가 이번 매각딜에 포함돼 있다. 즉 구주 인수와 주식전환 사채 인수금액 등을 시세로 단순 환산한 원가는 4조5천억 원대란 얘기다. 물론 M&A에 적용되는 주당 실제 거래가격은 일정 기간 주가의 평균값으로 정한다.


구주와 전환주를 포함한 HMM 매수자측의 인수 후 지분율은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소유의 구주와 영구채 2조6800억 원 중 주식전환 물량(2억주)를 합쳐 총 38.9%에 이를 전망이다. 산은측은 주식전환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영구채는 HMM의 상환권 행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 국내 최대선사인 HMM이 지난 2021년 9월 2만4천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인 그단스크호 12척으로 운송한 물량이 100만TEU를 넘어섰다. 사진은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서 화물을 선적하는 HMM 그단스크호 모습. <사진=HMM>

 

이처럼 HMM 인수에 구주, 영구채,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함하면 5조 원을 훌쩍 넘는 대규모 비용이 수반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결국 입찰 참여기업의 자본력 싸움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림, 동원, LX 등 인수후보기업들의 자산규모나 재계 순위가 HMM보다 낮다. 2023년 기준 HMM의 자산규모는 25조8천억 원으로 재계랭킹 19위다.


인수 후보군인 하림그룹(27위·17조 원), LX그룹(44위·11조 원), 동원그룹(54위·9조 원) 등이 모두 HMM보다 아래다. 

 

HMM 인수 예비후보기업들의 FI(재무적투자자) 등 인수를 지원할 파트너기업을 포함한 현금동원력 능력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결국 그룹 자체의 현금동원 능력에 한계가 분명한 인수 후보그룹들은 FI와의 컨소시엄을 통한 인수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후보기업들의 FI의 능력과 지원 의지에 의해 HMM인수전의 저울추가 기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하림은 JKL파트너스와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시중은행과 대형 IB로 FI진용을 구성, 세를 과시하고 있다. 

 

하림은 이번에 HMM 인수에 성공하면 기존 계열 선사를 포함, 글로벌 해운시장 랭킹 6위로 도약할 수 있어 인수에 그룹의 사활을 걸고 있다.

■ 이달중 숏리스트 압축...본입찰 후 연말경 SPA 체결

동원그룹은 하나은행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여기에 계열 금융그룹인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을 내세운다.

 

동원은 경쟁그룹과 달리 HMM 인수를 통해 해상운송, 항만(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육상물류(동원로엑스)를 아우루는 종합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 한국해운협회가 지난 6월 국적 컨테이너 선사 HMM 및 SM상선과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한국해운협회>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회장이 범 LG가에서 분리, 설립한 LX그룹 역시 HMM인수를 통해 재계랭킹 10위권으로의 부상을 꿈꾸고 있다. 

 

다만 LX는 계열 종합상사인 LX인터내셔널과 물류대행사 LX판토스를 보유하고 있으나 하림이나 동원에 비해 사업연관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인수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지만 이번 HMM 입찰에 명함을 내민 하팍로이드는 독일 최대이자 전 세계 5위권 해운사란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하팍로이드는 현재 180만TEU의 운송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HMM(82만TEU)을 인수하면 MSC, 머스크에 이어 세계 3위권으로 부상한다. 그러나 자본동원력에 한계가 있고, HMM 인수 후 주요국의 결합심사 장벽을 넘을 수 있을 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때 현대자동차그룹과 분리 독립한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였다가 워크아웃을 거쳐 사실상 공기업으로 변모한 HMM이 과연 이번 중견그룹들로 채워진 입찰을 통해 새롭게 출범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관심이 완주 여부에 쏠릴만큼 이번 HMM인수에 뛰어든 업체들의 면면이 다소 아쉬움을 주고 있지만, HMM매각을 위한 산은과 정부의 의지가 강한만큼 성사될 여지는 충분하다"면서 "각 인수후보를 지원할 FI들이 얼마나 강한 의지와 목표를 갖고 이번 인수전에 참여했으나냐에 결과가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산은측은 이달 중 인수적격후보자(숏리스트)를 압축하고 두 달 간의 실사 기간을 부여할 예정이다. 이후 11월 중 본입찰을 실시한 뒤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는 목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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