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자 화가의 예술에 취한 뒤늦은 외출 그리고 인생

문화·라이프 / 김병윤 기자 / 2023-12-15 14:08:29
▲ 제목 - Message , 재료 - Mixed media and Acrylic on canvas

 

40살. 불혹(不惑)이라고 한다. 불혹이 무엇인가. 판단의 흐림이 없다는 뜻이다. 인간이 성숙함에 이르는 것이다. 40살이 되면 사람에게 변화가 온다.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게 된다. 새로운 앞길을 찾게 된다.

불혹의 나이에 미술에 입문한 화가가 있다. 추상화가 김윤자(61) 작가다.

김 작가는 40살에 우연찮게 미술에 입문했다. 친구 초청으로 전시회에 갔다. 친구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화가의 길을 멋지게 걷고 있었다. 돌아서는 발길이 무거웠다. 나는 무얼까.

 

▲ 제38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양화) - 우수상 입상작품, 작품명 - 심상풍경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 것인가. 자학에 빠졌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문화센터에 등록했다. 2년간 열심히 다녔다. 수채화가인 고(故) 이상덕 화가에게 개인교습도 받았다.
유화 인물화 누드크로키 등 다양한 장르를 연마했다. 끊임없이 갈고 닦았다. 그림에 대한 열정이 폭발했다. 본인 스스로 놀랄 정도였다.

김윤자는 그림을 그리면서 아쉬움이 생겼다. 미술에 입문한지 10여년이 지나서였다. 우주의 아름다움을 마음의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대상을 놓고 그리는 구상에서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추상화를 그리기로 했다. 어려움이 따랐다. 시행착오도 수없이 겪었다.

▲ 2019년 아트서울 개인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 전시 작품, 제목 - Message 2

 

추상화는 대상이 없다. 오로지 자신이 개척해야 하는 세상이다. 주위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재료의 성질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았다.

김윤자는 캔버스에 끝없이 변화를 줬다. 자신이 표현하고픈 갈망을 수없이 그려냈다.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랄까. 김윤자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2019년 제38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부문 서양화 우수상을 받았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권위 있는 대회였다. 첫 출품에서 거둔 성과였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미술에 입문한 뒤 처음으로 펑펑 울었다. 해냈다는 성취감.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만족감. 10여 년 간 고민하며 지나온 세월.
▲ 2019년 아트서울 개인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 전시 작품, 제목 - Message 1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김윤자는 미술대전 수상을 계기로 추상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새로움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 소리에서 느껴지는 울림을 그림으로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의 고유악기 해금을 배우고 있다. 현의 울림이 가슴을 때리는 느낌이 있어서다.

김윤자는 이제 이순(耳順)의 나이에 들어섰다.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이해할 나이다. 해금의 오묘한 소리를 자신의 그림에 융합시킬 연륜이 쌓여 있다. 늦깎이 화가 김윤자는 지난 20년은 수련의 기간이었다고 말한다. 앞으로 20년의 꿈은 무엇일까. 의외의 대답이다. 더 혹독한 수련의 시간이 될 거란다.

 

토요경제 / 김병윤 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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