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자 한 잔의 술. 마시자 한 잔의 추억.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예쁜 소녀 하나가.
헤어지자 보내온 그녀의 편지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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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평 주점 '소우'를 운영하는 이정남 사장 [사진 김병윤 대기자] |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지나간 추억에 발걸음이 멈춘다. 시계 바늘을 되돌리게 한다. 1970년대의 뜨거웠던 청춘이 불타오른다. 좁다란 골목길에 낭만이 넘친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뒷골목의 풍경이다. 단골이 아니면 지나칠 좁은 골목이다. 이 좁은 골목에 37년 된 작은 술집이 있다. 주인은 여러 번 바뀌었다. 그래도 안 바뀐 것이 있다. 1.5평의 좁은 공간이다. 10명이 앉기에도 부족한 자리다. 흘러간 옛 노래를 선사한다. 주인과 손님 사이가 아니다. 가족 같은 분위기다.
주인들의 사연도 다양했다. 지나간 주인의 사연을 알 필요는 없다. 현재 가게 주인은 이정남(59) 사장이다. 남자 이름 같다. 실상은 통 큰 여성이다. 과거에는 가게의 손님이었다. 17년간 단골로 다녔다. 가게 분위기가 좋아서였다.
이 사장은 술집 운영에 문외한이었다. 원래는 포장지 사업을 했다. 방산시장에서 큰 가게를 운영했다. 20여년 동안 종사했다. 돈도 잘 벌었다. 직원이 6명이었다. 방산시장의 큰 손으로 알려졌었다. 사업을 확장했다. 욕심이 화를 불렀다. 순식간에 망했다. 2017년 사업을 접었다. 공백기가 왔다. 3년간 죽을 만큼 힘들었다. 우울증이 왔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버텨냈다. 옛 생각이 나 우연히 가게에 들렀다. 주인이 반갑게 맞아 줬다. 가게를 인수하라 했다. 우연히 가게를 인수했다.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2021년 3월에 문을 열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였다. 이유가 있었다. 권리금이 없었다.
이 사장의 위치는 바뀌었다. 손님에서 주인으로. 가게 운영이 만만치 않았다. 예전 단골손님은 전 주인 가게로 옮겨 갔다. 술집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새로운 손님을 확보해야 했다. 처음 온 손님에게 정성을 다해 모셨다. 가게의 특성도 살려야 했다. 손님에게 기타를 치게 했다. 노래도 부르게 했다. 예전부터 내려온 가게의 전통이었다.
입소문이 났다. 젊은 손님이 늘어났다. 20대 손님도 많이 모였다. 군대 가기 전날 인사하러 오는 손님도 있다. 아들보다 어린 손님이다. 과거에는 장년층 손님이 많았다. 지금은 다양한 연령이 함께 한다. 좁은 가게가 장점이다. 바짝바짝 앉다 보니 손님끼리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자연스레 대화의 장으로 변한다. 끈질긴 노력으로 가게는 잘 운영됐다.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 시국에도 장사가 잘 된 편이었다.
순탄하던 길에 장애물이 놓였다. 집합금지 위반으로 적발됐다. 2021년 9월. 시간초과 영업단속에 걸렸다. 술 취한 손님을 내보내려 할 때 단속반이 들어왔다.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법원에서 소상공인 어려움에 선처를 해줬다. 적발 이후 심리적으로 불안감에 떨었다.
이 사장이 위축됐을 때 손님들이 매출을 올려 줬다. 이유는 하나였다. 가게를 지켜달라는 부탁이었다. 이 사장은 마음을 다 잡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밝은 얼굴로 손님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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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장이 22년 만에 추억의 장소를 찾아온 정윤(56)씨와 함께 온 아들 다온(25)군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이 사장의 가게는 다양한 손님이 온다. 옛 추억을 못 잊어 아들과 함께 오는 손님도 있다. 정윤(56) 씨는 22년 만에 가게를 찾았다. 아들 정다온(25) 씨와 함께. 정윤 씨는 1993년에 처음 가게에 왔었다. 2000년까지 자주 찾았다. 정윤 씨는 옛 추억이 그리워 왔다고 한다. 아들과 맥주 한 잔을 마시는 정윤 씨의 얼굴에 행복감이 넘친다.
이 사장의 꿈은 소박하다. 젊은이에게는 꿈을. 장년층에는 추억을 선사하고 싶어 한다. 이 사장은 “방산시장의 이정남은 이미 사라졌다. 1.5평의 가게에서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다”며 “집합규제가 풀려 편한 마음으로 장사를 하게 돼 다행”이라며 밝은 미소를 짓으며 “이제 잘 될 일만 있을 거다”며 희망의 화살을 쏜다.
토요경제 / 김병윤 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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