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다음달 우선협상자 선정, 연내 주식매매계약 마무리"
자금동원력 이슈에 인수가 더 올라 재입찰 가능성 모락모락
| ▲HMM 인수전이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의 2파전이 됐다. 사진은 HMM이 자랑하는 2만4000TEU급의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제공> |
국내 최대이자 세계 8위권의 해운선사 HMM(옛 현대상선) 인수전이 동원그룹과 하림그룹 간 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매각 주관사 삼성증권이 23일 오후 5시에 본입찰을 마감한 결과, 예비입찰에 참여한 3곳 중 LX그룹이 끝내 불참, 동원과 하림 두 중견그룹 간의 각축전이 됐다.
'대어'가 빠진 이번 HMM 인수전이 입찰참여 그룹의 자금동원력 이슈로 불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채권자이자 매도자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예정대로 입찰을 진행할 방침이다. 올해 안에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고 매매계약(SPA)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동원과 하림은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 인수자금 동원에 문제가 없다며 레이스 완주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HMM주가 상승으로 딜 사이즈가 예상보다 더 커진데다, 그나마 자금동원력이 상대적으로 나은 LX의 이탈로 유찰 가능성은 더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 경영권 프리미엄 20%만 추가해도 딜 사이즈 7조 훌쩍
HMM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참여한 하림과 동원 2개그룹이 매도측의 최저가 이상을 충족시킴으로써 일단 유효경쟁 요건은 성립됐지만, 이번 딜이 예정대로 마무리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24일 HMM 매각과 관련해 "적격한 인수자가 없다면 매각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HMM 매각 불발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HMM의 몸값을 동원과 하림이 과연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자체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으로 인수자금 확보가 불가능한 만큼 FI(재무적투자자)를 끌어들여야겠지만, SI인 동원과 하림의 에쿼티(자기자본)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국내 최대 해운선사 HMM 매각 본입찰에 중견그룹인 동원과 하림이 참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월15일 오후 부산항에서 바이오선박유를 넣은 HMM 소속 현대타코마호가 출항을 앞두고 있다. <사진=HMM 제공> |
현재 HMM 매각 딜사이즈는 다소 유동적이다. 구주와 영구채 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얼마나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매각가격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산은이 유찰을 막기 위해 프리미엄을 최소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매각가는 최소 6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과 해진공의 매각 대상 주식수는 3억9879만주다. 산업은행(1억120만주)과 해진공(9759만주)의 보유주식에 지난달 주식전환한 1조원 규모의 영구채(CB·BW)가 포함된 수치다.
대략 주당 1만5000원으로 계산해도 약 6조원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여기에 20%의 경영권 프리미엄만 추가해도 7조원을 훌쩍 넘는다.
딜 사이즈가 예비입찰 전보다 커진 것은 HMM 주가가 최근 20% 가량 상승한 탓이다. 국유재산법 시행령에 따라 HMM의 주식 매각가격은 최근 30일간의 시세를 가중산술평균해 정하기에 주가상승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결과다.
◇ 두 그룹 "자금동원 문제없다…인수자금 확보 총력"
실제 HMM 주가는 지난달 23일 바닥을 찍은 뒤 급반등한 상태다. 지난 7월 영구채 전환 계획을 밝히면서 2만1000원대에서 1만3000원대로 곤두박질쳤던 주가가 지난 6일 1만6750원까지 반등했다. 24일 오전 현재 3% 이상 하락했지만, 1만58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가 급등에 따른 주식 인수가격 상승을 매수 후보자들이 모를 리 없다. 동원과 하림의 본입찰에서 제시한 인수 가격도 대략 6조원대로 추정된다. 문제는 M&A에 따라붙는 경영권 프리미엄이다.
현재로서는 주 채권자인 산은이 매각을 밀어붙이기 위해 정책적으로 HMM딜의 프리미엄을 붙이지 않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 경우엔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노조는 분명히 이 부분을 미리 경고하고 나섰다.
| ▲세계 8위의 해운선사 HMM인수전에 본입찰을 거쳐 최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사진=HMM 제공> |
이기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HMM지부장은 지난 21일 “국가계약법에 따라 30일 산술평균치 주가에 프리미엄을 얹을 경우 매각 가격은 7조원이 넘는 수준”이라며 “만약 산은이 본입찰에서 7조 이하의 예정가격(예가)을 책정할 경우 배임에 해당하는 만큼 감사청구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관건은 동원과 하림이 자신들의 체급을 크게 웃도는 HMM 인수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충당하느냐에 쏠려있다. 이들 그룹의 자금조달 능력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1차적인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동원과 하림은 현재 인수자금 확보에 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외부 자본조달은 만만치않은 문제다. 이에 따라 두 그룹은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 인수자금 확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 최종 우선협상자 선정 앞두고 초미의 관심사
우선 지난 상반기 기준 5169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동원은 동원F&B빌딩과 국내외 주요계열사의 대주주 지분매각 등 자산유동화를 통한 인수자금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동원은 다만 하림에 비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부족하지만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 강점이다.
하림은 JKL파트너스와 연합전선을 구축, KB·신한·우리 등 은행과 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등으로 인수금융 대주단을 확보, 인수자금 조달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주단을 통해 부동산과 유가증권 매각,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 ▲HMM인수를 추진중인 하림은 HMM인수를 통해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지난 1일 '푸디버디' 브랜드 론칭 행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이 같은 자금조달능력과 함께 채권단이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인수자의 적격성'을 통과할 수 있느냐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적격성이란 자금조달계획 외에 인수 후에 경영계획과 투자 등 전반적인 사업 비젼에 대한 정성적 평가를 의미한다. 인수자금만 확보한다고 다 되는게 아니라는 뜻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해상물동량이 둔화되는 등 해운시장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불황기를 버텨낼 체력을 보다 중요하게 고려할 수 있다. 당초 유력 인수후보로 꼽혔던 LX그룹이 최종적으로 본입찰 참여를 포기한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동원과 하림이 HMM인수에 마치 그룹의 미래를 달려있는양 강력한 인수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어떻게 책정되느냐가 이번 딜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HMM의 주가 상승으로 인해 딜 사이즈가 20% 가량 커지며 유찰 가능성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동원과 하림 중 누가 마지막에 웃을까. 시총 11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해운선사 HMM은 과연 누구의 품에 안길까. 다음달 10일 전후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HMM 매각 우선협상자 선정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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