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지난달 2일 충남 아산시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올해 상반기 받은 보수 260억9500만원은 숫자만 보면 재계 최상위권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6개월 월급’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 보수 대부분은 급여가 아니라 과거에 부여된 장기성과급과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이다. 글로벌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과 비교하면 한국 반도체 CEO에 대한 보수 논쟁은 더 복잡해진다.
15일 토요경제 기업재무분석실에 따르면 곽 사장의 올해 상반기 보수는 260억9500만원이다. 이 가운데 급여는 12억5000만원이다. 상여가 204억6500만원,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이 43억7900만원이었다. 상여 가운데 173억8000만원은 과거 부여한 장기 주식성과 보상의 정산액이다.
곽 사장의 올해 연간 고정급은 25억원이다. 따라서 상반기 보수 261억원을 6개월로 나눠 월 43억원을 받았다고 표현하면 보수의 성격을 왜곡할 수 있다. 2022년 부여된 총주주수익률(TSR) 연계 주가차액보상권(SARs), 2023년 성과조건부주식(PSU), 2021년 주식매수선택권이 SK하이닉스의 실적과 주가 상승을 거쳐 올해 보수로 잡힌 것이다.
국제 비교를 위해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곽 사장의 지난해 보수는 급여 15억4000만원과 상여 26억9500만원 등 모두 42억3900만원이었다. 미국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흐로트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2025회계연도에 3094만146달러를 받았다. 2026년 8월14일 환율로 약 438억원이다. 곽 사장의 지난해 보수보다 10배 넘게 많다.
실적은 SK하이닉스가 더 컸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은 97조1467억원, 순이익은 42조9479억원이었다. 마이크론은 매출 374억달러, 순이익 85억3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원화로 각각 약 53조원과 12조1000억원이다. SK하이닉스 매출은 마이크론의 1.8배, 순이익은 3.6배였다.
순이익 대비 CEO 보수 비율도 차이가 크다. 곽 사장의 지난해 보수는 SK하이닉스 순이익의 약 0.0099%였다. 메흐로트라 회장 보수는 마이크론 순이익의 약 0.362%다. 마이크론이 약 37배 높다. 지난해 실적만 놓고 보면 더 많은 이익을 낸 회사의 CEO가 경쟁사 CEO 보수의 10분의 1 수준을 받은 셈이다.
차이는 보상 구조에서 나온다. 메흐로트라 회장의 2025년 총보수 3094만달러 가운데 기본급은 약 144만6000달러였다. 원화로 약 20억5000만원이다. 보수의 대부분은 주식보상이었다. 주식보상 공정가치가 2536만달러에 달했다. 마이크론은 기본급보다 단기성과급과 성과연동주식을 통해 수익성, 기술개발, HBM 점유율, 총주주수익률을 경영진 보상과 연결한다.
미국과 한국의 공시 방식 차이도 봐야 한다. 미국 공시에 들어가는 주식보상은 주로 부여 시점의 공정가치다. 한국 공시에는 실제 정산액이나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이 포함될 수 있다. 올해 곽 사장 보수가 급증한 것은 과거에 설계된 성과보상이 올해 실현된 영향이 크다.
반도체 기업들은 제품만 경쟁하지 않는다. HBM을 설계하고 생산하고 고객을 확보할 사람도 경쟁한다. 메모리 경영 경험을 가진 최고경영자와 핵심 기술 인력은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경쟁사가 장기간 수백억원 규모의 주식보상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국내 임금 정서만 기준으로 보상을 제한하면 인재 유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곽 사장의 261억원이 자동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업황 자체가 좋아져 발생한 주가 상승까지 경영자 개인의 성과로 돌렸는지, HBM 기술 우위와 고객 확보 같은 실제 경영 성과가 얼마나 반영됐는지 따져야 한다. 주가가 떨어지고 경영 성과가 훼손됐을 때 보상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인지도 중요하다.
직원과의 관계도 기준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1억44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다. 마이크론은 2025년 CEO 보수가 중위 직원 보수의 529배라고 공개했다. 두 수치는 평균과 중위값, 반기와 연간이라는 차이가 있어 직접 비교할 수 없다. 다만 CEO 보수 논쟁이 경영자 한 명의 금액으로 끝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성과가 날 때 경영자만 가져가고 직원과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이 없다면 고액 보수는 설득력을 잃는다. 반대로 직원 보상과 투자, 주주가치가 함께 커지고 그 과정에서 사전에 약속한 성과보상이 지급됐다면 같은 261억원도 의미가 달라진다.
곽 사장의 상반기 보수는 큰돈이다. 그러나 지난해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3.6배 순이익을 내는 동안 CEO 보수는 마이크론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는 사실도 함께 봐야 한다. 보수의 적정성은 숫자의 자릿수가 아니라 경영자가 만들어낸 성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대체가격, 그 성과가 직원과 주주에게 얼마나 적정하게 배분됐는지를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한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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