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전깃값 '올릴만큼 다 올린' 한전...어깨 무거워진 가계·산업체

체크Focus / 조봉환 기자 / 2022-06-28 12:45:39
예상 외 대폭 인상에 물가 6%대 사수 어려울듯...중소기업계 '전용전기요금제' 요구도

▲ 정부와 한전이 연간 최대 인상 폭인 5원까지 올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사진 및 편집=토요경제>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예상과는 다른 대폭이다. 한전은 27일 오는 3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킬로와트시)당 5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한전으로선 한꺼번에 올릴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다 올린 것이다.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의 미치는 영향과 산업계의 원가부담을 고려해서 2~3원 선에서 인상 폭을 결정할 것으로 예측했던 시장의 예측을 뒤집은 조치다.

한전이 전기요금을 예상과 달리 대폭 인상한 것은 그만큼 한전 내부상황이 다급하다는 것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한전에 지난 1분기에 8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 누적 30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 적자가 우려된다. 이대로 가다간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수 있어 절박한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전의 전기요금 조정안을 사실상 재가한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불가피론'을 역설했다. 추 부총리는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의 조찬 간담회 직후 "한전의 적자 요인이 워낙 심화하고 있어 경영 존립에까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오래 고심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 28일 마포구 경총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오른쪽)가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제공>

 

규정까지 바꿔 한번에 kWh당 5원 인상

한전의 경영난이 임계치를 넘어 곪아 터진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국내 전기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한전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공기업이다. 한전이 만약 누적 적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다면 마지막 대안은 공적 자금의 투입 뿐이다. 이는 곧 정부와 국민에게 더 큰 부담을 전가시킬 수 있는 구조다.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움직임에 대해 어느 정도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왔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꺼번에 너무 과도하게 올렸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규정까지 바꾸면서까지 한꺼번에 한계치까지 최대한 인상한 것은 좀 심한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에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 요금 등을 합쳐 매겨지는데, 분기마다 조정 가능하다.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폭은 직전 분기 대비 kWh당 최대 ±3원, 연간 최대 ±5원이었다. 그런데, 정부와 한전이 이번에 제도 개편을 통해 1년치 최대 인상 폭인 5원까지 올릴 수 있게 변경한 것이다.


사실 한전이 3분기 전기요금 조정안 강력히 제안하고 정부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일반적인 예상은 kWh당 2~3원 인상이었다. 물가에 미치는 부담이 큰데다, 전기요금 단 몇 원 올리는게 한전 경영난에는 그리 유의미한 보탬이 되지 않기에 중폭 이상의 인상은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파장은 다양하게 전이될 전망이다. 우선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으로 가계에 미치는 부담은 더 늘어나게됐다. 이번 조정단가 조정으로 4인 가구가 월평균 307kWh의 전기를 사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보면, 당장 7월부터 전기요금은 월 약 1535원 늘어난다.


그러나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전기 사용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누진제까지 적용돼 상당수 가정의 전기요금은 이 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 기상청에 의하면 이미 올여름 최악의 폭염이 예고된 상태다. 가계의 전기사용량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등 장치업종 경쟁력 약화 우려

정부는 이에 따라 7∼9월에 한시적으로 취약계층의 요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복지할인 대상인 약 350만가구에 한해 기존 할인 한도를 40%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장애인, 유공자, 기초수급, 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배려계층에 대해 조정단가 적용에 따른 요금 증가 폭만큼의 할인 한도인 1600원을 추가로 상향 조정, 월 최대 9600원까지 할인해줄 방침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조치다. 특히 7월부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이 메가줄(MJ·가스사용 열량단위)당 1.11원 인상돼 가구당 부담액이 월 평균 2220원 정도 증가한다.


가계의 부담도 만만치 않지만 정작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오는 쪽은 산업체다. 산업체의 전기사용량이 가계에 비해 막대한데다가 에너지가격, 물류비, 인건비 등 안 오르는 게 없는 상황에 전기요금까지 크게 인상돼 제조원가 압박이 더욱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전기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화학, 자동차 등 주력업종의 제조업체 부담이 결코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특히 단순 조립업체와 달리 대규모 장치업종일 수록 전기, 가스 사용량이 막대하다. 전기요금 인상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쟁력 약화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걱정되는 이유다.


중소기업계는 파장이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더 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7일 "지난해부터 광물,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환율이 1300원대에 육박하는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며 3분기 전기요금 연료비조정단가 인상 발표에 우려를 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회측은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이 잇따라 인상되면서 코로나 장기화로 활력을 잃은 668만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졌다"면서 중소기업의 열악한 현실을 배려해 중소기업에게는 전기요금의 할인 가격을 적용하는 ‘중소기업 전용요금제’ 도입을 주장했다. 차제에 전기요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 줄 것을 주문한 셈이다.

尹정부 집권초 물가관리에 '빨간등'

부담이 커지긴 정부도 마찬가지다. 전기요금 대폭 인상으로 한전 부담은 다소 덜어줬다지만, 물가관리 압박은 더 크게 다가온다. 전기, 가스 등 공공 요금의 줄인상으로 올 물가상승률 억제 목표인 6% 방어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물가관리의 최후 저지선인 공공요금마저 줄줄이 인상됨에 따라 물가상승률이 최소 7%대는 넘어설 것으로 우려한다. 실제 지난달까지의 물가상승률 5.4%중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의 기여도는 0.32%포인트였다는 점에서 이번 대폭 인상이 물가상승률 지수에 미치는 효과는 더 커지게 된 것이다.


집권 초기의 최대 현안인 윤석열 정부의 물가관리에 비상경고등이 켜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의 물가관리를 경고하는 메시지가 종전 '황색등'에서 '빨간등'으로 바뀐 때문이다. 마치 IMF 시대를 방불케할 만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장바구니 물가상승에 공공요금이 기름을 부은 격이 되면서 정부의 지지율이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이번 전기료 등의 비용 상승이 기업들의 생산원가를 높여 결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은 점도 정부가 간과해선 안될 부분이다. 이미 기업들은 이구동성으로 공공요금이 대폭 인상돼 어쩔 수 없이 판매 단가를 올릴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에너지파동-전기도매단가 상승-한전경영난 가중-전기요금 인상-제품단가인상-물가 상승 등으로 이어지는 물가상승 악순환이 재현될 것으로 몹시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정부의 묘책은 과연 무엇일까. 

 

집권초기 물가관리로 국정운영 능력의 1차 시험대에 오른 현 정부가 이 난국을 어떻게 풀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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