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 미래다] 남미 음악으로 맺어진 한·멕시코 부부

다문화가 미래다 / 김병윤 기자 / 2022-07-18 12:43:13
남미로 씨와 라올 코르테스 에르난데스 씨의 다문화가정 이야기
생활방식 차이와 언어소통 부족에서 오는 어려움도 많아
부부의 공통 희망은 자녀들이 예술인으로 성장하는 것
▲ 한·멕시코 커플로 다문화가정을 이룬 남미로, 에르난데스 부부

 

사랑은 운명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고. 사랑의 존귀함을 잘 알려준 말이다. 우리 주위에는 국경을 뛰어넘은 사랑이 많다. 

 

다문화가정이 많이 늘어났다. 이제 다문화가정은 한국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11월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은 215만 명이다. 대한민국 총인구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남미로(51) 씨와 라올 코르테스 에르난데스(48) 씨. 한·멕시코 커플이다. 음악으로 맺어진 사랑이다. 남 씨는 남미음악 애호가다. 남미음악이 좋아 두 달간 배낭여행을 했다. 원래 계획했던 유럽여행을 포기했다. 페루·에콰도르·볼리비아·아르헨티나·브라질을 돌아 다녔다. 

여행을 끝낸 뒤 한 달간 더 머물렀다.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한국외국어대학교어학당에서 3개월 간 스페인어를 더 공부했다. 남 씨는 남미음악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 “영혼의 빗질 같은 소리가 남미음악”이라고. 라올 씨는 음악 연주가다. 바이올린과 드럼을 전공했다. 음악가 집안에서 성장했다. 누나와 여동생이 멕시코 국립교향악단 단원이다. 2005년 한국에 왔다. 멕시코 밴드의 일원으로 들어왔다. 전국을 다니며 공연했다.

두 사람은 운명처럼 만났다. 2006년 남 씨의 지인이 멕시코 밴드 공연을 보러 가자 했다. 용산역 광장 메트로 공연에서 처음 만났다. 라올 씨의 연주모습에 매료됐다. 밴드 매니저에게 공연일정을 알려 달라했다. 공연장을 따라 다녔다.

2007년 남 씨가 프러포즈를 했다. 37살의 늦은 나이였다. 사랑에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라올 씨도 받아 들였다. 시댁에서도 좋아했다. 멕시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6개월간 멕시코에서 생활했다. 꿈같은 신혼생활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정해진 수입원이 없었다. 빠듯한 생활비로 살아야 했다. 2009년 첫딸이 태어났다. 축복이었다. 사랑의 결실이었다. 2013년에 둘째 딸이 탄생했다. 라올 씨는 공연으로 바빴다. 지방을 돌아 다녔다. 얼굴보기가 힘들었다. 주말부부가 부러울 정도였다. 큰딸이 어렸을 때 라올 씨에게 말했다. “아빠 우리 집에 또 놀러와.” 남 씨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잠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문화적 차이도 크다. 생활방식 차이가 심하다. 오해가 생겨 싸움이 잦아졌다. 이럴 때면 남 씨가 참는 경우가 많다. 한국 여인의 미덕이라며 웃음을 짓는다. 언어소통도 잘 안 된다. 대화는 스페인어로 한다. 라올 씨의 한국어 능력이 떨어진다. 남 씨의 스페인어 실력도 최상급은 아니다. 속 깊은 얘기를 나누기 어렵다.

자녀 교육방법도 싸움의 원인이 된다. 남 씨의 한국식 교육에 남편이 반대한다. 남미식 교육과 차이를 보여서다. 남 씨는 자녀교육만큼은 양보를 하지 않는다. 한국 엄마의 뜨거운 교육열이 나타난다. 다문화가정이 겪는 공통된 어려움이다.

불규칙한 소득도 어려움을 증가시킨다. 자녀 교육비가 많이 든다. 남편의 수입으로 감당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다행히 남 씨는 자녀들의 어린이모델비로 부족한 돈을 채웠다. 남 씨의 딸들은 어린이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큰 딸은 6살. 둘째 딸은 2살 때 어린이모델로 데뷔했다. 어린이 용품과 의류모델로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모델 요청이 뜸하다. 아이의 나이가 먹어서다.

라올 씨는 현재 무직상태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코로나로 수입원이 끊겼다. 공연이 모두 취소됐다. 일용직 근무로 생계를 이어갔다. 부모의 책임감으로 공사판에 나섰다. 그나마도 공사장에서 부상을 당했다. 손을 다쳐 일을 못 하고 있다. 현재는 재해수당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남 씨는 남편의 현재 모습에 눈물 짓는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 일용직 근로자로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요.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거든요. 더군다나 음악가의 재산인 손을 다쳤잖아요. 남편 몰래 많이 울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의 생활이 어려운 거는 만국 공통인 것 같아요.”

남 씨와 라올 씨의 공통점이 있다. 자녀에게 모든 희망을 걸고 있다. 딸들이 예술인으로 성공하길 바라고 있다. 딸을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생각이다. 자신이 못 이룬 꿈을 딸들이 이뤄주길 기도하고 있다. 남 씨와 라올 씨의 희망은 모든 부모의 꿈이기도 하다.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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