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흐응. 어~~흐응.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인왕산 호랑이 얘기가 아니다. 어느 화가 작업실 얘기다.
호랑이를 그리는 화가가 있다. 여류화가다. 뜻밖이다. 여자가 호랑이를 그리다니.
화제의 인물은 김영진(53) 화가다. 김영진의 작업실은 호랑이로 가득 차있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호랑이다. 호랑이 천국이다. 주변사람들은 말한다. 호랑이에게 기를 뺏기지 않느냐고. 여자가 너무 강한 것 아니냐고. 위로 겸 걱정의 말을 건넨다.
김영진은 왜 호랑이에 빠졌을까. 궁금해서 물어봤다.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호랑이에게서 편안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설렘에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말했다. 휴식처의 안락함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작가 스스로를 표현하고 싶어서다. 겉모습과 다른 호랑이의 내면이 자신과 비슷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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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랑이를 주제로 그린 김영진 화가 작품. <사진=김영진 화가> |
호랑이는 백수의 제왕이다. 단독 생활을 한다. 사자와 다른 성질을 갖고 있다. 특히 수컷의 행동은 천지(天地)차이다. 수컷 호랑이는 먹이를 잡으면 암컷과 새끼부터 먹인다. 그들이 먹고 나서야 자신이 먹는다. 남은 것이 없으면 굶는다. 그래서일까. 호랑이는 영물이라 일컫는다.
사자는 다르다. 사자는 집단생활을 한다. 먹이를 잡으면 일단 숫사자가 먼저 먹는다. 암컷과 새끼가 먹으려 하면 곧바로 응징한다. 근처에도 못 오게 한다. 철저한 서열주의다.
김영진은 호랑이의 부성애에 빠져들었다. 배려하고 온화하게 살아가고 싶은 자신의 내면을 그리고 싶었다. 겉모습과 다른 내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김영진은 지난해 호랑이 작업에 열중했다. 그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표현이 달라졌다. 색감부터 모든 것이 달랐다. 어느 날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편안함이 묻어났다. 힘든 날도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견뎌냈다.
붓이 가는대로 호랑이를 그렸다. 호랑이를 그리기 위해 동물원도 여러 번 갔다. 호랑이와 말없는 대화도 했다. 그렇게 그린 호랑이가 20점에 달했다.
김영진은 지난해 호랑이로 개인전을 열었다. 인사동 올갤러리에서 열렸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김영진의 내면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호랑이를 그릴 때 받았던 주변의 걱정을 싹 씻어냈다.
김영진은 호랑이 개인전이 단순한 전시회에 머물지 않기를 원했다. 호랑이를 통해 한민족의 정기를 되살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백두대간의 정기를 지키는 호랑이의 위엄을 표현하고자 했다. covid19의 어려움 속에서 정치 경제 열강들의 중심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강함과 존엄함을 상징하고자 한다.”(작가노트 중에서)
김영진의 전공은 시각디자인이었다. 8년간 일본생활을 했다. 2년은 미국에서 살았다. 남편 직장을 따라 외국생활을 했다. 일본에서 보석디자인을 공부했다.
귀국 후 보석다자이너를 했다. 보석상도 운영했다. 15년의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사업이 번창했다. 꽤나 유명세를 탔다. 코로나 발생 때 가게를 접었다.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이 생겼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김영진은 경력 3년의 초보화가다. 2020년 미술에 발을 내딛었다. 유화를 선택했다. 부드러움 보다는 투박함이 좋아서다. 캔버스에 실리는 힘의 느낌이 좋았다. 이런 느낌을 살리기 위해 붓보다는 나이프를 사용한다.
김영진의 유화 도전은 신의 한수였다. 잠재된 소질이 용암처럼 흘러 내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실력이 부쩍부쩍 늘었다. 주변의 탄성을 자아냈다. 자신의 끊임없는 노력이 뒷받침 됐다.
김영진의 수상경력은 화려하다. 국내외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대한민국 회화 대상전 서양화 부문 특선. 파리 국제아트쇼 서양화 최우수작가상 등 여러 대회에서 수상했다. 짧은 시간에 이뤄낸 성과다.
김영진은 2023년 주제를 자연의 소리로 정했다. 50살이 넘으며 삶의 무게를 느껴서다. 50살이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다. 하늘의 뜻을 알아 겸손하게 살기 위해서다. 배려와 겸손을 자연에서 찾기 위함이다.
김영진은 올해부터 호랑이와 함께 꽃을 그리고 있다. 자연의 순리를 배우고 싶어서다. 꽃은 계절 따라 피고 지는 순종적 삶을 살다 간다.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미련 없이 떠난다. 꽃의 삶처럼 자신도 그리 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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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진 화가의 작업실은 호랑이 그림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사진=김영진 화가> |
김영진의 꽃에 대한 인식은 어떤 것일까. 철학적 사고를 담고 있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인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꽃 중의 꽃은 인연의 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김영진)
지천의 나이에 자연과 인연을 맺게 된 김영진. 그녀가 그려낼 인연의 작품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기다려진다.
토요경제 / 김병윤 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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