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애플페이 부정결제 취소 권한 없다”…피해자 ‘발동동’

산업 / 김자혜 / 2023-10-10 10:25:01
아이폰 소매치기 당해 발생한 부정결제 피해배상 막막
▲ 현대카드가 카드업계서 망설였던 애플페이를 주도적으로 국내 도입했지만, 소비자를 보호하는 규정에선 미흡한 점을 드러냈다. 해외에서 아이폰 분실 후 카드 분실신고까지 추가로 하지 않으면 피해액을 보상해주지 않는다는 사례가 나왔다. <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 당시 금융당국이 전제한 ‘소비자 보호 대책’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례를 드러냈다. 아이폰 분실로 애플페이 부정결제 피해를 본 이용자는 본인의 귀책이 없음을 현대카드에 직접 입증해야 했고, 2주가 지난 후에야 보상을 받았다.

 

10일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영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유튜버 안 모 씨는 황당한 사건을 겪었다. 런던 소재의 한 카페에서 아내가 아이폰을 소매치기당한 지 한 달여 만에 영국과 거리가 먼 아랍에미리트에서 애플페이로 부정결제가 발생한 것이다.

 

분실된 아이폰 애플페이 지갑에는 현대카드와 영국 HSBC 카드가 연동돼 있었다. 두바이에서 부정결제한 일당은 애플페이 지갑의 현대카드를 사용해 3804파운드(639만원)을 결제했고 HSBC은행 카드에서는 1105파운드(186만원)를 사용해 총 4909파운드(825만원)가 빠져나갔다.

 

안 씨는 결제 문자를 확인한 즉시 영국 HSBC은행과 현대카드에 연락해 사고 금액 결제취소를 요청했다. 안 씨는 아이폰 분실 당시 바로 원격으로 아이폰을 분실모드로 전환해 타인이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했지만, 각 카드사에 별도로 연락해 신용카드 분실 신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HSBC은행은 사고를 바로 접수하고 피해액도 취소했다.

 

반면 현대카드는 결제 취소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현대카드 고객센터에서는 안 씨에게 “애플페이는 현재 국내 카드에 대해 외국계 은행 HSBC와 같이 펜딩(미결) 제도가 없어 직접 결제를 취소할 권한이 없다”며 “비자(VISA)로 매입도 넘어가 취소 권한이 비자로 넘어간 상태”라고 했다.

 

현대카드 본사에서는 본지의 취재에 애플페이 부정결제 보상 불가 근거로 금융감독원의 분실・도난 보상 모범규준을 들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안 씨의) 최초 사고 접수 시, 금감원 모범규준 상 비밀번호 등의 인증을 통해 결제되는 부정사용 건은 보상이 불가함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 규준에서는 애플페이와 같은 간편결제의 비밀번호를 누설해 카드 부정사용이 발생하면 회원 보상이 불가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안 씨는 수차례 현대카드에 연락을 취한 결과 피해자가 스스로 비밀번호 누설 사실이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했다. 다행히도 안 씨의 경우 유튜브 촬영을 위해 소매치기 상황과 피해를 입증할 만한 영상자료를 갖고 있었다. 반면 안 씨와 같이 입증자료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할 경우 아이폰 분실 후 부정결제가 발생해도 사실상 구제받을 길이 없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회원(안 씨)이 추가 제공한 자료 검토 결과 사고 매출에 대한 회원 과실이 없음을 확인했고 보상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지난 2월 국내 애플페이 도입에 앞서 “고객의 귀책 없는 개인정보 도난, 유출 등으로 야기된 손해에 대해 책임(약관에 반영)지는 등 소비자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 한 바 있다.

 

토요경제 / 김자혜 기자 kj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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