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육성 시급한데”…정부 ‘순환근무’ 강화에 은행들 ‘난색’

산업 / 김자혜 / 2023-09-12 11:58:20
금융당국, 2025년까지 은행 내 동일 부서 장기근무자 5%로 축소
은행권 ‘전문 인력’ 양성 힘 싣지만, 최장 5년 이상 활용 어려워
“횡령사고 교차검증 부재 탓…직무별로 채용해 은행 경쟁력 키워야"
▲시중은행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데이터, 디지털, 기업금융 등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있지만 5년이내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활금융당국이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한 부서에서 최대 5년 이상 근무할수 있는 근무자 비율을 축소하기 때문이다.  <사진=금융위원회>

 

국내 시중은행들이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데이터‧디지털, 기업금융 등 각 분야의 전문가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정부가 내놓은 내부통제 강화 정책에 따른 ‘순환근무’ 의무화 강화 정책 탓에 인력 양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이 추진 중인 국내 은행 내부통제 혁신안에는 은행 내 ‘동일 부서 장기근무자’ 비율을 지난해 3월 8%(6043명) 수준에서 오는 2025년 말 5%(3199명)까지 줄이도록 규정했다.

장기근무자는 같은 영업점서 3년 근무하거나 동일 본점 부서에서 5년 넘게 근무한 직원을 말한다. 단, 외환‧파생 같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거나 계좌‧실물 관리를 하지 않는 업무지원 부서 직원은 일부 제외하는 규정도 뒀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정책 추진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금융회사 직원의 일탈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데 목적이 있다. 실제 대형 횡령사고의 경우 동일 부서, 동일 업무의 장기근무자가 저지르는 공통된 특징을 보이는데, 정부는 순환근무를 강화해 부정행위가 발생할 잠재적 확률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6월에도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 정책에 부합해 은행들도 지난 6~7월에는 정기인사를 통해 장기 근속직원 90% 이상의 부서를 이동시키기도 했다.

문제는 내부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정부의 순환근무 강화 정책이 디지털금융 서비스에 꼭 필요한 전문가 양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 양성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데 반해, 숙달된 직원을 한 부서에서 최대 5년까지만 활용할 수 있게 돼서다.

빅테크 시장의 확대로 양질의 전문가 품귀 현상이 고착화된 금융권에서는 그야말로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하나은행은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외부기관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또한 그룹 차원에서 2025년까지 금융 데이터 인력 확대 프로젝트를 진행해 2500명의 금융 데이터 인력을 육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를 위해 하나은행은 이달 중앙대학교와 디지털과 데이터 전문 인력 양성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양질의 인재 육성에 나섰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K-디지털 트레이닝을 진행해 연간 약 200여명의 디지털 교육생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세 및 통계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부동산 빅데이터 센터를 오픈한 KB국민은행 그동안 내부에 분산돼 있던 인력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높였다. 또한 내부 인력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데이터분석, DB운영, AI모델링, 시장분석 등 다양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2027년까지 기업금융 점유율 1위 달성을 목표로 내건 우리은행은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시로 양질의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현장 중심의 인사체계를 강화하고 실적에 따라 기본급여의 최대 300%까지 인센티브를 파격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기업여신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관련 임원을 달게 해주는 제도 등을 도입할 방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통상 한 부서의 업무를 익히는데 2~3년이 걸리지만 5년 만에 순환근무를 하게 되면 업무 전문성을 쌓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금융 서비스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강조하는 내부통제가 우선돼야 하므로 순환근무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통제를 막기 위한 은행직원의 순환근무는 직무 전문성을 약화할 뿐 아니라 사고에 대한 명확한 대안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은행은 자기 직무에 따라 채용해 전문성을 키우지만, 횡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앞서 발생한 횡령 사고들은 교차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은행들은 공개 채용으로 인력을 뽑고 이 중에서 관리자를 선별해 양성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이러한 방식보다 직무별로 인력을 채용하면 개개인의 업무 경쟁력을 크게 높이는데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순환근무가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가급적 전문성을 위해서는 장기근무 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감시하는 단계가 관건”이라며 “장기근무자의 인사 관리체계에서 무조건 순환근무를 적용하지는 않고 전문직의 경우 장기근무 적용배제 조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토요경제 / 김자혜 기자 kj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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