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송파구 롯데GRS 본사 전경. [롯데GRS] |
롯데GRS가 롯데리아 중심의 외식기업에서 커피, 해외사업, 상생 공급망을 함께 키우는 종합 외식 플랫폼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롯데리아가 여전히 핵심 수익원이지만, 국내 버거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일 브랜드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GRS는 브루잉 커피 전문 브랜드 ‘스탠브루’를 앞세워 카페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재 8개 수준인 매장을 연내 2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위례와 마곡에 직영점을 열어 주거지, 오피스, 역세권 등 입지별 테스트를 진행한 뒤 올해부터 본격적인 가맹사업에 들어갔다.
롯데GRS가 스탠브루를 키우는 이유는 분명하다. 롯데리아는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지만,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구조는 부담이다. 버거 시장은 맥도날드, 버거킹, 맘스터치, 프랭크버거 등 기존·신흥 브랜드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정 브랜드에 실적이 쏠리면 시장 변화에 대응할 여지가 줄어든다.
카페사업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축이다. 롯데GRS는 기존에도 엔제리너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엔제리너스 매장 수는 2020년 513개에서 현재 250개 수준으로 줄었다. 국내 커피시장이 저가커피와 스페셜티 커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기존 카페 브랜드만으로는 성장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스탠브루는 이 틈을 겨냥한다. 저가커피처럼 무리하게 출점하기보다, 수익성이 검증된 상권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매장을 늘리는 방식이다. 롯데GRS 관계자는 “스탠브루는 대형상권보다는 주거지나 오피스상권에서 테스트를 오래 진행했다”며 “효율성과 수익성을 고려해 적합한 상권 위주로 출점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무 흐름도 다각화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함께 보여준다. 롯데GRS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1189억 원을 기록했다.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넘어선 성과다. 외형 회복에는 롯데리아가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의 과제는 매출 규모보다 수익원을 얼마나 넓히느냐다. 커피, 컨세션, 해외사업이 보조축을 넘어 실제 성장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해외사업도 롯데GRS의 중요한 성장 카드다. 롯데리아는 베트남 등 해외시장에서 오랜 운영 경험을 쌓아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도 지난해 롯데리아 해외 진출에 관여하며 외식 글로벌 사업 참여도를 높였다. 롯데GRS 입장에서는 국내 버거시장 포화와 외식비 부담을 해외 성장으로 보완해야 하는 시점이다.
상생경영도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사업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있다. 롯데GRS는 지난달 25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우수사례 ‘윈윈 아너스’에 선정됐다. 협력사인 농업회사법인 해성팜과 함께 추진한 ‘청년농부 선순환 프로젝트’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청년농부 선순환 프로젝트는 청년농부의 안정적인 정착과 영농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롯데GRS는 농업용품과 모종 지원, 판로 연계 확대 등을 추진했고, 해성팜은 청년농부가 생산한 농산물의 전처리와 유통을 맡았다. 청년농부에게는 안정적인 판로가 생기고, 협력사는 물량을 확보하며, 롯데GRS는 신뢰도 높은 식재료 공급망을 갖추는 구조다.
최근에는 프로젝트 시즌4도 가동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석유류 가격이 오르고 농산물 운송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청년농부의 생산 외 비용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롯데GRS는 청년농부가 생산한 농산물을 협력사를 통해 가공한 뒤 올 하반기 롯데리아 신메뉴 원재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사회공헌이 실제 메뉴 개발과 공급망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롯데GRS는 지난해 11월에도 ‘2025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유공 포상’에서 청년농부 선순환 프로젝트와 ‘롯리단길 프로젝트’ 등의 공로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윈윈 아너스 선정은 상생 활동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롯데그룹의 ‘원롯데’ 식품 전략도 롯데GRS에는 우호적인 배경이다. 롯데웰푸드와 일본 롯데제과는 이달 싱가포르 합작법인을 공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 법인은 한·일 롯데 식품사의 아시아 사업을 총괄하며 생산, 영업, 물류, 마케팅을 통합 관리한다. 식품 제조와 외식 사업이 직접 합쳐지는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 시장에서 롯데 식품 브랜드의 인지도와 유통망이 강화되면 롯데GRS의 해외 외식사업에도 시너지 여지가 생긴다.
특히 롯데 식품사업은 해외에서 이미 성장성을 확인하고 있다. 롯데웰푸드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1조2047억 원으로 전년보다 14.4% 증가했고, 일본 롯데제과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약 9000억 원의 해외 매출을 올렸다. 빼빼로의 올해 1분기 해외 매출도 33% 증가했다. 롯데GRS가 해외 외식사업을 확대할 때 그룹 차원의 식품 브랜드 경쟁력은 중요한 후방 지원이 될 수 있다.
결국 롯데GRS의 변화는 롯데리아 하나로 버티던 구조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다. 롯데리아는 여전히 핵심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스탠브루가 커피사업을 맡고, 해외사업이 성장 여지를 만들며, 청년농부 프로젝트가 상생형 식재료 공급망을 뒷받침해야 한다. 여기에 그룹의 원롯데 식품 전략까지 더해지면 롯데GRS는 단순 프랜차이즈 운영사를 넘어 식품·외식·상생 공급망을 연결하는 플랫폼형 외식기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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