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AI 엔지니어링·개발 담당자와 디지털플랫폼 모바일 서비스 기획자를 채용하고 있다. 채용 접수 기간은 지난 오는 30일까지다. 두 분야 모두 대리·과장급 경력자가 대상이다.
이번 채용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AI 담당자의 주요 업무다. 한화투자증권은 MTS와 ‘PLUS APP’의 AI PB 서비스 개발을 채용 업무에 명시했다. AI를 단순한 투자정보 요약 도구가 아니라 고객과 직접 만나는 자산관리 서비스로 확장하려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MTS 경쟁은 이미 주문 속도와 수수료 경쟁을 넘어섰다. 투자자는 국내 주식뿐 아니라 해외주식, 채권, 연금, 펀드, 디지털자산 정보까지 한 앱에서 보길 원한다. 단순 매매 앱보다 투자 판단을 돕는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AI PB 개발은 이 변화에 맞춘 전략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MTS를 개편했다. 국내·해외주식의 사용자환경을 통합하고, 연금과 금융상품, 디지털자산 정보를 한 앱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주식 원문 공시를 AI로 번역·요약하고 투자 포인트를 제공하는 ‘AI 공시’ 기능도 탑재했다. 디지털자산 데이터 플랫폼 쟁글과 연계해 가상자산 시세, 뉴스, 리서치 자료를 제공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기존 개편이 투자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단계였다면, 이번 AI PB 개발은 자산관리 서비스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작업이다. 고객이 정보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별 투자 성향과 관심 자산에 맞춘 설명과 안내를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화투자증권 같은 중소형 증권사에는 AI PB가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대형 증권사에 비해 지점망과 전문 PB 인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회사는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고객 접점을 넓힐 필요가 있다. AI PB가 안정적으로 구현되면 비대면 고객에게도 일정 수준의 투자정보와 자산관리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AI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 구축도 함께 진행된다. 한화투자증권은 AI 연구·개발망과 상용 AI 활용을 위한 클라우드 시스템을 조성하고, 사내 그래픽처리장치 서버 관리와 모델 업데이트를 담당할 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회사 내규와 업무편람을 검색·활용하는 검색증강생성(RAG) 기반 사내 AI 서비스 개발도 채용 업무에 포함됐다.
이는 대고객 서비스와 내부 업무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는 구조다. 고객에게는 AI 공시와 AI PB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내부적으로는 업무 문서 검색, 보고서 작성, 신용분석 자동화 등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AI를 단발성 기능이 아니라 회사 운영 체계 안으로 넣으려는 시도다.
모바일 플랫폼 인력 보강도 같은 맥락이다. 디지털플랫폼팀은 투자·콘텐츠 관련 서비스 개발과 제도 변화 및 신사업 추진에 따른 신규 모바일 서비스 기획을 맡는다.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고객의 앱 이용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경력자를 우대한다. 기술 개발과 서비스 기획을 동시에 강화하는 셈이다.
조직 내부의 변화도 진행 중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달 초 사내 ‘디지털 혁신 AI 경진대회’를 마무리했다. 대상을 받은 채권 신용분석 자동화 시스템을 비롯해 상품보고서 자동 작성, 채권마켓 웹 구축, 인사 업무 자동화 등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제시됐다. 회사는 우수 인력을 ‘디지털 리더’로 선발해 혁신 과제와 정보기술 프로젝트에 투입할 방침이다.
이런 흐름은 실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증권업은 시장 상황에 따라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 실적 변동성이 크다.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려면 자산관리, 금융상품, 디지털 고객 기반을 키워야 한다. AI PB와 MTS 고도화는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금융상품과 연금, 해외주식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다만 AI PB가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금융투자 서비스에서 AI의 설명은 단순 안내가 아니다.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추천 근거의 정확성, 설명 가능성, 고객 성향 반영, 부적합 상품 안내 차단, 오류 발생 시 책임 체계가 명확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생성형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보안과 모델 검증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투자정보를 다루는 AI가 잘못된 사실을 제시하거나 고객 성향과 맞지 않는 상품을 안내하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AI PB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려면 기술 개발 못지않게 투자자 보호 장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한화투자증권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채용 공고 이상의 의미가 있다. MTS 개편, AI 공시 도입, 디지털자산 정보 제공, 사내 AI 경진대회, 전문 개발자 채용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문 중심 증권 앱을 넘어 투자정보와 자산관리, 내부 업무 혁신을 결합한 디지털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전략이다.
증권사 MTS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고객은 더 빠른 주문보다 더 쉬운 정보, 더 정확한 설명, 더 편리한 자산관리를 원한다. 한화투자증권이 AI PB를 통해 중소형 증권사의 디지털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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