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칩 스타트업 ‘인수 대신 라이선스’…반독점 규제 우회 전략

기업분석 / 최성호 / 2025-12-27 10:14:26
월가 “M&A 리스크 피하면서 추론 시장 경쟁력 강화…주가에도 긍정적”
▲엔비디아 로고/사진=자료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미국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칩 스타트업 그로크(Groq)와 인수·합병(M&A)이 아닌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선택한 배경을 두고, 반독점 규제를 의식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월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 지배력 확대 과정에서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선택이라는 평가다.


26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투자사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라스곤은 최근 보고서에서 “엔비디아의 거래는 반독점 이슈가 핵심 리스크가 될 수 있지만, 비독점 라이선스 구조를 취함으로써 경쟁이 존재한다는 형식적 명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엔비디아에 대해 매수 의견과 함께 목표주가 275달러를 제시했다.

앞서 그로크는 지난 24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그로크의 AI 추론 기술에 대해 엔비디아와 비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창업자인 조너선 로스 CEO와 사장 서니 마드라를 포함한 핵심 인력이 엔비디아에 합류해 라이선스 기술의 발전과 확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이와 관련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CNBC는 그로크 측 관계자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그로크의 기술과 자산을 현금 200억달러(약 29조원)에 확보하는 구조라고 보도했다. 이는 형식상 인수가 아닌 라이선스 계약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핵심 기술과 인력을 흡수하는 효과를 노린 거래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2016년 설립된 그로크는 대규모 언어모델의 추론 속도를 높이는 AI 가속기 칩 설계에 특화된 스타트업으로, 지난해 9월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기업가치 69억달러(약 10조원)를 인정받았다. 조너선 로스 CEO는 과거 구글에서 텐서처리장치(TPU) 개발에 참여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로이터 통신은 그로크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사용하지 않는 설계 구조를 채택한 기업 중 하나로,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메모리 수급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평가했다. 이는 추론 중심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포트폴리오를 보완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월가에서는 이번 거래가 AI 모델 학습을 넘어 추론 영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시장 흐름 속에서 엔비디아의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회사 캔터 분석팀은 “엔비디아는 이번 거래를 통해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며 “AI 시장 전반의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목표주가 300달러를 유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놀랍고 비싼 거래지만 전략적”이라며 “엔비디아가 AI 산업의 중심축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맞는 전문 칩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긍정적 전망 속에 26일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2% 오른 190.53달러로 마감했다.

한편 그로크는 2023년 8월 차세대 AI 칩 생산을 위해 삼성전자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로크는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반도체 공장의 첫 고객사로 알려지며 관심을 끈 바 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성호
최성호 안녕하세요. '토요경제' 최성호 입니다.
기자 페이지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CJ그룹, 중앙일보 인수자금 어디서…CJ ENM·CJ올리브네트웍스 출자 득실은

    CJ그룹, 중앙일보 인수자금 어디서…CJ ENM·CJ올리브네트웍스 출자 득실은

    CJ그룹의 중앙일보 인수는 자금조달보다 주주 설득이 더 까다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자금을 부담하는 계열사와 사업적 이익을 얻는 계열사가 다를 경우 투자 명분과 수익 배분구조를 함께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CJ그룹의 재무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앙일보 인수에 참여하는 CJ그룹(회장 이재현)은 지주회사 직접 출자와 미디어 계열

    2
    CJ·신세계, 중앙일보 인수 다른 셈법…JTBC가 변수

    CJ·신세계, 중앙일보 인수 다른 셈법…JTBC가 변수

    CJ그룹과 신세계가 중앙일보 인수에 손을 잡았지만 투자 목적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신세계는 재무적 투자(FI)를 내세우지만 중앙일간지가 지닌 정무적·대외적 가치도 무시하기 어렵다. 반면 CJ는 투자 부담을 나누면서 향후 JTBC와 콘텐츠 자산 확보에 나설 여력을 남기는 전략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주목된다.21일 투자은행(IB)업계와 금융감독원 공시 등에

    3
    9월 자동차보험 손해율 9.2%p 하락…누적도 소폭 개선

    9월 자동차보험 손해율 9.2%p 하락…누적도 소폭 개선

    9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작년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올해 누적 손해율도 소폭 개선됐다.23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사의 올해 1~9월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단순 평균 84.7%로 작년 동기보다 0.8%포인트(p) 하락했다.9월 손해율은 85.0%로 작년 동월 대비 9.2%p 떨어졌다.9월 강수량

    4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폴란드 천무 유도탄 공장 내달 4일 기공식…현지 생산체계 구축 본격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폴란드 천무 유도탄 공장 내달 4일 기공식…현지 생산체계 구축 본격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방산기업 WB그룹과 추진하는 천무 유도탄 생산공장의 공식 기공식을 오는 11월 4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생산한 무기를 수출하는 방식에서 현지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단계로 협력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24일 폴란드 경제전문매체 WNP와 현지 지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WB그룹은 폴란드 서부 고르주프비엘코폴스키에

    5
    코스맥스, 규정 검토 2년 새 52% 증가 전망…K뷰티 수출 확대 대응

    단독 코스맥스, 규정 검토 2년 새 52% 증가 전망…K뷰티 수출 확대 대응

    국내 대표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의 제품 규정 검토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K뷰티 브랜드들이 국내 판매와 해외 진출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제품 개발 단계부터 국가별 성분·시험 기준을 확인하는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20일 토요경제 취재 결과 코스맥스(대표 최경·이병만)의 올해 제품 관련 규정 검토 건수는 3만5000건을 넘어설 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