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근로자 체포 몰랐다”…백악관 실세 밀러, 이민단속 넘어 외교까지 영향력 논란

기업분석 / 이덕형 / 2026-02-05 10:02:06
조지아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300명 체포 파장…‘하루 3000명 추방’ 설계자 밀러 권력 집중 도마
▲트럼프 대통령 수행하는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체포 사건 당시 상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강경 이민 정책을 주도해 온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막강한 영향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내부 권력 구조를 분석한 보도에서 지난해 9월 조지아주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된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석방을 요청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사건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기자들에게도 사건을 ICE 공식 발표 직전에야 들었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체포된 근로자들이 불법 체류자였고 단속 당국이 법 집행을 수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는 조지아 사태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내부 정책 조율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WSJ은 이러한 정책 충돌의 중심에 밀러 부비서실장이 있다고 분석했다. 밀러는 트럼프 집권 2기 이민 정책 설계를 총괄하며 하루 3000명 추방이라는 강경 목표를 제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연간 최대 추방 기록인 40만 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실제 추방 규모도 ICE 내부 자료 기준 약 47만5000명, 국토안보부 발표 기준 약 67만5000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지아 공장 체포 사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산업 현장 중심의 대규모 단속을 자제하라는 입장을 주변에 전달했지만, 밀러는 강경 단속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논란이 된 ‘적성국 국민법’을 활용해 일부 이민자를 엘살바도르 교도소로 송환하는 방안과,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이는 대형 건자재 매장 ‘홈디포’ 급습 작전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밀러는 미네소타주에서 소말리아계 사기범 단속 명목으로 ICE 요원 대규모 투입을 주도했고,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총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희생자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SNS 글을 올리며 정치적 논란을 확산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강경 정책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여론 악화를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지만, 백악관 내부에서 밀러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현재 비밀경호국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자택 주변 시위가 이어지자 가족 거처를 군 기지로 옮긴 상태다.

밀러의 역할은 이민 정책을 넘어 외교·안보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남미 마약 운반선 격침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그린란드 영유권 확보를 공개적으로 주장했으며, 베네수엘라 사안에 대해서도 언론 인터뷰에서 발언을 이어갔다. 다만 일부 발언은 대통령 사전 승인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정책은 그의 소관이 아니라며 불만을 표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밀러를 트럼프 행정부 강경 정책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하면서도, 정책 결정 과정에서 권한 집중이 심화될 경우 외교·경제 정책 조율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 투자 현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단속 사건이 한미 산업 협력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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