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중기 특화 증권사 7곳 지정…모험자본 공급망 키운다

증권·자본시장 / 위아람 기자 / 2026-07-10 09:48:53
BNK·IBK·SK·리딩·유진·코리아에셋·한화투자증권 선정
지정기간 3년으로 확대…정책금융 인센티브로 중소·벤처 자금조달 지원
▲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한 Ai이미지

 

금융위원회가 중소·벤처기업의 자본시장 자금조달을 확대하기 위해 7개 증권사를 제6기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로 지정했다. 은행 대출 중심의 중소기업 자금조달 구조를 채권 발행, 유상증자, 펀드 투자 등 자본시장 방식으로 넓히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9일 BNK투자증권, IBK투자증권, SK증권, 리딩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를 제6기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로 지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지정 기간은 3년이다.

중기 특화 금융투자회사 제도는 중소·벤처기업의 자본시장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2016년 도입됐다. 지정 증권사들은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채권 발행, 유상증자, 펀드 운용, 출자 등을 지원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중기 특화 금융투자회사들은 제도 도입 이후 지금까지 중소·벤처기업에 총 17조9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했다.

이번 지정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지정 기간 확대다. 금융위는 중기 특화 금융투자회사 지정 주기를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중소·벤처기업 금융은 단기 성과보다 기업 발굴, 투자 검토, 자금 회수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지정 기간을 늘려 증권사들이 중장기 영업 전략을 짜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인센티브도 강화된다. 증권금융은 다음달부터 중기 특화 금융투자회사를 대상으로 증권담보대출 만기를 최대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다. 기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와 만기 우대도 신설한다. 중기 특화 증권사들이 더 긴 호흡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유동성 지원을 늘리는 방식이다.

정책금융기관도 지원에 나선다. 산업은행 등은 중기 특화 증권사 전용펀드를 조성하고, 펀드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중기 특화 금융투자회사에 주는 가점을 기존보다 50% 이상 확대할 예정이다. 국민성장펀드 운용사 선정 때도 도전 리그와 소형 리그 등 일부 분야에 가점을 신설한다.

기업은행은 중기 특화 금융투자회사가 조성하는 펀드에 대한 출자 규모를 기존 265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키울 방침이다. 증권사들이 중소·벤처기업 전용 펀드를 만들 때 정책자금이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가 이 제도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중소기업 자금조달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국내 중소기업은 여전히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다. 담보나 신용등급이 부족한 벤처·혁신기업은 성장 가능성이 있어도 대출 문턱을 넘기 어렵다.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금융이 필요한 이유다.

대형 증권사 중심의 기업금융도 한계가 있다. 대형 증권사는 대기업, 우량 상장사, 대형 인수금융 거래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검토 비용이 많이 드는 중소·벤처기업 금융은 후순위로 밀리기 쉽다. 중기 특화 증권사 제도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장치다.

이번에 지정된 증권사들은 대형사보다 중소기업 금융에 특화된 영업망과 기업 발굴 역량을 내세울 수 있다. 금융위가 정책금융 인센티브를 붙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증권사가 중소·벤처기업 금융에 뛰어들려면 수익성과 위험 부담을 맞춰야 한다. 대출 만기 연장, RP 우대, 정책펀드 가점, 기업은행 출자 확대는 그 부담을 낮추는 수단이다.

이번 조치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부동산과 가계대출로 쏠린 자금을 기업 성장자금으로 돌리려면 은행 대출 규제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본시장에서 중소·벤처기업이 채권을 발행하고, 유상증자를 하고, 펀드를 통해 성장자금을 유치하는 통로를 넓혀야 한다. 중기 특화 증권사는 그 연결 창구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지정 증권사가 실제로 중소·벤처기업 자금공급을 얼마나 늘릴지가 관건이다. 정책 인센티브가 증권사의 조달비용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실제 자금조달 비용 인하와 투자 확대까지 이어져야 한다. 금융위가 6기 지정기간 안에 최대 3곳을 추가 지정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시장 수요와 성과를 보며 제도를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번 지정은 7개 증권사 선정 자체보다 자금 흐름의 방향을 바꾸려는 데 의미가 있다. 금융위는 중소·벤처기업 금융을 은행 대출 중심에서 자본시장 중심으로 넓히려 한다. 중기 특화 증권사 제도가 성과를 내려면 지정 간판보다 실제 자금공급 실적이 중요하다. 이번 6기 증권사들의 역할은 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CJ, 중앙일보 인수전 막판 등판…이재현의 투자 공식과 다른 세 가지 변수

    CJ, 중앙일보 인수전 막판 등판…이재현의 투자 공식과 다른 세 가지 변수

    예비입찰에 불참했던 CJ그룹이 중앙일보 본입찰을 사흘 앞두고 다우키움그룹과 공동 인수를 추진하면서 막판 행보를 바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현 회장의 기존 투자 결정 패턴에 비춰 새로운 제안이나 거래조건 변화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다우키움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오는 19일 중앙일보 인수 본입찰에 참

    2
    정의선 6년,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현대차 밖' 성장…현대제철·현대캐피탈 해외 확장

    정의선 6년,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현대차 밖' 성장…현대제철·현대캐피탈 해외 확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취임 6년 동안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주요 계열사의 사업구조도 달라졌다. 완성차 생산과 판매를 지원하던 계열사들이 외부 고객과 독자적인 시장을 확보하면서 그룹의 수익 기반을 넓히고 있다.14일 취임 6주년을 맞은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주목할 변화는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가 새로운 성장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정몽구 명예회

    3
    정의선 6년, 현대차그룹 '추격자의 문법' 바꿔…공장, AI·로봇 키워

    정의선 6년, 현대차그룹 '추격자의 문법' 바꿔…공장, AI·로봇 키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취임 6년의 핵심 변화는 자동차 제조기반의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는 데 있다. 기존 공장과 공급망을 인공지능(AI)·로봇 기술의 실증 및 사업화 기반으로 활용하면서 자동차 중심의 산업구조를 확장하고 있다.14일 취임 6주년을 맞은 정의선 회장은 2020년 10월 14일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그룹 경영을 이어받았다. 정몽구 체제가

    4
    [게임업계동향] 카카오게임즈 '도깨비의세계' 매출 1위…쿠키런은 할리우드로

    [게임업계동향] 카카오게임즈 '도깨비의세계' 매출 1위…쿠키런은 할리우드로

    게임업계에서 신작 흥행과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 다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신작 MMORPG로 앱마켓 매출 1위에 올랐고 데브시스터즈·그라비티·네오위즈는 영화와 보드게임, 출판·공연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대표 한상우)가 퍼블리싱하고 슈퍼캣이 개발한 2.5D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

    5
    SK하이닉스 솔리다임, 美 로비 2022년 종료 신고…신설법인은 해외투자 규제 대응

    SK하이닉스 솔리다임, 美 로비 2022년 종료 신고…신설법인은 해외투자 규제 대응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 사업이 법인 재편을 거치면서 미국 정부 대응체계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과거 로비업체의 활동 종료 신고가 확인된 가운데 올해 신설법인이 체결한 계약에는 해외투자 규제 준수가 공식 의제로 등장했다.16일 토요경제가 미국 연방의회 로비활동 공개시스템(LDA)과 SK하이닉스 공시를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대표이사 곽노정)의 미국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