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지배구조 8→5위…제도개혁 점수 올랐지만 '밸류업 쏠림'은 과제

증권·자본시장 / 위아람 기자 / 2026-11-05 10:15:20
ACGA 평가 57.1→62.8%…12개국 가운데 개선폭 가장 커
상장사 평가 10.7점 상승…호주와는 12.2%p 격차·성과 대형사 집중
▲금융위원회 [연합뉴스]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평가 순위가 아시아·태평양 12개 시장 가운데 공동 5위까지 올라섰다. 

 

상법 개정과 주주권 강화가 실제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까지 이어지면서 평가가 크게 개선됐다. 다만 선두권과 점수 차이가 남아 있고 기업가치 제고 성과가 일부 초대형 기업에 집중됐다는 평가도 있어 제도 변화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지가 다음 과제로 꼽힌다.

5일 아시아지배구조협회(ACGA)의 'CG Watch 2026'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평가점수는 62.8%로 2023년 57.1%보다 5.7%포인트 상승했다. 조사 대상 12개 시장 가운데 가장 큰 개선 폭이다. 순위는 2023년 8위에서 올해 말레이시아와 함께 공동 5위로 뛰었다.

한국은 2016년 12위에서 2018년과 2020년 9위, 2023년 8위를 거쳐 올해 역대 최고인 5위까지 올라왔다. 올해는 처음으로 홍콩과 인도를 모두 앞섰다. 호주가 75.0%로 1위, 일본이 69.8%로 2위를 차지했고 싱가포르 67.8%, 대만 67.4%가 공동 3위에 올랐다.

순위보다 눈에 띄는 것은 평가를 끌어올린 부문이다. 직전 평가와 비교해 한국의 상장회사 부문 점수는 10.7점 상승했다. 투자자 부문은 7.9점, 정부 부문은 6.9점 올랐다. 법·제도만 바뀐 것이 아니라 상장회사와 기관투자자의 행동 변화까지 평가에 반영됐다는 의미다.

상법 개정이 가장 직접적인 변곡점으로 꼽힌다. 지난해와 올해 세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확히 하고 독립이사 제도와 감사위원 선임 절차, 자사주 관련 규율 등을 강화했다. 올해 정기주주총회부터는 주총 의결권 행사 결과를 당일 공개하도록 제도도 바뀌었다. ACGA는 이 같은 변화를 주요 진전으로 평가했다.

ACGA가 한국의 지배구조 개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ACGA는 지난 2023년 평가에서 한국의 주주권 강화 입법이 더디고 명확한 지배구조 개혁 로드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도 효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3년 뒤 평가는 상당 부분 바뀌었다. ACGA는 지난 6월 9일 한국 국회와 정부에 이례적으로 공개 감사서한을 보내 최근의 지배구조 개혁 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와 독립이사 제도, 감사위원 선임 절차 개선 등을 의미 있는 변화로 봤다.

기업 행동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의 올해 1~9월 자기주식 소각 규모는 90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21조4000억원의 4.2배 수준이다. 배당금도 2023년 37조4000억원에서 2024년 41조원, 지난해 56조원으로 증가했다.

ACGA가 이번 평가에 새로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서도 한국은 3.5점을 받았다. 일본 4.0점에 이어 주요 시장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으며 대만 3.0점, 싱가포르와 중국 각각 2.5점을 웃돌았다. 정부가 추진한 밸류업 정책이 해외 기관투자자의 평가에서도 일정 부분 성과를 인정받은 셈이다.

다만 순위 상승을 국내 상장사 전체의 지배구조가 선진시장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한국의 전체 점수 62.8%는 일본보다 7.0%포인트, 1위 호주보다 12.2%포인트 낮다. 공동 5위인 말레이시아의 점수도 63.2%로 한국보다 0.4%포인트 높지만 ACGA가 0.5%포인트 이내 시장에 같은 순위를 부여하면서 공동 순위가 됐다.

밸류업의 확산 범위도 과제다. ACGA는 한국에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활발해진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기업가치 제고 성과가 일부 초대형 기업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대형 상장사의 주주환원 확대가 중견·중소 상장사까지 확산돼야 시장 전체의 지배구조 변화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관투자자의 역할도 추가 검증 대상이다. 한국 스튜어드십코드는 올해 7월 2016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전면 개정됐다. ESG와 지속가능성 요소를 반영하고 공동 관여 활동을 인정하는 등 적용 범위를 넓혔으며 개정안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다만 ACGA는 공동 관여 활동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 등 일부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결과에서 확인되는 변화는 한국 지배구조 개선이 정책 발표 단계에서 실제 법 개정과 기업 행동 변화 단계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2023년에는 밸류업 정책의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해는 상장회사 부문의 평가점수가 가장 큰 폭으로 높아졌다.

다만 현재 공개된 것은 국가별 종합 순위와 주요 평가 결과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ACGA의 한국 기업지배구조 상세보고서는 오는 12월 별도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 보고서에서 이사회 독립성과 소수주주 보호, 공시, 기관투자자 역할 등에 대한 세부 평가가 나오면 이번 5위 상승의 강점과 남은 취약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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