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을 끊어야 산다⑦] 청소년 도박 1777명 스스로 나왔다…자진신고 상시화 시험대

도박을 끊어야 산다 / 김지영 기자 / 2026-09-08 08:55:21
평균 15.5세·10개월간 300만원…카지노형 95.9%
초기면담 1504명 중 95.1% 전문기관 연계
치유 후 위험도 낮아져…경찰, 10월까지 상시·추가 운영 검토
▲ Ai 작성 이미지 [토요경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제가 1777명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냈다. 신고 청소년 95% 이상이 전문 치유기관과 연결됐고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도박문제 지표도 개선됐다. 지난달 말 한시 운영은 끝났지만 제도를 계속 운영해야 할 근거는 오히려 분명해졌다. 청소년 도박 대응의 다음 과제는 ‘얼마나 단속했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발견해 치료로 연결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교육부와 성평등가족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지난 5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 전국에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한 결과 총 1777명이 신고했다. 경찰청 주관으로 전국 단위 자진신고제를 운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7월 토요경제가 캠페인 ⑤편에서 다룬 중간 집계는 806명이었다. 이후 신고가 계속 들어오면서 최종 인원은 1777명까지 늘었다. 신고자 가운데 본인이 직접 신고한 청소년은 1501명으로 전체의 84.5%였다. 보호자 신고는 276명이었다. 고등학생이 963명, 중학생이 813명이었으며 초등학생도 1명 포함됐다.

숫자보다 눈여겨볼 대목은 신고 청소년의 도박 양상이다. 평균 연령은 15.5세였고 평균 도박 기간은 10개월, 평균 사용 금액은 300만원이었다. 슬롯과 바카라 등 카지노형 게임이 신고 사례의 95.9%를 차지했다. 청소년 도박 문제가 스포츠 경기 결과에 돈을 거는 수준을 넘어 휴대전화에서 반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지노형 도박으로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발견 시점도 문제다. 평균 15.5세 청소년이 평균 10개월 동안 도박한 뒤에야 신고했다는 것은 학교와 가정이 상당 기간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일부 사례에서는 도박자금 문제가 가족 갈등이나 불법사금융, 절도·사기 등 다른 문제로 번진 사실도 확인됐다. 청소년 도박을 단순한 교칙 위반이나 개인 일탈로 처리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번 결과에서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은 신고 이후다. 초기 면담을 마친 1504명 가운데 1430명, 95.1%가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전문기관으로 연결됐다. 신고자를 적발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치료체계 안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치유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수치도 처음 제시됐다. 치유프로그램 참여 청소년 160명을 분석한 결과 도박문제 선별척도 평균 점수는 참여 전 4.81점에서 참여 후 2.22점으로 2.59점 낮아졌다. 위험군 비율은 25.6%에서 11.9%, 문제군 비율도 16.9%에서 8.1%로 내려갔다. 전체 신고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 결과는 아니어서 이를 곧바로 재발 방지 효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조기 개입과 전문 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처벌과 치유를 분리한 것도 특징이다. 현재 치유프로그램을 이수한 222명 가운데 166명은 훈방이나 즉결심판 청구 등 선처를 받았고 56명은 입건·송치됐다. 도박 규모와 행위 내용, 반성 정도, 치유프로그램 참여 여부 등을 종합해 처분을 달리한 것이다. 무조건 처벌하거나 무조건 면책하는 방식이 아니라 치료 가능성과 사안의 중대성을 함께 판단하는 구조다.

자진신고는 수사 단서도 만들었다. 경찰은 면담 과정에서 확인된 불법 도박사이트 464개의 폐쇄·삭제를 관계기관에 요청했다. 불법사금융 피해가 확인된 청소년 5명에게는 관련 지원을 연계하고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 한 명의 신고가 개인 치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불법사이트와 금융 피해를 찾아내는 통로로 연결된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신고 계기다. 학교전담경찰관의 교육과 홍보를 통해 신고한 청소년이 1183명으로 전체의 66.6%를 차지했다. 인터넷·포스터 등 홍보매체를 통한 신고는 13.7%, 친구 등 주변 권유는 10.1%, 학교 안내는 6.2%였다. 청소년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학교 안에서 반복적으로 접점을 만드는 것이 실제 신고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자진신고 기간이 지난달 31일 종료됐다는 점이다. 청소년 도박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1777명의 신고를 통해 평균 10개월 동안 문제를 숨긴 채 생활하는 청소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청은 오는 10월까지 전문기관 연구를 통해 이번 제도의 효과를 분석한 뒤 자진신고제를 상시 운영하거나 추가 운영할지를 검토할 예정이다. 여기서 판단해야 할 핵심은 단순 신고 건수가 아니다. 신고 이후 치료 연결률과 재발률, 학교생활 복귀 정도, 불법사금융 피해 감소 등까지 장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제도를 상시화한다면 보완할 부분도 있다. 평균 10개월이라는 도박 기간을 줄이기 위해 중학교 단계부터 조기 발견 체계를 강화하고, 카지노형 온라인 도박에 맞춘 예방교육도 필요하다. 신고 이후에는 도박 문제와 채무, 불법추심, 가족 갈등을 각각 처리하지 않고 하나의 사례로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1777명은 단순한 신고 통계가 아니다. 숨어 있던 청소년 도박 문제를 제도 안으로 끌어낸 숫자다. 그리고 95.1%의 전문기관 연계율은 신고 이후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보여준다.

한시적인 캠페인으로 끝내기에는 확인된 문제가 크다. 청소년이 도박에 빠진 뒤 처벌하는 것보다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출구를 항상 열어두는 편이 낫다. 첫 전국 자진신고제의 진짜 성패는 1777명을 찾아낸 데 있지 않다. 이 경험을 일회성 제도에서 상시적인 조기 발견·치유 체계로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렸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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