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마주하고 있는 '함정'

기자수첩 / 이강민 기자 / 2025-05-30 09:43:09
18.46% 호반이 두렵지 않은 5.78%,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우호 지분이라는 모래성 위의 경영권
▲ 경제부 이강민 기자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주식회사에서 지분은 매우 중요하다. 의사결정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과반의 지분을 갖는 게 적절하다. 그래서 많은 경우 최대한 지분율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며, 기업 간 거래에선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 거래에 웃돈을 얹는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회사의 경영권을 위해 많은 지분을 보유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바로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이야기다.

최근 호반건설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기존 17.44%에서 18.46%까지 늘렸다. 단순 투자 목적이라 밝혔지만, 일각에선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다만 업계는 현재로선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조원태 회장에 우호적인 지분이 45.61%에 달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언급되는 이유는 조원태 회장이 직접 보유한 지분이 얼마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우호적인 지분이 45.61%까지 평가될 수 있는 것일까.

한진칼의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이 직접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5.78%이다. 친족인 조현민(5.73%), 이명희(2.09%), 조중연, 조동건, 이태희 등의 지분을 합산하면 14.4%다. 여기에 정석인하학원(1.9%), 일우재단(0.14%), 정석물류학술재단(0.95%), 사우회(1.09%)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20.13% 정도다.

호반건설이 보유한 지분이 18.46%인 점을 감안하면, 수치상 큰 차이는 아니다. 충분히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수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조원태 회장의 마법 같은 우호 지분 확보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먼저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2020년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지원하며 조 회장을 도왔다. 조 회장은 이 자금으로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고, 산업은행은 10.58%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다음은 델타항공이다. 대한항공은 2019년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를 맺었고, 이후 델타는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며 현재는 14.9%를 보유 중이다.

전략적 자사주 활용도 빼놓을 수 없다. 한진칼은 최근 자사주 44만44주(0.66%)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했다. 의결권이 부활되는 구조라 사실상 조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기능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자사주 활용을 두고 시민단체가 조원태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조원태 회장은 직접 보유한 5.7%와 특수관계인 지분 14.43%만으로 25.48%의 우호 지분에 기댄 채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는 '기괴하고 모순적' 기회로, 경영권을 여전히 쥐락펴락하는 '빈틈'을 쉽게 뚫고 들어가는 중이다.


그들만의 리그, 재벌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러한 '노하우'는 기실 겉보기엔 치밀하지만 실체는 취약하다. 델타항공은 민간 항공사이며 산업은행 역시 영원히 지분을 들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선 "이러한 지분 연합이 얼마나 단단한지도 의문"이라는 당황스러움과 황당함이 가득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누가 뭐래도 산업은행과 델타항공은 '투자자'이지, 조원태 개인의 정치적 후견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조원태는 여전히 회장이다. 한편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지분 385만6002주를 2025년 5월 29일 종가 15만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5784억원 수준이다. 호반건설이 보유한 지분 1232만1774주의 가치는 약 1조848억원에 달한다. 한진칼의 전체 시가총액은 약 10조원에 육박한다.

주식회사에서 지분율은 매우 중요하다.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과반의 지분'을 갖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처럼 정반대임에도 불구하고 오직 '전략적 판단'을 통해 지분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며 체면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늘 정치공학적으로 기업간 '신경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딱 한번 실수할 경우, 함정에 빠져 바닥으로 빠르게 추락하기 마련이다. 

 

최근 시민단체가 조원태 회장을 고발했다고 한다. 시민단체가 바보는 아니다. 기업보다 더 영리하고 더 똑똑하다. 그들이 말하는 '비윤리적 경영'은 도대체 누구를 향한 비아냥과 조롱일까.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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