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법 301조 전면 가동…한국도 ‘관세 조사권’ 사정권

기업분석 / 최성호 / 2026-02-23 08:39:03
브라질·중국 조사 착수, 아시아 ‘과잉생산’ 겨냥…트럼프 관세 복원 전략 본격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미국이 무역법 301조를 다시 꺼내 들며 주요 교역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브라질과 중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과잉 생산과 보조금 정책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대미 무역흑자가 큰 한국 역시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관세 정책을 유지·확대하겠다는 강경한 통상 기조를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ABC, CBS 등 주요 방송 인터뷰에서 “브라질과 중국에 대해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시작했고, 과잉 생산 능력을 가진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국가들이 소비를 초과하는 물량을 생산하면서 보조금으로 가격을 왜곡하고 글로벌 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며 “미국 산업과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외국의 불공정 무역행위가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할 경우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거나 제재할 수 있도록 한 대표적 통상 수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이 조항을 근거로 중국산 제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으며, 현재도 중국산 제품 평균 관세율은 약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조치는 미중 무역전쟁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번 조치는 미국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상호관세 정책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이후에도 관세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대응 성격이 강하다.

이어 그리어 대표는 “무역법 122조에 따른 글로벌 관세 15% 조치가 종료되면 301조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관세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말했다. 무역법 122조는 긴급 상황에서 최대 5개월간 일시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다.

특히 한국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USTR은 “301조 조사가 주요 교역 상대국 대부분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한국은 미국의 대표적인 무역적자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철강 등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다. 미국 내에서는 한국과 일본, 중국, 베트남, 대만 등이 ‘과잉 생산’ 및 ‘보조금 경쟁’ 대상국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 공급망 재편과도 맞물려 있다. 미국은 자국 내 제조업 부흥을 위해 반도체법(CHIPS Act),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해외 생산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통한 견제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과의 연관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은 오는 3월 말 또는 4월 초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어 대표는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며, 중국이 희토류 공급과 구매 약속을 이행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밝혔다. 희토류는 전기차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자원으로, 중국이 글로벌 공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사실상 ‘관세 복원’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무역법 301조를 확대 적용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동맹국 기업들도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 기업의 경우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배터리, 철강, 태양광 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결국 이번 조치는 단순한 통상 분쟁 대응을 넘어 미국 제조업 보호와 공급망 통제라는 전략적 목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핵심 통상 정책 수단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출국들의 통상 리스크도 다시 확대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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