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發 통상 리스크 현실화…美 의회 증언, ‘301조 관세 카드’로 번지나

기업분석 / 이덕형 / 2026-02-24 07:52:24
법사위 7시간 비공개 조사, 차별 여부 입법 검토…한국 규제·수사, 통상 분쟁 변수로 부상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운데)가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 하원 법사위에서 비공개 증언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미국 연방 하원이 쿠팡 한국법인 대표를 소환해 비공개 증언을 진행하면서, 단순 기업 수사를 넘어 한미 통상 관계 변수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를 활용한 신규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쿠팡 사례가 ‘외국 정부의 차별적 조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리스크로 부상했다. 이는 한국 정부의 기업 규제와 미국의 통상 대응이 직접 충돌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는 워싱턴DC 레이번 빌딩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를 상대로 약 7시간에 걸친 비공개 조사(deposition)를 진행했다. 법사위가 공식 조사 절차를 통해 증인을 소환한 것은 단순 의견 청취를 넘어 향후 입법 또는 정책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로 해석된다. 

 

특히 법사위 대변인이 “모든 것이 열려 있다”고 언급하면서 공개 청문회 및 입법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시사한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번 조사 배경에는 쿠팡을 둘러싼 한국 정부의 수사와 규제 조치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소환장 문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대해 차별적 대우를 지속하고 있다”고 명시했으며, 이는 통상 분쟁 프레임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이다. 

 

쿠팡 미국 투자자들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에 무역법 301조 조사를 공식 청원한 상태로, 의회 조사와 행정부 조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외국 정부의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무역 관행에 대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통상 수단이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이 조항을 근거로 중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무역전쟁을 촉발한 바 있다. 

 

이번 쿠팡 사안이 301조 적용 근거로 채택될 경우, 특정 기업 이슈가 국가 간 통상 분쟁으로 확대되는 선례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안의 본질을 ‘기업 규제 이슈’와 ‘통상 압박 카드’가 결합된 복합 리스크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쿠팡 관련 수사가 정보유출, 산업재해 은폐, 위증 의혹 등 형사 및 행정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이를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로 해석할 여지를 열어둔 상태다. 이는 동일 사안을 두고 규제와 통상이라는 서로 다른 프레임이 충돌하는 구조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쿠팡의 법적 리스크보다 중요한 변수는 ‘정치적 리스크의 확산 가능성’이다.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로 미국 투자자 비중이 높고,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역시 글로벌 자본이다. 

 

따라서 미국 정치권이 자국 투자자 보호 논리를 앞세울 경우, 쿠팡 이슈는 단순 기업 문제가 아니라 투자 보호 및 통상 정책 이슈로 전환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관세 정책을 강화하는 기조와 맞물리면서 쿠팡 사안은 상징적 사례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관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조사 착수 자체만으로도 협상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주요 수출 산업 전반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한미 경제 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보고 있다. 쿠팡은 한국에서 사업을 운영하지만 미국 자본 기반 기업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으며, 이번 사례는 글로벌 자본이 국내 규제 환경을 통상 이슈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향후 외국계 투자기업 규제와 통상 정책 간 균형 문제가 중요한 정책 과제로 부상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쿠팡의 법적 문제 자체보다, 이를 둘러싼 정치·통상적 활용 가능성에 있다. 의회 조사, 행정부의 301조 검토, 투자자의 통상 청원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는 통상 분쟁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전형적 패턴으로 평가된다. 

 

향후 공개 청문회 개최 여부와 미 무역대표부(USTR)의 공식 조사 착수 여부가 한미 통상 관계의 방향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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