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무디스 A1 뒤엔 ‘튼튼한 본업’ 있다

증권·자본시장 / 위아람 기자 / 2026-06-25 06:22:51
1분기 별도 순이익 3301억원·신계약 CSM 4159억원
보장성보험·투자손익·디지털 전환이 만든 장기 성장
▲ 지난해 고객보장대상에서 연설하고 있는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 [교보생명]

 

교보생명이 1분기 실적과 신용등급에서 동시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별도 기준 순이익은 3300억원대를 지켰고, 신계약 CSM은 60% 넘게 늘었다. 여기에 무디스 A1, 피치 A+, 국내 3대 신용평가사 AAA 등급까지 이어졌다. 보험사가 오래 신뢰받으려면 돈을 잘 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약속한 보험금을 끝까지 지급할 수 있는 재무 체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최근 교보생명의 강점은 바로 그 지점에서 확인된다.

교보생명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458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2854억원보다 60.7% 증가한 수치다.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3301억원으로 전년 동기 3153억원보다 4.7% 늘었다. 연결 기준 증가 폭이 컸고, 별도 기준으로도 안정적인 이익 흐름을 이어갔다.

실적의 질도 나쁘지 않다. 1분기 투자손익은 25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보험손익은 1848억원으로 13.3% 늘었다. 보험 본업과 자산운용이 함께 개선됐다. 보험사는 금리와 주가 변동에 민감하다. 그럼에도 교보생명은 장·단기 채권 교체 매매, 우량 자산 편입, 주식·대체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투자손익을 방어했다.

더 중요한 지표는 CSM이다. CSM은 보험사가 앞으로 벌어들일 미래 이익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교보생명의 1분기 별도 기준 신계약 CSM은 4159억원으로 전년 동기 2573억원보다 61.6% 증가했다. 1분기 말 누적 CSM도 6조6869억원으로 2025년 말 6조5110억원보다 2.7% 늘었다. 단기 투자손익이 아니라 보장성보험 중심의 미래 이익 기반이 커졌다는 뜻이다.

이는 상품 전략의 결과다. 교보생명은 건강보험, 암보험, 간병보험 등 보장성 상품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교보K-맞춤건강보험’도 같은 흐름이다. 일반심사와 간편심사를 결합한 복합심사형 상품으로,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는 고객도 질병 이력과 무관한 보장은 일반심사로 가입할 수 있게 설계했다. 고령화와 유병자 증가라는 구조적 변화에 맞춘 상품이다.

신용등급도 교보생명의 재무 체력을 뒷받침한다. 교보생명은 6월 무디스로부터 보험금지급능력 A1 등급을 받았다. 2015년 국내 생보사 중 처음으로 A1 등급을 받은 이후 12년 연속 유지다. 무디스는 전속설계사 중심의 영업력, 안정적인 수익성, 양호한 자본 적정성을 등급 근거로 봤다. 올해 초에는 피치로부터 A+ 등급을 14년 연속 유지했고, 5월에는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보험금지급능력 AAA 등급도 받았다.

자본 건전성도 안정권이다. 1분기 경과조치 적용 후 K-ICS 비율은 214.2%다. 지난해 말 226.0%보다는 낮아졌지만,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130%를 크게 웃돈다. 보험업계는 자본 규제 강화와 금리 변동성에 계속 노출돼 있다. 따라서 교보생명에도 자본의 질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다만 현재 비율만 놓고 보면 지급여력은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이다.

리더십의 방향도 본업 중심이다. 신창재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은 올해 경영 과제로 ‘고객 완전보장’을 제시했다. 완전 가입, 완전 유지, 정당한 보험금 지급을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보험사의 평판은 판매 순간이 아니라 보험금 지급 순간에 결정된다. 교보생명이 전속설계사 조직과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디지털 전환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교보생명은 6월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EQBR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보험료 수납·보험금 지급 기술검증을 완료했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보험료 납부와 보험금 지급 과정을 디지털 지갑, 블록체인 인프라와 연결하는 실험은 의미가 있다. 장기적으로 지급 속도와 거래 투명성,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교보생명의 강점은 단기 유행을 좇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생명보험은 긴 사업이다. 고객과의 약속은 수십 년 뒤 보험금 지급으로 완성된다. 그래서 보험사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꾸준한 이익, 충분한 자본, 흔들리지 않는 신뢰다. 교보생명은 1분기 순이익, CSM 성장, 200%대 K-ICS, 글로벌 신용등급을 통해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보여줬다.

물론 과제도 있다. K-ICS 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낮아졌고, 자본 규제는 더 엄격해지고 있다. 보험업계 전반의 성장성 둔화와 GA 중심 판매 경쟁도 부담이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외형 경쟁보다 보장성보험, 전속채널, 자산부채관리, 소비자보호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단기 판매량보다 장기 신뢰를 택한 전략이다.

교보생명의 1분기 실적은 화려한 숫자만으로 읽을 사안이 아니다. 별도 순이익 3301억원, 신계약 CSM 4159억원, 누적 CSM 6조6869억원, K-ICS 214.2%, 무디스 A1 12년 연속 유지. 이 숫자들이 말하는 것은 하나다. 교보생명은 돈을 버는 보험사를 넘어, 오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보험사의 조건을 갖춰가고 있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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