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복귀 선언한 李대통령…‘END 이니셔티브’로 한반도 대결 종식 구상

정치·사회 / 최성호 / 2025-09-24 05:30:14
“교류·정상화·비핵화” 3축 평화 로드맵 제시…민주주의 회복·AI 미래 비전까지 포괄한 유엔 메시지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냉전 구도를 종식시키기 위한 ‘END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핵심 축으로 삼아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공존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복귀를 천명하며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할 것임을 선언했다. AI 시대의 민주주의 강화, 기후 위기 대응, 유엔 개혁 등도 주요 메시지로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연설에서 “교류, 관계 정상화, 비핵화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 대화로 한반도 적대와 대결을 종식해야 한다”며 이른바 ‘END 이니셔티브’를 공식 제시했다.

이 구상은 단절된 남북 대화의 복원을 넘어 북미 관계 개선과 국제사회의 협력까지 포괄하는 청사진이다. 특히 그는 “상대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행위도 할 뜻이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고리를 끊고 실질적 신뢰를 쌓자는 제안으로 해석된다.

다만 비핵화 문제에서는 현실주의적 태도를 드러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절대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단기간 해결은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대통령은 “비핵화는 엄중한 과제지만 단기간에 풀 수 없는 사안”이라며 “냉철한 인식 위에서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는 기존의 ‘중단-축소-비핵화’ 3단계론을 유지하되, 경직된 접근을 피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유연한 해법을 찾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대화의 문을 닫지 않으면서도 현실적 한계를 인정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민주주의 대한민국’ 복귀 선언

연설의 또 다른 핵심은 ‘민주주의 복귀’ 메시지였다. 이 대통령은 “내란의 어둠에 맞서 이뤄낸 빛의 혁명은 유엔 정신의 성취를 보여준 역사적 현장이었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은 전 세계와 공유할 가치”라고 말했다.

그는 한강 작가의 문학적 표현을 인용하며 “대한민국 국민이 보여준 회복력은 유엔과 국제사회 전체의 성취”라고 강조했다. 이는 12·3 비상계엄 사태 극복 이후 한국 민주주의가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상징적으로 선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기후 위기, 전쟁, 기아 등 인류 공동의 과제 해결을 위해 유엔의 기능 강화 필요성도 지적했다. 특히 안전보장이사회의 비상임이사국 확대와 대표성 제고를 주장하며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해답”이라고 역설했다.
 

▲유엔 총회 기조연설하는 이재명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또 한국이 유엔과 함께 걸어온 80년 역사를 강조하며, 앞으로도 “더 책임 있는 일원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겠다”고 약속했다.

AI 시대를 주도할 비전도 제시됐다. 그는 “AI 시대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간다면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라는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라면서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 혁신과 직접민주주의 강화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이 다음 달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에서 ‘APEC AI 이니셔티브’를 선도적으로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모두를 위한 AI’ 비전을 국제사회의 뉴노멀로 정착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한국이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도 천명했다. 그는 “올해 안에 책임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으며, 2028년 칠레와 공동 개최하는 제4차 유엔 해양총회를 통해 지속가능한 해양 발전 연대를 구축하겠다고도 했다.

K-컬처를 통한 국제 연대 상징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K컬처의 성공은 인류 보편의 공감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문화적 연대의 힘을 강조했다. “대한민국 국민이 든 오색빛 응원봉처럼 유엔과 국제사회가 인류 미래를 밝히는 희망의 등불을 들어달라”는 호소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번 기조연설은 ▲한반도 평화 해법으로서의 ‘END 이니셔티브’ ▲민주주의 복귀 선언 ▲AI와 기후 대응 비전 등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국내 민주주의 회복을 국제사회 복귀와 연결한 동시에, 한반도 평화 구상과 글로벌 의제 리더십을 포괄한 전략적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의 반응은 불투명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END 이니셔티브’가 실제 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제사회 협력과 북미 관계 개선이 병행되지 않는 한, 남북 교류·정상화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이 민주주의 회복을 천명하고 AI·기후·해양 등 미래 의제를 선도하겠다고 밝힌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외교 전문가는 “한국은 이제 안보 당사자일 뿐 아니라 글로벌 아젠다를 이끄는 중견국가로 자리매김하려 한다”며 “END 이니셔티브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경우 한국 외교의 위상은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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