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된 지 1년 6월, 판결은 겨우 2건…답답한 ‘중대재해법’ 재판

산업 / 양지욱 / 2023-06-01 08:00:26
국내 건설산업 사고사망률 OECD 경제 10대 국가 중 1위…영국보다 10배 이상 높아
올해 3월말까지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14건 뿐
판결로 주는 '분명한 메지지' 가 중대재해법 '경각심' 일깨울 수 있어
▲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건설현장,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사진=토요경제 제공>

 

국내 건설산업 사고사망률이 OECD 경제 10대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26일 펴낸 건설동향브리핑 908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건설산업 ‘사고사망십만인율’은 20.0으로 조사됐다. 사고사망십만인율은 근로자 10만명 당 사고사망자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는 OECD경제 10개국 평균인 7.9보다 약 2.53배 수준이며 가장 낮은 영국(1.9)보다 10배 이상 높다.

특히 우리나라 다음으로 높은 캐나다 사고사망십만인율는 12.4 수준으로 우리나라 건설산업 사고사망률이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왔다.

참고로 2020년 OECD GDP기준 경제 상위 10개국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대한민국, 호주, 스페인 순이다.

우리나라는 기업의 안전보건조치를 강화하고, 안전투자를 확대해 산업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2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시행되고 있다.

법 시행 첫 해인 2022년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전년대비 39명 감소했지만 중처법이 적용된 50인 이상 사업장 사망 근로자는 256명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8명(3.2%) 늘었다.

■ 올해 1분기 중대재해사고 사망근로자 수 49명

지금도 전국 산업현장에서는 중대재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중대재해 사고 건수가 48건, 사망자는 4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7~29일 석가탄신일 연휴기간에도 3건의 중대재해사고가 발생했다. 시티건설이 시행한 충남 아산 서부내륙고속도로 12공구 현장, 남광건설의 광주 서구 오피스텔, ㈜타이가의 경기 안산 호수공원 수영장 공사 현장 등이다.

하루에 3건의 중대재해사고가 발생한 날도 있다. 지난 22일 롯데건설, 한화, 디에스건설이 진행하는 공사 현장이다.

올해 1분기 재해 주원인은 물체에 맞음 18명(14.1%), 끼임 16명(12.5%), 깔림·뒤집힘 11명(8.6%)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명(63.6%), 3명(23.1%), 7명(175%) 늘었다.

안전보건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방지할 수 있는 사고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고들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등에 해당한다고 보고 조사에 나섰지만 수사 인력의 한계로 수사 결과가 신속하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중대재해사고가 발생하면 1차적 수사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담당하지만 그들은 임금체불문제, 근로자와 사용자간의 민원업무 등에 치여 중대재해사고 수사에 집중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기준 중대재해로 수사에 착수한 총 229건 중 기소의견 송치는 52건(22.7%)이며, 내사 종결이 18건, 검찰에 기소의견을 달아 송치한 게 34건이다. 남은 177건은 여전히 수사 중이다.

이중에서 올해 3월 말까지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겨우 14건에 불과하다.

법원에 기소된 건수도 매우 적지만 재판이 느리게 진행되면서 법 시행 1년 4개월 만에야 겨우 2건의 판결이 나왔다.

1호 판결은 경기 고양시 소재 요양병원 증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하청 노동자 추락사와 관련해 온유파트너스 정00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호 판결은 철강 제조 공장 하청 근로자가 떨어진 방열판에 사망하자 원청인 한국제강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더딘 중처법 재판이 원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실효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노무법인 ‘조율’ 대표 함지호 공인노무사는 토요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위기의식도 느끼고 경각심도 가지고 있었지만, 수사나 재판 등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다 보니 긴장감이 예전만큼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8월 ‘2022 한국노동사회포럼’에서 발언한 '중대재해법 취지는 처벌보다는 예방에 있다'는 언급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에서 네번째)이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더딘 재판에 중대재해법 효과 미미 … ‘분명한 판결 메시지’ 필요

중대재해법은 사건 발생 원인, 사건에 대한 기소 관련 판례가 쌓여 나가면서 법의 효과가 나타나지만, 지금은 시행 초기인 데다 진행되는 수사와 재판 결과가 모호해 기업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법 집행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함 대표는 "안전관리 주체인 경영자를 위해 안전보건장치를 어떻게 운영하고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명확한 중처법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곧 두성산업을 시작으로 삼강에스앤씨, 건륭건설, 엠텍, 시너지건설, 만덕건설, 평화오일씰공업, 태성종합건설, 홍성건설 등의 재판이 예정돼 있다.

또한 중대재해법 제 1호 사건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채석장 붕괴 사고는 정도원 삼표그룹 총수까지 기소된 상태다.

산업현장에서는 판결이 곧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산재 사망사고로 기소된 기업에, 재판부가 어디까지 적용하고 양형을 얼마나 선고 할 지에 관심이 매우 높다.

다가오는 재판 결과가 경영자에게는 ‘분명한 메지지’로 전달될 것이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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