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독주 흔드는 GDDR7…삼성전자, AI 메모리 판도 재편 노린다

IT·플랫폼 / 최영준 / 2025-09-18 02:11:39
엔비디아 추론용 AI 가속기, 삼성 GDDR7 수요 폭발
월 45만장 범용 메모리 생산능력으로 공급난 속 주도권 확보
DDR4 가격 급등과 HBM4 개발이 2025년 실적 반등 가속
▲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최영준 기자>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에서 한때 SK하이닉스에 밀렸던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시장의 판도 변화 속에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새 AI 가속기 ‘루빈 CPX’에 HBM 대신 그래픽 D램(GDDR) 최신 규격인 GDDR7을 탑재하면서다.

GDDR7은 처리 용량은 HBM보다 적지만 속도가 빠르고 가격이 40% 수준에 불과해 AI 추론 단계에서 비용 효율이 탁월하다. 학습 단계에서 수백 대의 가속기가 동시에 구동되던 초기 AI 환경과 달리, 추론 단계에선 상대적으로 적은 장비가 필요해 비용 절감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엔비디아가 중국용 AI 가속기 ‘B40’에도 GDDR7을 적용할 계획이라는 점은 삼성전자에 직접적 호재다. KB증권은 “엔비디아가 최근 삼성전자에 GDDR7 공급 확대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는 B40이 올해 100만 대 출하될 것으로 예상하며, 삼성전자의 GDDR7 매출을 3억8400만달러(약 5301억원)로 추산했다. AI 추론용 시장이 커질수록 삼성의 GDDR7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월 45만장 생산능력, 공급난 속 유일한 대규모 공급자인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강점은 대규모 생산능력이다. 시티그룹은 내년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수요 대비 각각 1.8%, 4%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버 교체 주기가 도래하면서 메모리 수요가 더 커지고 있지만 반도체 업체들은 업황 불확실성 탓에 범용 D램 설비를 크게 늘리지 못했다. 새로 증설된 시설도 상당수가 차세대 HBM 생산에 집중돼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월 45만장 규모의 범용 메모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3사 전체 생산량의 41%에 달하는 수치다. 대규모 생산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설비 유연성까지 갖춘 삼성은 공급난이 심화될수록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전망이다.

KB증권은 “범용 D램과 6세대 HBM(HBM4) 생산능력을 모두 갖춘 삼성전자가 내년 공급 부족 국면의 직접적 수혜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에 우호적인 요인은 또 있다. 구형 제품인 DDR4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며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소비자용 DDR4 가격이 85~90%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은 이 수요를 잡기 위해 DDR4 생산 기간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매출을 117조9000억원, 영업이익을 11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2.4% 감소하지만 내년에는 29조1000억원, 2027년에는 41조3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향 HBM 공급이 예정된 데다 GDDR7과 DDR4의 공급 확대가 맞물리면서 내년부터 실적에 본격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단기 실적 개선을 넘어 AI 메모리 생태계의 주도권까지 겨냥한다. HBM4 개발이 정상 궤도에 오른 가운데 GDDR7 대량 공급까지 병행하며 AI 학습부터 추론까지 아우르는 투트랙 전략을 가동 중이다.

추론 메모리 시장이 커지고 GDDR7이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잡을 경우 삼성전자가 가격 결정과 생태계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삼성은 대규모 생산능력을 발판으로 HBM과 GDDR7을 동시에 키우며 AI 메모리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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