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아픔과 고난의 연속이다. 그 가운데 일제강점기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다. 일제는 36년간 우리의 삼천리 금수강산을 수탈하고 농락했다. 군산은 그런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대표적인 도시다. 김병윤 대기자는 지난 100여 일 이런 아픔의 도시 군산의 이곳저곳을 돌았다. 그리고 다시 웅비하는 군산을 목도했다. 김병윤 대기자가 둘러본 ‘군산 이야기’를 ‘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일환으로 매주 2회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
사진 촬영의 명소 ‘장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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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도 대장봉 일몰 <사진=박정훈 연구원 제공> |
‘장자도(壯子島)’는 현자(賢者)의 섬이다. 큰 인물이 나온다는 섬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이 섬에서는 인물이 많이 나왔다. 예전 일이다. 130여 명 인구 중에 법조인만 7명이 나왔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장수(長壽)마을이라고도 불린다. 현재 180여 명이 살고 있다. 85세 이상이 20여명이다. 얼마 전 돌아가신 분이 103세였다. 통계로 봐도 마을 유래에 신빙성이 있다. SBS에서 장수마을로 방영도 됐다.
장자도의 상징은 ‘대장봉’이다. 명칭에 설화가 있다. 어떤 도인이 지었다고 한다. 고군산군도를 지휘하는 봉우리가 되라고. 대장봉 정상에 올라보라. 높이는 142m 밖에 안 된다. 낮다고 우습게 보지마라. 정상에 오르는 길이 꽤 가파르다. 가팔라서 좋은 점도 있다. 운동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계단이 설치돼 낙상 위험은 없다. 정상에 서면 느낄 것이다. 대장봉의 가치를. 고군산군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가슴이 뻥 뚫린다. 사방의 섬들이 발아래 고개를 숙인다. 드넓은 바다가 손바닥 안에 놓인다.
장자도는 사진 촬영의 명소로도 유명하다. 국내 사진작가들이 뽑은 ‘포토존1번지’로 선정됐다. 사진작가들이 줄을 잇는 이유다. 아마추어 사진동호회도 즐겨 찾는다. 등산객도 휴대폰을 누르기에 바쁘다. 고군산군도의 아름다움을 놓치기 싫어서다. ‘한국산악연맹’도 대장봉의 절경을 인정했다. 고군산군도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점찍었다. 이런 이유일까. 방송촬영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장봉을 오르다 보면 우뚝 선 바위를 볼 수 있다. 산 중턱에 있다. 숨이 목에 찰 때쯤 모습을 나타낸다. 전설의 ‘할매바위’다. 사연은 이러하다. 남편이 한양에 과거시험을 보러갔다. 장원급제했다. 금의환향했다. 부인은 정성스레 밥상을 차려 내왔다. 그런데 남편 옆에 웬 여인이 서 있었다. 새 부인이 배시시 웃고 있었다. 부인은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 바위가 됐다. 사실은 새 부인이 아니였다. 남편을 따라온 수행원이였다. 애달픈 사연이다. 사연을 들은 여인들은 발길을 떼지 못한다.
장자도는 일찍부터 어업이 활성화됐다. 1919년 ‘어업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지금 군산수협의 모태다. 장자도는 부자 섬이다. 고군산군도의 섬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장자도 주민은 최근에 수입이 많이 증가했다. 2017년 ‘장자대교’ 개통 이후 3배 정도 소득이 늘었다. 교통이 편리해져 관광객이 많이 찾는 탓이다. 장자대교는 선유도와 장자도를 연결한다. 인구도 늘어났다. 고향을 떠난 사람이 돌아오고 있다. 먹고살기 좋은 고향에 다시 터전을 잡고 있다.
주민의 70%가 어업에 종사한다. 숙박업도 겸하고 있다. 펜션 촌이 형성됐다. 유럽풍 외관은 이국적 느낌마저 든다. 8개 업소가 70여 개 방을 운영한다. 여행객이 편히 쉴 수 있다. 힐링 쉼터를 갖추고 있다.
이 섬에서는 무얼 먹을까. 주로 생선을 먹는다. 자연산 회를 싸게 먹을 수 있다. 밑반찬도 푸짐하다. 안주도 풍족히 내준다. 주민 의식이 변했다. 관광산업이 장래 먹거리라 인식하고 있다. 친절함으로 관광객을 맞이한다.
주민의 꿈은 다부지다. 장자도에 ‘자갈치시장’을 세울 계획이다. 부산의 자갈치 시장규모는 아니다. 작고 실속 있는 어시장을 꿈꾸고 있다. 2021년부터 2년 안에 완공할 예정이다. 이미 149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어촌뉴딜300사업’ 공모에서 1위를 차지해 받은 기금이다. 고군산군도의 자갈치시장을 꿈꾸는 장자도. 분주히 발길을 옮겨보라. 수려한 풍경과 함께 맛의 향연을 즐길 것이다.
석양이 아름다운 ‘선유도’
‘선유도(仙遊島)’의 낙조(落照)는 절경이다. 말 그대로 예술이다. 지는 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하늘이 붉어진다. 바닷물도 붉은색으로 바뀐다. 붉은색도 여러 종류가 있다. 어찌 표현해야 할까. 아쉽다.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힘들다. 신이 원망스럽다. 인간이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왜 주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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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유도 일몰 <사진=임동준 제공> |
선유도의 석양은 가르침을 준다. 해와 바다, 돌과 어울려 조화의 극치를 이룬다. 수평선 너머로 모습을 감추며 말한다. 나처럼 마음을 비우라고.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조화롭게 인생을 살라고.
선유도의 석양은 ‘몽돌해변’에서 봐야 한다. 몽돌(모가 나지 않고 둥근 돌)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석양에 전해진다. 소리와 빛의 화음이다. 사람들은 선유도로 모여든다. 붉디붉은 석양을 보러. 그 아름다움에 빠져 넋을 잃는다. 석양의 가르침에 빠져든다.
석양만 아름다운가. 아니다. 주상절리(柱狀節理)*의 신비로움이 반긴다. 군산 ‘구불길코스’의 한 부분이다. 주민은 말한다. 선유도의 구불길은 최고의 명품이라고.
※ 주상절리(columnar joint, 柱狀節理) : 단면의 모양이 육각형, 오각형 등 다각형으로 긴 둥 모양을 이루고 있는 절리를 말한다. 화산암 암맥이나 용암, 용결응회암 등에서 생긴다.
걷기에 편하도록 데크도 잘 설치돼 있다. ‘트래킹코스’로 유명하다. 깎아지른 바위가 감탄사를 내뱉게 한다. 산과 바다를 함께 보며 걷는 길. 여행의 즐거움을 몇배로 느끼게 해준다. 주상절리에 빠져있을 때 자갈 소리가 들린다. 파도에 몸을 씻는 몽돌의 소리다. 몽돌해변도 선유도의 자랑이다.
석양과 주상절리 몽돌해변. 자연이 이 섬에 선사한 축복이다. 선유도에 또 다른 명소가 없을까. 많다. 아주 많다. 발길 닿는 곳마다 신비감을 준다. 선유도해수욕장. 천연 해안사구(海岸沙丘·해안을 따라 발달한 모래 둔덕)로 이뤄졌다.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모래가 곱고 아름답다. ‘명사십리(鳴沙十里)해수욕장’이라 불린다. 집라인(zipline)도 설치돼 있다. 해수욕장 입구에서 솔섬까지 연결돼있다. 바다를 발밑에 두고 새처럼 날 수 있다. 정면을 바라보면 ‘망주봉’이 눈앞에 다가온다. 망주봉에는 고려 인종의 별장이 있었다. 12채의 관아가 있었다. 중국 사신도 맞았다. 선유도는 외교의 관문 역할도 했다. 1년에 3백만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백사장에서 바라보는 망주봉도 숨을 멎게 한다. 봉우리의 웅대함에 기가 죽는다. 여름에 큰비가 내리면 장관이다. 봉우리에서 7~8개의 물줄기가 쏟아진다. 폭포처럼 물줄기를 토해낸다. ‘망주폭포’라 한다. 선유팔경의 자태를 뽐낸다.
선유도는 배낚시를 즐길 수 있다. 선유1구에는 낚싯배를 운영하는 주민이 많다. 낚시꾼의 발길이 잦다. 갯바위 낚시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다양한 어종이 낚시꾼을 유혹한다. 낚시 애호가들이 모이다 보니 다툼도 있다. 쓰레기가 쌓여 주민과 마찰을 일으킨다. 환경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자연은 우리가 보전해야 한다.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이다. 양식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선유도는 삶의 의미를 알려주는 섬이다. 지치고 힘든 사람들은 조용히 발길을 돌려라. 석양이 매혹적인 선유도로. <계속>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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