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첫날…‘공시의무’ 사라진 이통3사, 출혈경쟁 시작되나

IT·플랫폼 / 최영준 / 2025-07-23 09:00:28
11년 만에 단통법 폐지…공시의무·보조금 상한선 모두 사라져
SKT, 점유율 붕괴 위기 속 보조금 공세 가능성
▲ 휴대폰 판매점 전경 <사진=최영준 기자>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22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 11년 만에 공식 폐지됨에따라 이동통신 시장이 전면적인 구조 재편에 진입했다. 

 

이통 3사는 이날부터 단말기 보조금의 공시 의무에서 자유로워졌고 기존에 존재했던 보조금 상한선인 출고가의 15% 제한도 사라졌다. 이로써 ‘지원금 자율화 시대’가 열리며 시장은 본격적인 자유 경쟁 체제로 전환됐다.

이번 조치는 단말기 유통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14년부터 도입된 단통법이 그 역할을 다했다는 평가에 따라 결정된 것이다. 그러나 이통사 간 과도한 ‘보조금 전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와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기대가 맞물리며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변수는 SK텔레콤의 향후 행보다. SKT는 최근 유심 해킹 사고로 인한 브랜드 신뢰도 하락과 함께 가입자 점유율 40% 선이 무너지는 등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주간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SKT는 최근 2주 연속으로 가입자 순감 현상을 겪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SKT가 점유율 회복을 위해 단통법 폐지 이후 보조금을 대폭 상향하며 ‘선공’을 감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SKT가 먼저 강한 마케팅 카드를 꺼내면 KT와 LG유플러스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며 “보조금 경쟁이 본격화되면 사실상 ‘출혈 경쟁’으로 번질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단통법 폐지 첫날 분위기는 예상보다 차분했다. 이날 삼성전자 갤럭시 Z 폴드·플립7의 사전개통이 시작됐지만 이통 3사의 공시지원금은 기존 수준과 큰 차이가 없었다. 유통 현장에서도 눈에 띄는 할인이나 이벤트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대리점은 “사전예약자 위주 개통이 진행됐고 단통법 폐지에 따른 체감 변화는 아직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물밑 경쟁’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수도권과 대구 등 일부 ‘성지’ 매장에서는 페이백, 조건부 무료폰을 암묵적으로 제시하며 고객 유입을 꾀하는 움직임이 보였다. 특히 이번부터는 보조금에 따른 위약금 조항이 법적으로 허용되면서 사실상 고전적 방식의 ‘보조금 마케팅’이 부활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향후 유통망에 지원된 보조금에 대해 일정 기간 내 해지 시 위약금을 부과하는 제도 등 사후 규제 장치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 권익 훼손과 시장 혼란 방지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제도적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25일 갤럭시 Z7 시리즈의 정식 출시와 주말 이동량 급증 시점을 기점으로 ‘진짜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말 동안의 번호이동 추이와 유통망 반응에 따라 이통사들이 추가 보조금 정책을 전격 시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사라졌다고 해도 자급제폰과 중고폰이 확대된 현 통신 시장에서 단순히 ‘돈을 푸는 전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단말기 할인이 아니라 요금제 유연성, 콘텐츠 결합, 멤버십 혜택 같은 ‘복합적 차별화’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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