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장들의 '氣 싸움'

산업 / 토요경제 / 2007-07-30 00:00:00

시중은행장들이 최근 한 오찬 자리에서 치열한 '기(氣)싸움'을 펼쳤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장소는 지난 25일 롯데호텔 35층에 위치한 양식당 '쉐브룬'. 유지창 은행연합회장과 시중은행들이 다음달 3일 퇴임을 앞둔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을 초대해 오찬을 함께하고 있었다.

선공에 나선 쪽은 강정원 국민은행장. 평소 말수가 적은 강 행장이 갑자기 적어온 메모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윤 위원장의 재임기간 동안의 은행 실적 변화 등 '치적'을 정리한 것. 강 행장은 이미 고급 와인 5병을 들고오는 순발력까지 발휘한 터였다.

함께 자리했던 박해춘 우리은행장, 신상훈 신한은행장, 김종열 하나은행장 등은 머쓱해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박 행장이 강 행장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박 행장은 "아니, 은행연합회장님이 하실 일을 국민은행장께서 직접 하시면 어떡합니까."라고 말한 것. 자칫 분위기가 '애매모호'해질 찰나, 평소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는 유 회장이 "강 행장님 임기가 11월이죠? 그럼 제가 국민은행장으로 가고 강 행장께서 연합회장으로 오시면 되겠군요"라고 농담을 던져 웃음을 유도했다.

하지만 잠시 후, 이번에는 신상훈 신한은행장이 한마디를 거들었다. "'워리은행장님'이 너무 쏘아붙이시는 것 아닌가요."

'워리은행'은 '우리은행'의 이름이 '헷갈린다'며 경쟁은행들이 부르는 속칭. 현재 신한은행 주도로 8개 은행들이 상표등록 모후 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더욱 민감한터다.

박 행장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워리가 뭡니까, 아무리 그래도 제가 있는데서..."

박 행장이 은행 명칭과 관련해 부연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강 행장이 신 행장을 거들었다. "쓸 때는 '우리'라고 쓰고, 읽을 때는 '워리'라고 읽는 것 아닙니까?"

이름 논쟁이 불붙을 조짐을 보이자 주위 사람들이 만류에 나서 겨우 '이름' 논쟁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것으로 신경전이 끝은 아니었다. 지방은행 간사은행 자격으로 참석한 이장호 부산은행의 실적 '자랑'이 길어지자 김종열 하나은행장이 끼어들었다. "하나은행도 앞으로 부산에 지점을 많이 낼 생각이에요."

한 참석자는 "이런 저런 얘기들이 오가는 와중에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화기애애 했다"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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