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소용돌이' 본격화

산업 / 토요경제 / 2007-07-02 00:00:00

7월부터 비정규직법이 본격 시행된다. 7월1일이 일요일이니 만큼 실질적으로 2일부터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셈이다.

내년 6월까지는 300인 이상 사업장이 대상이고, 내년 7월부터는 100인 이상, 2009년 7월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정부추산으로도 비정규직 규모는 전체 근로자의 36.7%인 577만명(노동계는 900여만명 주장)이나 되는 만큼 이 법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여파는 상당하다.

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규직 전환 내지는 집단해고 등의 즉각적인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보다 다양한 후폭풍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근거없는 차별 금지

비정규직법의 핵심은 정규직과의 불합리한 차별금지다. 당장 2일부터 동일 사업장에서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담당함에도 임금과 복지 등에서 차별을 받으면 해당 비정규직 근로자가 노동위원회에 즉각 차별시정 신청을 할 수 있다.

노조는 차별시정 신청 권한이 없으며 차별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회사에게 주어진다. 사용주가 노동위나 법원의 확정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1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노동계에서는 내달부터 7월 중 발생한 차별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차별시정을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현장에 한바탕 소용돌이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기업들은 분란의 씨앗을 없애기 위해 비정규직만을 한데로 묶는 '분리 직군제'를 도입하는 등 분주하게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위 판단과 법원 판례로 '모범답안'이 될 만한 차별사례가 적립되려면 최소 2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그때까지 혼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다른 중심 내용은 계약직을 2년 이상 근무시킬 경우 정규직 전환의 의무화다. 소급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전환여부는 2009년 7월에가서 판단하면 된다. 의사·변호사·약사 등 25개 전문자격 소지자와 대학교 인턴·시간강사 등은 2년 이상 근무해도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밖에 △근로조건 서면 명시 △단시간근로자 근로시간 1주 12시간 제한 △파견대상 업무 138개서 197개로 확대 △파견근로자 2년 이상 초과 사용시 직접고용 등도 주요 내용이다.

◇빛과 그늘

비정규직법이 적용되면서 비정규직 사이의 명암도 확실히 구분되고 있다.

신세계, 우리은행, 부산은행, 홈에버, 현대·기아차(사무계약직 우선 대상)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은 제도 시행에 앞서 정규직으로 전환돼 법의 수혜자가 됐다. 공공부문의 상시직 계약직 7만여명도 10월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돼 고용을 보장받게 됐다.

반면 뉴코아 비정규직 계산원은 회사측이 업무 자체를 외주용역으로 전환할 계획이어서 해고의 칼바람을 맞게 됐다. 뉴코아 비정규직원들은 법 시행 첫날인 1일부터 홈에버 상암점과 킴스클럽 강남점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사회적 관심 대상에서 비켜난 소규모 기업에서 근무한지 2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해고 또는 계약해지를 당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의 95%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대량해고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법을 불신하고 있다.

이에 반해 노동부는 "일부 부작용도 있지만 차별금지 등으로 임금수준이 향상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짝퉁' 정규직 논란

기업들이 선호하는 직군 분리를 통한 정규직화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 홈에버 등은 인건비 추가 부담은 최소화하면서도 '차별시정'을 원천차단할 수 있는 방식으로 분리 직군제를 도입했다.

다른 기업들도 이 방식으로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큰 관심을 보여 분리 직군제 방식의 정규직화를 채택하는 대형 사업장이 증가할 전망이다. 비정규직의 고용은 보장하지만 임금과 복지혜택 등 처우는 정규직과 별도 기준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비정규직을 영원히 열악한 수준으로 묶어놓겠다는 것으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일부에서는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중규직'이라고 깎아 내리고 있다.

반대로 급격한 처우향상은 기업 현실에서 불가능한 만큼 분리직군제 방식으로 고용보장을 얻어낸 것도 큰 성과 중 하나라는 입장도 존재한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도 "고용안정을 이룰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진전으로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외주화가 가장 우려되는데 행정지도를 통해 최대한 억제토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국감 쟁점] 국감 증인석 엇갈린 유통가…CJ제일제당·MBK 나오고 GS리테일·CJ ENM 빠져

    [국감 쟁점] 국감 증인석 엇갈린 유통가…CJ제일제당·MBK 나오고 GS리테일·CJ ENM 빠져

    국정감사 개막을 닷새 앞두고 유통·식품업계 주요 기업인의 출석 여부가 갈리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식품 원재료 거래 문제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로 국감장에 선다. 반면 GS리테일·롯데홈쇼핑·CJ ENM 대표에 대한 출석 요구는 철회됐다.1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오는 7일

    2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논의가 주관사 경쟁 단계로 구체화됐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의 성장 기대가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는 솔리다임 단독 실적과 수익성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달려 있다.27일 로이터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들과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3
    한화투자증권, 9000억 자본확충…종투사 직행 아닌 ‘이중 포석’

    한화투자증권, 9000억 자본확충…종투사 직행 아닌 ‘이중 포석’

    한화투자증권(대표 장병호)이 최대 9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선다. 다만 전액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에 필요한 자기자본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5000억원 유상증자로 종투사 진입 기반을 넓히고, 최대 4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으로 재무 완충력을 보강하는 구조다.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5000

    4
    [유업계소식] 매일유업·서울우유·남양유업·빙그레, 체험·ESG·수출로 소비자 접점 확대

    [유업계소식] 매일유업·서울우유·남양유업·빙그레, 체험·ESG·수출로 소비자 접점 확대

    유업계가 대학 축제와 러닝 프로그램, 자원순환, 해외 유통망 확대 등으로 사업 접점을 넓히고 있다. 내수 소비 둔화 속에서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는 동시에 친환경 경영과 해외시장 개척으로 성장동력을 다변화하는 모습이다.29일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다음달 1~2일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축제에서 체험형 이벤트 부스 ‘매일 도파민 충전소’를 운영한다. 지난 2

    5
    원재료 담합~산업재해까지…추석 끝나니 국감 앞둔 유통·식품업계 긴장

    원재료 담합~산업재해까지…추석 끝나니 국감 앞둔 유통·식품업계 긴장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유통·식품업계의 시선이 국회 국정감사로 향하고 있다. 홈플러스 회생과 식품 원재료 담합, 스타벅스코리아 프로모션 논란 등 주요 현안이 국감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2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는 다음 달 6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여야는 17개 상임위원회에서 약 800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한다.국감을 앞두고 각 상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