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일 대장정 마무리한 삼성특검의 성과는

산업 / 토요경제 / 2008-04-17 16:07:58

삼성그룹 3대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99일 동안의 숨 가빴던 일정을 마무리했다.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17일 이건희 회장, 이학수 부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삼성그룹에게 제기된 '3대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의 결론은 '비자금 조성 및 관리'에 대해 이건희 회장, 이학수 부회장 등을 7명 불구속 기소,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해서는 6명을 불구속 기소 처리로 마무리 지어졌고,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된 삼성임원과 정·관계 고위인사들에 대해서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의욕적이었던 초기 수사, 그러나…


특검은 99일간의 수사기간동안 총 26곳에서 압수수색을 벌였고, 120여명의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했다.

압수수색은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 핵심 임원진의 자택 9곳, 삼성본관과 계열사 본사 5곳 등에서 이뤄졌고, 특히 분산된 전산・문서센터 10곳에서 집중적인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최다 소환자는 불구속 기소된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으로 총 6회 특검에 출석했고 김용철 변호사,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이무열 삼성전기 상무 등은 4번씩 특검사무실로 불려왔다.

특검은 삼성물산 등 분식회계 의심 계열사는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1달에 걸쳐 차명계좌 소유자들을 소환했지만 모두 자신의 계좌라 주장해 삼성의 시간 끌기 전략에 당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검 출범 초기에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출범 4일 만에 이건희 회장 집무실과 이학수 부회장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이어 삼성 본관 전략기획실과 이건희 회장의 이태원 자택, 과천과 수원의 삼성그룹 전산센터도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삼성 에버랜드 압수수색에서 '행복한 눈물'로 대표되는 고가 미술품을 무더기로 발견, 미술품과 관련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소환해 수사를 벌이고, 삼성 임원들을 차례로 조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 과정에서 법원과 갈등이 있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삼성화재 압수수색 당시 김 변호사가 주장한 '비밀금고'를 발견하지 못함으로써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참여연대를 비롯한 수많은 시민단체에게 수사의지에 대한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 회장 2차례 소환, 진실 규명은 미흡

특검에 대한 의심이 커져가는 가운데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의혹의 핵심인 이재용 삼성전자의 상무의 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곧 e삼성 사건이 전원 무혐의로 결론이 났고, 김 변호사와 사제단은 지난 3월5일 김성호 국정원장, 이종찬 민정수석,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삼성 떡값수수에 대한 2차 기자회견을 열게 된다.

이후 특검은 비판적인 여론의 압박에 밀려 수사기한을 30일 더 연장하고, 삼성생명 본관을 압수수색해 삼성 전·현직 임원 12명의 주식 보유 현황과 배당금 지급 현황을 확보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특검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결국 특검은 삼성의 대표 이건희 회장과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을 소환 조사하기에 이른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 4일과 11일 두 차례나 특검에 불려와 조사를 받아 특검이 수사 막판에 의외의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닌가라는 기대를 주기도 했다.

이 회장은 두 번의 소환조사를 통해 "모든 것이 내 불찰이고 모두 내가 책임져야 한다", "경영진 쇄신문제를 깊이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남겨 삼성의 대대적인 변화가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 발표 결과, 특검은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 핵심인물에 대해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해 특검 내내 지속적으로 제기된 '봐주기'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긴 수사기간이었지만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놓은 못한 특검. 국민들은 이제 지루하게 이어질 법정 공방을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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