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회 "금산분리.출총제 현행대로"

산업 / 토요경제 / 2008-03-24 09:32:51
"새정부 금산분리 완화하면 금융안전망 위협" 주장

출총제 폐시시 실물투자 감소 우려 "재벌 적용 계속"
산은 민영화 전대방식 큰 효과 없을 듯
"재벌에 은행 주는 방식, 하책 중 하책"


이명박 정부가 기업 친화적 정책의 일환으로 강력하게 내세우고 있는 금산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1일 한국경제학회가 대한성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정책세미나에서 윤석헌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교수는 '한국 금융의 선진화 과제' 논문을 통해 산업자본이 금융을 지배하면 위기 발생시 금융안전망이 위협받게 되므로 금산분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중소기업 지원에 활용하는 전대방식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우리금융 매각은 '주인 찾아주기'보다 국민주 또는 연기금을 활용하는 방식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대기업 규제인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하면 투자에 쓰일 돈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출자에 쓰여 오히려 설비투자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날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선진화를 위한 신정부의 정책과제 :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과 제안'을 주제에 대해 발표자로 나서 새 정부의 기업정책과 관련해 이 같이 주장했다.


금산분리 당분간 현행대로


윤석헌 교수는 금산분리 완화의 잠재적 이득과 비용이 엇갈리고 있으나 현재의 금융감독 역량과 금융안전망 체계로는 금산분리 완화로 인한 시스템위험 확대의 잠재적 폐해를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금산분리를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금산분리 완화의 이득은 영업 효율성과 정보 효율성 증대 등을 예상할 수 있고 비용으로는 이해 상충과 경제력 집중폐해가 예상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스템 위험 확대로 인한 금융안전망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예보기금의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은행 0.1%, 증권 0.2%, 보험 0.3% 등 권역별로 보험료를 징수하고 있으나,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시스템 위험이 확대되기 때문에 위기 발생시 금융권에서 자체 조달한 예보기금만으로는 손실을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경우 중앙은행이 최종 대부자로서 일정한 비용을 부담하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외환위기 때처럼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윤 교수는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내증권사들을 산업자본 계열과 비산업자본 계열로 구분해 경영성과를 비교한 결과 산업자본 계열 증권사의 수익성 지표가 상대적으로 낮거나 최소한 일관되게 높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산업자본의 금융진출 이유가 기업활동의 위험 헤지를 목적으로 하는 업종다각화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윤 교수는 금융에서 정부의 역할을 줄여가는 것이 기본 방향이므로 우리금융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민영화는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일정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를 지킴으로써 불필요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산은 매각대금을 금융기관에 배부해 간접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전대방식은 큰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면서 중소기업 지원펀드를 만들어도 운영은 산은 금융지주회사나 신용보증기관 등 기존 공적기관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금융은 매각대금 극대화를 위해 정해진 매각시한을 넘기는 것은 적절치 못하기 때문에 은행의 주인찾기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주 또는 연기금을 활용하되 모범 지배구조를 구축하도록 유도해 소유의 안정화와 분산을 도모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출총제, 5대재벌 계속 적용해야


이와 함께 이날 출총제 폐지에 대해 공기업 매각 시장에서 재벌들의 경제력 집중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적어도 5대 재벌에 대해서는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정표 교수는 출총제가 투자를 저해한다는 재벌들의 논리와 관련해 "출총제가 시행된 87년부터 외환위기 직후 자본개방이 이뤄지기까지 어느 재벌도 이 제도가 투자 방해요인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이 기간 재벌들의 중복 과잉 투자가 심각한 경제 문제였다"며 주장의 근거가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출총제를 폐지하면 투자에 쓰일 돈이 출자에 쓰이기 때문에 오히려 실물에 대한 투자는 감소할 수 있으며, 재벌이 마음만 먹으면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국내 어느 기업도 사들일 수 있어 경제력 집중 심화로 시장 기능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이런 우려를 염두에 둔다면 적어도 5대 재벌에게는 계속 출총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은행 기능까지 소수 대재벌에게 휘둘리면 경쟁은 형식화되고 시장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만큼 금산분리 역시 5대 재벌에게는 그 원칙이 지켜질 필요가 있다고 최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재벌에 은행을 주는 방식은 가장 쉬운 방식이면서 하책 중의 하책"이라며 "재벌이 아닌 국내자본으로 은행의 지배권을 확보하는 방법, 특정 재벌에게 경영권이 귀속되지 않으면서 재벌 자본을 동원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해 그는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간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하며 민간부문의 확장은 공기업 민영화로부터 출발할 수 있는데 에너지산업이 민영화가 필요한 대표적 영역"이라며 "발전회사는 매각하고 배전과 판매도 한국전력으로부터 분리, 민영화시켜 에너지산업에도 경쟁과 시장원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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