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복수노조 허용 두고 '고심'

산업 / 황지혜 / 2006-06-30 00:00:00
노-노간 갈등인해 조직 분열 경쟁적인 임금인상 요구 우려

내년 복수노조 전면 허용을 앞두고 은행권에 다양한 노조 설립 바람이 포착되는 분위기에 은행이 고심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다수의 노조 설립으로 자칫 직원들이 뿔뿔히 흩어지게 되지 않을까 눈치만 살피고 있다. 특히 복수 노조가 설립될 경우 노-노간 갈등으로 조직이 분열되거나 경쟁적인 임금인상 요구에 따른 경영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지점장급 행원들이 지난 26일 은행권 최초로 노동조합을 설립하자 다른 은행들도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무래도 은행권은 물론 산업계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관리직 노조가 처음으로 등장한 만큼 유사한 형태의 노조 설립도 가능하다 추측이 나온다.

실제 외환은행의 일부 부점장들은 지난 4월 '독자생존을 위한 전국 부점장 비상대책위원회' 결성 때 노조 설립을 요구하기도 했다.

외환은행의 부점장 비대위는 기본 구성목적은 독자생존을 주장하고 있지만, 웨커 행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500여명이 집단 사직의향서를 제출하는 등 노조보다 더 강경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부장은 "당장은 독자생존 투쟁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노조 설립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상무급이나 사업본부장 등 실제 경영자를 제외한 점포장들이 노조를 결성할 경우 투기자본에 대항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내년부터 복수노조 설립이 전면 허용될 경우 조합원이 겹치는 여러 개의 노조가 난립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높다. 또 합병 과정을 겪으면서 노조 통합을 이루지 못한 은행들의 경우에 자연스레 복수 노조 체제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옛 조흥은행과 서울은행, 한미은행 등의 노조는 합병으로 은행이 없어진 이후로도 기업 인수, 합병에 따른 예외적 복수노조 허용 조항을 근거로 조직을 유지한 채 활동하고 있다.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경우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국민카드 노조위원장들이 매년 번갈아가며 노조 대표위원장을 맡고 있으나 일부 직원들은 내년에 별도로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노조 게시판에 별도 노조 설립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며 "지난해 노조가 4,000여명의 퇴직에 합의한 이후 행내 새로운 노조 설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아져 복수노조 탄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복수노조 허용으로 도덕적 문제가 있어 징계받은 사람들이나 업무를 기피하는 직원들도 노조를 만들어 은행에 대항하는 등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교섭창구 단일화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대안이 마련되고 있으나 사용자측에서 다수의 노조에 대응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며 "조건부 근로거부권 행사나 노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고소, 고발권 등을 사용자측에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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