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세월호’와 ‘국민 불신’ 넘어라

산업1 / 박진호 / 2014-05-13 18:30:12
무능한 정부여당‧무력한 야당에 속 타는 국민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6‧4 지방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펼치지는 전국 단위의 선거인만큼 박근혜 정부 초반 국정운영의 중간평가 성격도 띠고 있어 그 의미 또한 상당하다. 하지만 선거를 코앞에 둔 정국의 분위기는 여야 후보의 경선을 제외하면 도무지 선거 정국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고 있다. 선거가 철저히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정치 불신이 가속화 되며, 여야는 국민에게 표를 호소하는 것 조차 조심스러워 하는 입장이다.


‘2014 대한민국’, 불신의 세상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지방선거 때까지 이 문제가 지속되리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약 300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결론이 나고 있는 대형 해양 참사와 복합적인 안전 불감증과 사회적인 병폐, 그리고 정부의 대응과 관련한 복합적인 문제가 얽히면서 국민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또한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분은 이 문제가 지독한 정치 불신과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월호 침몰’ 직후 정부는 민관군을 총동원하여 피해자 구조와 현장 수습에 나섰고, 박 대통령은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게 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사고 한 달이 지나도록 사태 수습의 기미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안전사고 대응에 대해 총체적인 허술함을 드러냈고, 무력한 모습에 더해 국민의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책임 떠넘기기와 여론 환기를 위한 행동에 나서며 화를 키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의 ‘변명’중 몇 가지는 위기 모면을 위한 거짓 발표였음이 드러나기도 했고, ‘설마’했던 의혹은 오히려 사실로 판명이 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지난 8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17대 과제를 발표했는데, 여기서도 ‘세월호 침몰’에 대한 원인 보다 구조과정과 정부 대응에 관한 문제가 더 많이 지적됐다.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가 달라졌다
사건 초기만 하더라도 실종자 구조와 함께 가장 쟁점이 되었던 것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먼저 배를 버리고 도망친 선장 및 일부 승무원들의 행태였다. 그러나 구조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모습의 석연치 않는 부분이 수차례 반복됐고, 정부 고위 인사들은 부적절한 언행과 행동을 이어갔다. 섣부른 종북타령에 된서리를 맞은 이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소위 ‘해피아’라 불리는 고착화 된 썩은 뿌리가 드러나기도 했다. 현장을 취재한 주요 방송을 비롯한 일부 언론사의 보도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을 외면하고 정부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는 흉흉한 주장과 함께 현장 기자들에게는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모욕적인 합성어가 투척됐다. 언론에 대한 불신은 정치 불신과 함께 얽히며 커다란 사회적 분노로 자리를 잡았다.
‘세월호 참사’가 실종자 중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것으로 사실상 결론이 나면서 국민의 무력감은 극에 달했고, 이러한 가운데 국민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정부가 하려 했다는 내용이 터져 나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 정부에 대한 감정은 극도의 배신감으로 이어졌다.
KBS에서는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의 양심선언이 이어진 끝에 궁지에 몰렸던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길환영 사장이 직접 나서 보도국을 통제했다는 폭로를 했고, MBC는 121명의 기자들이 성명을 통해 자사의 보도 태도에 대해 ‘보도 참사’라며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심상치 않은 여론에 위축된 정치인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책임 있는 정치인들의 목소리는 초반보다 줄어들고 있다. 괜히 언급했다가 화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몸 사리기에 나선 것이다. 세월호의 문제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여전히 갖고 있지만 여야 모두 이에 대해 좀처럼 언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당 측은 섣불리 정부 옹호에 나섰다가는 재기 불능에 가까운 타격을 우려해야 하고, 정부의 문제를 지적하는 야당 측은 자칫하다가는 국가재난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확산효과가 큰 SNS 중심의 인터넷 여론은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하며 성토에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제1야당인 세정치민주연합의 움직임은 조심스럽다.
‘정치적인 이용’이라는 명분싸움 외에도 실질적으로 다수당인 새누리당과의 물리력 힘겨루기에서 단독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부분도 장애물이다. 하지만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국민의 반응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견제 기능을 상실했다”로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궁지에 몰린 여당 못지않게, 야당에 대한 민심이반도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팬덤’에 가까운 지지층을 자랑하던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도 내리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50대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가 아니라면 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은 이미 부정적으로 돌아섰다는 것이 한국갤럽의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한국갤럽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 정부의 수습과 대응이 적절했다는 대답은 단 8%에 그쳤다.
무려 82%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으며, 박 대통령에게 충성에 가까운 지지를 보여 왔던 50대 이상과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도 적절했다는 평가는 15% 수준에 그쳤다. 정홍원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서도 73%가 부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국민의 관심을 ‘세월호 참사’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을 비롯한 각종 굵직한 사안들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진도 팽목항을 주시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 동포 사회에서 성금을 걷어 뉴욕타임즈에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광고를 게재하며 이번 사태는 파장의 규모를 넓혀만 가고 있다.
‘대북이슈’도 듣지 않는다
일례로, 우리 정부는 파주와 백령도, 삼척에서 잇따라 발견됐던 무인기의 메모리칩을 분석한 결과 출발과 복귀 지점이 북한 쪽으로 되어있었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미국 전문가를 참여시킨 한미 공동조사팀이 무인기 메모리칩의 GPS 좌표를 분석한 결과로 무인기가 북한의 소행이었음을 밝힌 것이다. 우리 군 당국은 무인기에 탑재된 카메라가 촬영한 장소를 볼 때 북한이 우리의 군사 시설을 정탐하기 위해 무인기를 날려 보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자 북한 국방위원회는 무인기가 자신들과 상관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메모리칩 조작의 가능성을 지적하는 한편, 우리 정부에 오히려 남북 공동조사를 제의했다. 우리 국방부는 이러한 북한의 제의를 거절함과 동시에 대변인이 나서 “북한이 빨리 없어져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강력한 비판에 나섰다.
하지만 국민 관심은 무인기에 미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례적으로 강경발언에 나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의 태도에 대해 남북긴장상태 고조를 통해 ‘세월호 참사’ 정국을 환기시키려는 의도라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또한 ‘북한 이슈는 선거 때마다 늘 있어왔던 진부한 카드’라며 정부와 여당이 ‘세월호 참사’로 인해 불리해진 선거 정국을 극복하기 위한 반전 수순에 들어갔다는 ‘음모설’도 제기하고 있다. 북한이 제기한 공동조사를 우리 측이 거부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정치에 대한 신뢰 자체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분노의 파도를 넘는 것은 누구?
결국 한 달도 남지 않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쟁점과 이슈는 ‘세월호’ 이상의 것은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 이전, 생활 복지에 초점을 맞췄던 여야의 공약은 이번 사태로 ‘국민 안전’으로 방향을 바꿨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앞다투어 재난 안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안과 함께 사고 구조 대책 마련안을 내세우며 이번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가장 사활을 걸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와 경기도지사 선거 역시 ‘세월호’와 관련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안산 단원고등학교가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세월호’와 관련한 경기도의 민심은 상당히 민감하다. 안산시는 심지어 도시 전체가 초상을 치르는 분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SNS 구설에 올랐던 아들 문제로 홍역을 치른 새누리당의 정몽준 후보와 ‘서울시 지하철 추돌 사고’의 수습 과정에서 매끄러운 처리를 보여주며 정부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원순 후보가 희비가 교차된 상황에서 대결을 펼치게 되어 ‘세월호’와 관련한 민심 향배에 더욱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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