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재단 ‘영문’, 현대그룹 편법 자금조달 창구(?)

산업 / 김준성 / 2006-09-29 00:00:00
현 회장 세 자녀, 현대상선 주식 총 5만3100주 매수

현대그룹 현장은 회장 세 자녀의 현대상선 지분 취득과 일주일 앞서 현 회장의 부친인 현영원씨가 장학재단 ‘영문’에 증여한 사실간에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현 회장의 딸 지이(29)씨는 지난달 15일 3만1050주를, 영이(22)씨는 5200주를, 아들 영선(21)씨는 1만6850주를 매입해 총 5만3100주의 현대상선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이로써 현대상선의 그룹측 우호지분은 40%가량 육박했다. 현대상선을 놓고 경영권 다툼중인 현대중공업은 지분이 2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 자녀들의 이번 지분취득은 너무 미미해 경영권과 직접 관련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로 현대중공업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만큼 대주주 지분 변동에 시장의 관심은 높은 상태이다.

현 회장 자녀들의 지분취득은 현 회장의 부친인 현영원(79)씨의 현대상선 본인지분인 162만2892주(1.22%, 300억원 상당)를 장학재단에 증여한 것과 맞물려 견해가 분분하다.

장학재단 ‘영문’은 지난해 5월 자본금 50억원으로 현영원씨와 부인인 김문희씨가 설립한 재단으로 현영원씨의 현대상선 지분 증여는 증여세와 상속세 없이 이뤄진 상태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의 자녀들의 지분취득은 개인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한 것이다”며 “현영원씨 증여는 ‘영문’에 자산 출연을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장녀인 지이씨는 현대유엔아이 상무로 재직중이고 영이씨는 대학생이며 영선씨는 휴학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 안팎에선 2004년 6월 영입한 이기승 기획총괄본부 부사장이 장학재단 ‘영문’ 관련업무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교육청인 중부교육청 관계자도 "재단법인 ‘영문’의 증여 등에 대해 현대그룹 기획총괄본부의 과장급 직원과 협의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놓고 현대중공업그룹(현대상선 지분 25%)과 경영권 다툼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현대상선 주식을 재단법인에 기증한 것 자체가 의문점으로 남기고 있다.

세무 전문가는 “고령인 현영원.김문희씨가 보유한 현대그룹 계열사 지분을 상속 또는 증여할 경우 거액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며 “현재 현 회장이나 그 자녀들은 이를 감당할 재력이 없다”고 말했다.

또 “장학재단에 지분을 넘기면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을 유지하면서 세금회피 등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장학재단 ‘영문’은 설립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장학금 지급실적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실제 건물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체가 불분명하다.

현대그룹측은 최근 재단법인 '영문'의 장학금 지급과 관련해 "재단이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아 자본금에 대한 운용이익이 별로 없어 장학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측은 "김문희씨가 교육사업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남편인 현영원씨가 장학재단에 증여를 결정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운용이익이 나면 장학금 지급 등 본연의 업무를 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정당한 이유없이 설립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 목적사업을 개시하지 않거나 1년 이상 사업실적이 없을 경우 장학재단 설립취소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장학재단 ‘영문’은 원칙적으로 설립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셈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장학재단 ‘영문’은 ‘종로구 사직동 262-83번지’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신고됐다.

이 주소에는 김문희씨 소유의 임당빌딩이 있지만 이 빌딩은 세계경영연구원이 전층을 임대해 쓰고 있다.

세계경영연구원 직원들과 건물경비를 맡고 있는 갑산기업 소속 경비원은 "임당빌딩에 재단법인 영문이란 이름의 장학재단이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건물 뒷켠의 한옥이 재단법인 ‘영문’ 사무실이다”고 설명했다.

김문희씨가 별도로 운영중인 용문재단의 관련 학원 관계자는 "임당빌딩 뒤 한옥에 (김문희) 이사장의 집무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사장이 가끔씩 집무실에 들린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신고된 장학재단 ‘영문’의 전화번호도 용문학원 번호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에서는 이처럼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장학재단에 현영원씨가 300억원 어치의 현대상선 지분을 증여한 것에 대해 현대그룹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편법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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