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까워지고 싶지만 너무 멀리 간 당신, ‘중국동포’ 또는 ‘조선족’

문화·라이프 / 홍승우 / 2015-04-10 08:56:04

[토요경제=홍승우 기자]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만한 강력범죄의 범인들로 ‘중국동포’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과연 ‘중국동포’라는 말이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중국동포’란 ‘조선족’을 통틀어 대체하는 용어다. 조선족이라는 용어가 주는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동포’라는 말을 넣은 것이다.


그런데 그 ‘중국동포’들 중 일부가 국내서 하는 행태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1일 경기도 시흥시에서 토막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시흥시 정왕동에서 김하일(47.중국 국적)은 다세대주택 자신의 집에서 아내 한모(42.여.중국 국적)씨를 살해하고 사체 훼손·유기했다.


김하일은 증거인멸을 위해 시신을 토막 낸 다음 시화방조제 인근에 유기했다. 유기작업은 2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김하일은 경찰조사 과정에서 아내와 중국으로 송금하는 돈 문제로 다투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지난해 수원시 팔달산 토막 살인사건 범인 박춘풍을 지칭할 때도 ‘중국동포’라는 말이 사용됐다. 박춘풍도 김하일과 마찬가지로 동거녀였던 피해자 김모(48.여.중국 국적)씨 가족과의 갈등과 금전 문제로 다투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사건의 범인인 김하일과 박춘풍 모두 조선족 출신이다.


조선족은 중국내 55개 소수민족 중 인구규모가 13번째로 많으며 주로 길림성, 흑룡강성, 요녕성 등에 분포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내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많이들 넘어왔다. 지리적·언어적 이점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대부분 불법체류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몇 번의 정권이 흐를동안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그 수는 현재 제대로 파악되지 않을 정도다.


특히 ‘팔달산 박춘풍 사건’때는 그의 최초 입국일이 언제인지 몇 번을 오갔는지 파악하는 과정에선 말 그대로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춘풍’은 몇 번의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로 ‘가명’과 ‘신분위조’를 통해 무리없이 출입국을 했고, 이에 우리나라 출입국 시스템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며 국민적 불안감을 높였다.


또한 사체에 장기가 없는 점을 들어 ‘장기매매’가 목적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며 불안감에 더욱 부채질을 했다.


그 불안감은 애꿎게도 국내에 있는 ‘조선족 전체’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일부 여론은 국내에 있는 ‘조선족’을 추방하자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사실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조선족에 대한 반감은 최근 일어나는 강력범죄 이전에도 감돌고 있었다.


특히 금전적인 피해를 주는 ‘보이스피싱’의 대부분 조직은 조선족과 연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언어를 구사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는 점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른다. 적발된 일부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다른 나라 사람을 상대로 하는 거라 별로 죄책감이 덜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조선족이 주로 분포된 지역 자체가 북한과 밀접해있어 남한과 정서적인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 중 일부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한민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례로 2005년 필자가 중국의 하얼빈에서 유학하고 있을 당시 연변지역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연변시내는 한국어 간판과 중국어 간판이 뒤섞여 있어 색다른 느낌을 연출했다. 현재 국내에도 중국인이나 조선족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가면 그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연변을 여행할 때 여행가이드가 안내를 맡은 A(남.20대 중반)는 중국어나 한국어에 꽤나 능통한 조선족이었다. 당시 필자는 ‘조선족도 역시 우리나라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가졌고, 그날 저녁식사를 하면서 조심스레 “대부분 조선족들이 대한민국 사람과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약간의 비약일 수 있지만 그는 “조선족들은 자신들이 당연히 중국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그는 “내 또래들은 거의 같은 생각일거다”라며 “부모님 세대나 그 윗세대까지는 좀 달랐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은 지극히 당연하다. 중국국적을 가지고 있으니 자신들은 당연히 중국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한반도에서 이주한 한인들이 이주해 형성된 민족이니 당연히 우리나라 사람들과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중국동포’라는 말을 쓰기엔 아직까지도 정서상 시기상조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중국내 조선족 간의 교류가 발달하고, 상대에 대한 국민·민족의식이 높아지기 전까지 ‘중국동포’라는 말은 입안의 모래알처럼 까끌까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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