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하철 9호선, 제대로 된 ‘사후약방문’이라도 해라

문화·라이프 / 김형규 / 2015-04-02 17:26:19

[토요경제=김형규 기자] 난리가 났다.

지난달 28일 강남과 잠실을 잇는 지하철 9호선의 2단계 구간이 개통되면서 김포공항에서 종합운동장까지 지금보다 27분 단축된 38분 만에 갈 수 있게 됐는데 난리가 났다.

지하철 9호선은 ‘지옥철’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혼잡한 구간이다. 애초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서울시와 지하철 9호선 운영사의 수요예측치를 무시하고 과소예측을 단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9호선 기본계획을 수립하다보니 열차부족으로 승객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

시와 9호선 운영기관이 애초 합의한 1단계 구간(김포공항역에서 신논현역)의 수요는 54만 6000명이었다. 하지만 기재부 산하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는 24만 명으로 수요를 예측했다. 지난해 기준 1단계 구간 이용객 38만명과 비교하면 37% 낮은 수치다.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의 혼잡도를 고려해 2단계 구간 개통 전인 지난 2011년 48량의 열차를 증차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 증차였다.

2단계 구간이 개통된 첫 출근일인 지난달 30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무료버스 100여대를 투입했다. 또 출근 전용 급행버스를 15대에서 19대로 증차했다. 이날 박 시장은 앞으로 이 구간에 직행버스와 관용버스, 전세버스도 함께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30개역에 91명이었던 안전관리요원도 460명으로 늘린다고 했다.

예전 같았으면 지하철 개통이 이처럼 뉴스거리가 되지 않았다. 무료버스가 투입되고, 소방인력과 구급차까지 배치된 것은 승객 포화로 인한 ‘안전사고’를 방지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는 데 굳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소방인력과 구급차까지 동원해야 된다니 정말 뉴스는 뉴스다.

어쨌든 이번 일은 몇 년 전부터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9호선이 비록 민자사업으로 출발했지만 2단계 구간 개통되기 전 서울시는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증차를 했어야했다.

기재부에 증차예산 지원을 요청했는데 잘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또한 지하철이 아무리 복잡해도 무료버스를 투입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이다. 무료버스를 탄 사람은 좋겠지만 이것도 엄연한 세금 낭비이며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언제까지 이런 황당한 일이 계속될지 더 걱정된다.

옛말에 사후약방문이라는 말이 있다. 죽은 뒤에 약방문을 쓴다는 말로 이미 때가 지난 후에 대책을 세우거나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뜻이다. 지금 지하철 9호선은 이미 ‘사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서울시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아 지하철 9호선이 ‘지옥철’이 아닌 ‘지하철’로써 시민의 발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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