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부정으로 얼룩진 조합장 선거

문화·라이프 / 홍승우 / 2015-03-13 10:48:23
금품·향응제공 기본…상대후보 비방까지

▲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일인 지난 11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 도여성가족연구원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개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토요경제=홍승우 기자]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부정으로 얼룩졌다. 이번 선거를 통해 선출된 조합장 가운데 181명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는 전체 당선자 1천326명의 13.6%에 해당하는 규모로, 수사 결과에 따라 조합 수십 곳에서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지난 12일 경찰청과 각 지역 선관위 등에 따르면 경기 34명을 비롯해 충북 15명, 광주·전남 12명, 강원 12명, 제주 9명, 전북 7명, 세종·충남 6명, 대구 5명 등 전국적으로 181명의 당선인이 각종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3명은 이미 구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177명 중 34명으로 가장 많아


수사를 받고 있는 당선인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이며, 177명 당선인 중 19.2% 수준인 34명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경찰이 입건한 정식 수사 대상이 5명, 내사가 진행 중인 대상이 29명이다.


제주지역은 당선인 31명 중 29%인 9명이, 충북지역은 당선인 72명 가운데 15명이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충북지역 수사 대상 당선인 가운데 2명은 이미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고발된 상태다.


강원지역은 101명의 당선인 가운데 12명이 선거 관련 사건에 연루됐다.


경북지역 당선인 A씨는 올해 1월께 선거운동원에게 선거운동을 부탁하며 현금 400만 원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됐고, 인근 지역 B당선인도 올해 2월께 조합장 선거에 당선되게 해달라며 조합원 2명에게 현금 50만 원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됐다.


충북지역 당선인 C씨는 조합장 신분으로 조합원과 10차례에 걸쳐 선진지 견학을 하면서 인사말 등을 통해 선거 공약 등을 홍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충남 예산에서는 D씨가 상대후보자를 비방하는 인쇄물을 살포한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D씨는 예산군 일부 농협과 마을회관 20여 곳에 모 조합장 후보로 출마한 상대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인쇄물 300여 장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전북 전주에서도 조합 이름으로 내야 하는 경조사비를 자신이 직접 전달하거나 본인 이름으로 낸 혐의로 조합장 E씨가 불구속 입건됐다.


불법행위 중 주를 이룬 유형은 금품·향응 제공이 519명(56%)으로 절반 이상이다.


이어 사전 선거운동이 207명(22%), 허위사실공표 111명(12%), 불법 선거개입 19명(2%) 순이었다.


이 외에도 측근들이 수사 받는 사건에서 공모 정황이 포착되면 당선인도 즉각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수사 대상에 오를 당선인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선거사범 중 금품·향응 제공자의 비율이 2012년 국회의원 선거가 21%, 지난해 동시 지방선거가 22%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합장 선거(56%)가 특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선거사범 중 농협 조합장 선거 관련자가 763명(82%), 수협은 86명(9%), 산림조합은 80명(9%)였다.


수사기관은 선거일로부터 6개월(9월 11일) 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당선인이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당선무효가 된다.


당선인의 당선 무효가 확정된 조합은 5일 이내에 지역 선관위에 선거를 재위탁해야 하며, 사유 발생 30일 이내에 재선거해야 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처음 실시한 동시 선거인만큼 수사 대상에 오른 당선인들이 많은 것 같다”며 “선거가 반복되면서 불법 선거 운동에 대한 인식이 정착된다면 앞으로 불법 선거 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합장 해당지역 ‘절대권력’


이어 경찰청은 후보자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엄격한 조합장 선거 운동 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 조합장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다른 후보자들이 불리한 여건을 만회하고자 돈 선거에 빠질 우려가 크다고 경찰은 분석했다.


또 조합원 자격 심사가 허술한 점을 노려 무자격자를 조합으로 가입시키거나 편법으로 조합원 자격을 주었다는 의혹이 선거기간 제기된 만큼 조합원 자격심사를 강화하고 정기적으로 기존 조합원의 자격 재심사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찰청은 앞으로 당선자 등이 답례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불법행위가 있을 수 있어 선거 후에도 지속적으로 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한편 조합장 선거가 온갖 부정으로 얼룩진 데 대해 조합장들의 막강한 권한이 지적되기도 했다.


조합장들은 해당지역 내에서 연봉·업무추진비·인사권·사업권 등의 소위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다. 연봉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대 1억 1천만 원의 연봉을 받고 업무 추진비는 연봉과 맞먹는다.


또한 인사권을 조합장이 가지고 있어 직원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사업권도 조합장이 전권을 행사한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 단체장들과 공생 관계로 엮여 있고, 지자체 일부 의원 중에서는 “솔직히 의원보다 훨씬 더 낫다”며 조합장 선거로 방향을 돌리기도 한다. 실제 이번 조합장 선거에는 지역 기초의원이나 퇴직 공직자 상당수가 후보로 등록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조합장을 감시·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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