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제한법 서민의 藥인가, 毒인가

산업 / 황지혜 / 2006-06-12 00:00:00
사채이자 40% 제한 놓고 정부-정치권-금융권 공방전

민노당 "이자제한법 폐지후 서민 고리사채 피해 급증"지지
대부업체"사채 음성화 초래,서민금융 활로 막을 뿐" 반발

법무부가 사채이자율을 연 40% 이내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 부활을 발표했다. 급히 돈이 필요해 사금융을 찾은 서민의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금리로 제 배만 불리고 있는 사채 시장에 일침을 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재경부를 비롯해 상호저축은행, 캐피탈 등 제 2금융권에서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최근 법무부는 현행 연 66% 이내로 제한된 대부업법 이자율의 상한선을 낮추겠다고 나섰다. 이자제한법을 부활시켜 연 40%가 넘는 이자를 받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 이자제한법은 1962년도에 만들어졌다가 98년 외환위기때, 국제통화기금(IMF)이 고금리 정책 요구하는 바람에 폐지됐다.

지난 1월 금감원이 사채피해신고센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금융이용실태 조사 결과 및 시사점'에 따르면 현재 제도권 금융회사의 이자율이 연 4-5%인대 비해 사금융시장의 이자율은 평균 연 223%로 무려 45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게다가 2005년 3월 기준으로 등록된 대부업체는 1만609개, 미등록업체까지 포함하면 4-5만개에 달한다. 때문에 법무부는 미등록업체를 주대상으로 이번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등록인 만큼 감시의 눈을 피해 서민 피해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이어 대부업법의 이자율 상한선도 하향조정하기 위해 재경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법으로는 고리대금업자의 횡포를 막을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제도권 금융사는 대출시 대개 담보를 요구하고 있어 서민들이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힘들다.

경제활동인구의 3분의 1이 신용등급이라는 장벽에 막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최근 금융회사가 손쉽게 이윤을 챙길 수 있는 아파트 담보대출 경쟁에만 매달리면서 서민의 신용대출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사금융을 이용하는 400만명 가운데 76%는 일반인으로 집계됐다. 이는 98년 폐지 이전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가 주이용자였던 것과 역전된 현상이다.

게다가 2002∼2005년 금감원의 '사금융 및 대부업체 이용실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고리대 이자들의 약 50∼61%가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대부시장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빚을 갚기 위해 더 높은 이자로 빚을 얻는 이용자가 절반이 넘는 셈이다.

하지만 이자제한법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일 "법무부의 이자제한법 부활 방침은 사전 협의가 충분히 안 된 것"이라면서 "앞으로 관계부처 간 협의와 차관회의 때 문제점을 지적하고, 입법 반대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감원도 지난 3월 법무부가 주관한 실무 회의 때, 이자제한법 부활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 대부업법으로도 고리(高利)와 불법 사채업자 처벌이 가능하며, 은행 등 제도 금융권까지 이자 제한이 가능하다"면서 "이자율 상한은 점진적으로 낮추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입법 과정에서 시장논리를 중시하는 재경부 등 경제 부처와 약자보호를 내세우는 법무부 간의 논란이 예상된다.

재경부는 이 외에도 대부업계의 높은 자금조달 금리와 대출 부실 상황, 일본의 고금리 실태와 맞지 않음, 대부업체 음성화 등을 이유로 들어 이자율 제한 강화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만약 시중 은행, 카드, 캐피탈 등 제도권 금융사가 이자 제한에 묶여 대출심사를 엄격히 하게 되면, 급히 대출이 필요한 서민들이 사채 시장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면 금융사가 돈을 잘 갚을 우량 고객에게만 대출을 하고,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게는 대출 기회조차 주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결국 합법적으로 돈을 빌려 쓰던 서민까지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사채업자 중에는 우량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반기는 이들도 있다. 기존 사채 이용자에 비하면 연 60%대 금리로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려 쓰던 사람들은 신용도가 높은 고객에 속하기 때문이다.

대부업계도 재경부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자제한법 부활은 '대부업법의 취지를 부정하는 정책'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자제한법 폐지 이후 서민들의 피해가 속출하자 사채시장의 양성화한다는 명분으로 제정된 것이 대부업법이기 때문. 이자율 제한선이 더 낮아지면 그나마 양성화됐던 사채업이 다시 음성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이자제한법 부활을 추진해온 민주노동당은 이를 크게 반기고 있다.
"재경부와 금감원은 '이자율 제한이 대부업체 음성화로 이어진다'며 이자율 제한에 반대하고 있지만 지난 1998년 금융당국이 이자제한법을 폐지한 이후, 이자 폭등으로 서민 피해가 급증한데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다."
민주노동당은 최근 논평을 통해 반발 세력에 대한 경계심을 들어냈다.

이어 "이자제한법 폐지와 대부업체 66% 금리보장은 서민들을 고금리에 짓눌리도록 했으며, 서민상호저축은행 및 신용카드사 등 제도권 금융기관의 고금리 영업을 부추겼다"면서 "불법 사채시장의 축소를 원한다면 이자제한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 평균 223%의 살인적인 이자율과 불법 추심으로 대표되는 불법 대부업체의 광고가 생활정보지 등에 판치고 있음에도 금융당국은 형식적인 조사조차 못하고 있고, 사채 피해신고가 폭증해도 피해 규모와 사례, 처리 내역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때문에 이자제한법을 더욱 강화해 모든 금전 거래의 이자율을 연 40% 이내로 제한하고, 대부업체와 사채업자의 불법행위 실태조사에 금융당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선근 경제민주화 본부장도 "25%의 이자율만 해도 은행이자율의 5배 이상된다"면서 "이정도의 금리로 장사를 못하겠다는 것은 대부업자들이 고금리로 단기간에 서민의 피를 빨아먹겠다는 심보를 가졌기 때문이며, 서민들을 위한 정부의 금융복지 정책이 미비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자제한법의 부활 대신 여러 가지 대안을 내놓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인위적으로 이자를 제한해 시장을 경직시키기 보다 자금조달 통로 열고 시장법칙에 따라 금리 인하경쟁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정부가 서민보호와 대부업 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대부업체의 자금조달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면서 상한금리 조정 등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신전문금융법의 보호를 받고 있는 캐피털사의 경우, 법인세 감면 혜택, 자기자본의 10배까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권리를 활용해 자금조달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부업계의 자금조달은 주로 개인으로부터 차용에 의존해 조달금리가 평균 21%에 그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일정 규모를 갖추고 재무상태가 건전한 대부업체의 경우 채권이나 자산유동화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금조달 방법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며 "대부업체의 자금조달금리가 낮아질 경우 대출금리 역시 시장논리에 맞게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민전용의 금융회사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서민들에게 담보 없이 소액을 빌려주는 '마이크로 크레디트'같은 대안 금융회사를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기업의 기부금과 정부의 정책자금을 활용해 자금원을 마련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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