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저널리스트 퓰리처를 만나다

산업 / 송현섭 / 2006-09-25 00:00:00
매혹적인 美언론권력의 전설

일반인들에게는 단순히 퓰리처상으로만 알려진 저널리스트 조셉 퓰리처를 비롯한 미국 언론의 고전시대를 알려주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의 신문왕으로 불리며 당대 미국 정치와 언론계를 장악했던 퓰리처는 설사 저널리즘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독립적인 언론을 추구했으며 어떤 권력과 자본의 위협에도 절대 굽히지 않았던 고집불통이었다.

이제는 전설로 남은 그의 일생은 출입처가 제공하는 접대와 권력과 자본에 길들여진 현재 우리 언론계를 돌아볼 수 있는 타산지석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빈털터리 헝가리 이민자로 미국 남북전쟁에 북군병사로 참전하다 종전 후 퇴역한 젊고 야심 있는 청년의 비참한 생활로부터 시작된다.

사실 당대 미국은 현재와 같은 세계초강대국은 아니었다. 특히 혼란과 무질서,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신흥독립국으로 두려움과 기대를 동시에 안고 건너오는 초기 유럽 이민자들에게 미국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은 아니었다. 퓰리처는 미국에서 막노동 일꾼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물론 세상사가 다 그렇지만 사기꾼을 만나 모든 것을 잃기도 했지만 호의적인 몇몇 지원자들의 도움으로 야심을 불태워갔다. 변변치 않은 변호사활동을 하던 그의 언론계 입문과정 역시 사뭇 달랐는데 독일계 이민자를 위한 독일어신문에 기고하는 방식으로 신문사와 관계를 맺었다. 그러다 본격적인 기자생활에 돌입하는데 놀랄 정도로 치밀하게 묻고 취재하는 그에게는 경쟁자도, 적대자도 많았다.

물론 특종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항상 같은 취재원을 둘러싸고 경쟁해야 하는 기자들의 일상은 사실 숨막히는 긴장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때로는 비우호적인 취재원과 대면할 때도 있고 심지어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일쑤이다. 올해로 7년째 기자생활을 해오고 있는 나 역시 당초에 원치는 않았지만 그런 생활에 이미 익숙해져있다.

돌이켜보건대 언론의 본질은 민주적 사회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기본이 되며 소수의 특권층보다 대중을 위한 공공성을 갖춰야 한다. 물론 이윤추구를 위한 치열한 경쟁과 대중의 말초적인 흥미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 실제로 강력한 권력과 자본의 흑색선전, 음모와 물리적인 폭력에 이르기까지 독립적인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요소는 무수히 많다.

솔직히 나도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때로는 사건의 현장에 있었으며 사회적인 불합리와 비리에 맞서 싸우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서 만난 일부 언론인은 권력과 자본에 야합하고 오히려 진실을 밝히려는 시도를 무시하고 공격하며 도전자가 휘두르는 날카로운 기사의 예봉을 꺾으려 시도하기조차 했다. 결국 나는 지난 기자생활을 통해 국내언론계에서 존경할만한 인물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읽은 이 책에서 저널리스트로서 이상적인 모델을 찾았는데 그가 바로 퓰리처이다. 온갖 추잡한 흑색선전과 깡패를 동원한 폭력, 광고 철회를 비롯한 경제적 압박…. 그것은 내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국내언론계 현실과 맞닿아 있었다. 타락한 국가권력과 정치가와 제 이익에 더 관심이 있는 관료들, 독자적인 시민단체로 위장한 로비스트들, 착취와 기회주의적 사욕에 불타는 악덕 자본가들의 공격에 이르기까지.

퓰리처는 그들의 악독한 공격에 맞서 부패추방 캠페인을 벌였으며 특권계층의 이익을 옹호하는 대통령에 대해 날선 공격을 해대기까지 했다. 물론 옐로저널리즘의 유래를 포함해서 그에 대한 비판의 여지도 있지만 나는 퓰리처의 매혹적인 생애를 따라가는 이 책에서 매너리즘으로 빠져들다가 정신을 차렸다.

독자들도 격동의 시간에서 어떻게 하찮은 일개 저널리스트가 세계를 바꿔 가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야심 있는 젊은이에게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데니스 브라이언 지음, 김승욱 옮김, 작가정신,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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