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가격차등제 결국 도입…낙농업계 반발로 ‘갈등’

체크Focus / 김시우 / 2021-12-31 14:18:30
“낙농업 지속적 위측 대응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
협의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봉합은 쉽지 않을 듯
농림축산식품부는 낙농산업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원유(原乳)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한다. (사진=김시우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낙농산업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원유(原乳)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한다. <사진=김시우 기자>

정부가 낙농산업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원유에 대해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고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의 의사결정 구조도 손보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낙농산업의 지속적인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으로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생산자 측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갈등 봉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유 가격을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눠 차등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한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현재 원유가격은 용도 구분 없이 쿼터 내 생산·납품하는 원유에 리터당 1100원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권재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용도별로 가격을 차등해 적용하되 음용유는 현재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가공유의 경우 더 싼 가격을 적용할 방침”이라며 “농가 소득이 감소하지 않도록 유업체가 더 많은 물량을 구매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205만톤 수준을 생산해 쿼터 내 201만톤을 리터당 1100원, 쿼터 외는 리터당 100원을 농가가 수취하는 현재 구조를 총 222만톤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음용유(187만톤), 가공유(31만톤), 쿼터 외(4마톤) 각각 리터당 1100원, 900원, 100원 적용 방식의 개편 방향을 수립했다.


개편안이 실행될 경우 우유 생산량이 늘어나 자급률이 현재 48%에서 최대 54%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 20년간 국내 원유 자급률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등 낙농산업이 위축됐는데 이는 소비의 변화를 생산 구조가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국산 원유의 자급률은 2001년 77.3%에서 2020년 48.1%로 낮아졌다.


현재 낙농산업 구조는 원유 쿼터제, 생산비 연동제, 정부의 차액 보전을 주축으로 이뤄졌다.


원유 쿼터제는 젖소 사육 농가가 생산한 원유를 유업체가 전량 사들이도록 해 생산량을 제한하고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지금은 수요량이 쿼터에 미치지 못해도 원윳값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현재 운영되는 쿼터제는 가공유보다 더 비싼 음용유에 맞춰져 있어 국산 가공 유제품이 값싼 수입 가공 유제품과 경쟁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원유 가격을 생산비에만 연동해서 조정하는 ‘생산비 연동제’는 우유가 부족하던 시절 우유 생산을 늘리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음용유 소비가 감소하는데도 원윳값이 떨어지지 않아 시장경제 원리에 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이런 현 구조가 우유 자급률을 낮추고 있다고 보고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다.


여기에 농식품부는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의 이사회 구성을 현재 15명에서 23명을 늘리고 정부, 학계, 소비자, 변호사, 회계사 측 인원을 추가하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또 생산자 측이 반대하면 이사회 개의조차 불가능한 상황을 개편하기 위해 ‘이사의 3분의 2 이상 참석’이라는 개의 조건을 삭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낙농업계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업계는 정부의 낙농진흥회 개선안에 대해서 철회를 요구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생산자 단체는 생산자율권 보장을 위해 생산자 대표조직이 모든 유업체와 가격이나 물량을 협상해 결정하는 MMB(Milk Marketing Board)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생산자 측은 낙농제도 개선 정부안이 유업체에 쿼터삭감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으로 수입산 증가와 자급률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농식품부는 생산자 측을 설득하기 위해 생산비 절감을 위한 조사료 수입쿼터를 늘리고 농가사료 구매자금, 시설 현대화, 낙농가 분뇨처리 지원 등도 확대하기로 했다.


또 국산 가공유를 활용한 프리미엄 제품 개발과 생산자·소비자단체가 문제를 제기한 유제품 유통구조 개선에 대해 내년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권 실장은 “이달 사육 중인 젖소 40만1000마리에 필요한 법적 면적은 430만㎡인데 현재 젖소농장 사육시설 허가면적은 1073만㎡로 증산 여력이 충분하다”며 “정부 제시안대로라면 생산 증가와 함께 농가 소득도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낙농가와 유업체 모두 눈앞의 이익만 보지 말고 20∼30년 후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바람직한 낙농산업에 관해 충분히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토요경제 / 김시우 기자 ks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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