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가장 많이 죽는 장소는 어디인가?”라는 넌센스 퀴즈의 답을 듣고 인식의 틀을 한 겹 벗은 느낌을 받았던 일이 기억난다.
아는 사람이 많겠지만, 퀴즈의 답은 ‘침대 위’이다. 병사나 자연사하는 사람은 물론, 사건 사고로 죽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사건 현장에서의 즉사보다 대부분의 최종적 죽음은 침대 위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네티즌들의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자조적 농담을 떠올려보면, 오히려 가장 위험한 곳은 이불 속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이 이야기들은 모두 숫자와 통계를 가지고 노는 숫자 유희일 뿐이다.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이 “코로나 사망자 중 백신접종자가 과반 이상 더 많아…백신만능주의 청소년·소상공인 백신패스 즉각 철회해야”라는 주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낸 것을 보고 너무 기가 막혀서 꺼내는 이야기다.
보도자료에서 최춘식 의원은 “코로나 백신이 감염과 그 피해를 막는데 효과가 없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며 “백신 만능주의를 근거로 청소년과 소상공인을 옥죄이는 비합리적인 백신패스는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사망자 예방접종력 분포 자료’에 10월 10일부터 12월 4일까지 만 12세 이상 코로나 사망자 1092명 중 50.3%인 549명이 백신을 1차 이상 접종 완료했고 백신 미접종군 사망자 수는 543명(49.7%)으로 오히려 백신 접종자 수(549명)보다 적었다는게 근거다.
국내에서 요양병원, 요양시설 65세 미만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 대상 예방접종이 시작된게 2월이고, 10월에는 마지막까지 미뤄뒀던 소아청소년(16~17세)과 임신부 접종이 시작됐다. 즉, 고연령층은 물론 대부분의 성인 인구집단에 대한 접종이 이미 마무리된 시점이라는 말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10월 11일 0시 기준 18세 이상 인구 대비 1차 접종률은 90.4%였다.
백신을 1차라도 맞은 사람들 중에 코로나에 걸려 사망한 사람과 백신을 전혀 맞지 않고 사망한 사람을 비교하려면, 분자인 사망자 숫자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9대 1에 달하는 분모에도 눈을 돌려야한다.
분자가 거의 비등비등하니까, 분모가 9대1이라는 것은 코로나로 인한 사망 빈도가 백신 접종자에게서 9분의 1로 떨어진다는 러프한 계산이 가능하다.
일부 안티백서들이 논리의 기초로 삼고있는 것으로 보이는 ‘코로나 백신이 코로나를 완벽하게 차단해준다’는 명제를 주장하는 단체나 사람은 없다.
정부당국에서는 백신 접종이 감염률과 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 그리고 사망률을 낮춰준다고 수 없이 설명해왔다. 세계에서 신뢰도 낮기로 유명한 대한민국 언론이 이를 제대로 전했는지는 별개로 치더라도 말이다.
여기까지 읽고 “아 몰라! 수학의 ‘수’만 봐도 지끈지끈하니까 그만 말해”라고 호소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어려운 고등수학, 미적분과 삼각함수 같은 것을 공부하라는 게 아니다. 최소한 사칙연산과 분수의 개념 정도는 알아야 이 험한 세상 살아나갈 수 있지 않겠나.
토요경제 / 김경탁 kkt@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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