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들 ‘ETF’열풍 타고 은행권도 ‘중개매매’시작

유통·소비재 / 문혜원 / 2021-11-25 11:46:33
하나은행 22일 첫 ETF출시..신한은행도 비대면 시스템 구축
라이선스 취득 없어도 증권사와 연계..실시간 조회·추가수수료 ‘0’
<편집=토요경제>

 

그간 증권계의 연금 상품 독점이었던 ETF상품에 대해 올해부터 은행권에서도 매매가 가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들이 ETF에 투자할 수 있는 ‘퇴직연금ETF(Exchange Traded Fund)란 주식의 특성과 성과(스타일)가 유사한 종목군을 묶어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산출된 스타일 지수를 추적하는 상품을 말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지난 22일 ‘퇴직연금 ETF’를 출시한데 이어 신한은행 등 타 은행들이 관련 서비스 확대에 힘쓰고 있다.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ETF'는 하나원큐 앱을 통해 퇴직연금 자산을 ETF, 예금, 펀드 등으로 손쉽게 리밸런싱(Rebalancing)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증권사와 동일하게 ETF 투자 시 발생하는 추가 수수료도 없다.


신한은행의 경우에는 퇴직연금 전산 시스템 측면에서 가장 앞서 준비를 해왔다. 이에 지난 23일 은행권 최초 비대면 신탁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이하 ISA) 신규 가입 서비스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신한은행은 퇴직연금 ETF 출시가 코앞에서 무산된바 있다. 이때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사에서 하는 업무 형태로 신탁 ETF를 라인업에 올릴 수는 없다”는 비조치 의견서를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으로 신탁 ETF매매는 금융위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위에 실시간 ETF 매매가 가능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하지만 금융위는 은행 라이선스로는 고객이 앱 화면에서 직접 수량과 가격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거래해서는 안 되도록 지정하고 있다.


은행도 ETF를 사고팔 수 있지만 실시간 거래가 불가능해 사실상 대응 측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이에 은행들은 퇴직연금 상장지수펀드(ETF) 판매 라이선스가 없는 대신 증권사와 연계해 실시간 ETF 시세를 조회서비스를 제공하고, 매매 주문은 신탁업자인 은행 명의로 증권사에 전송해 처리하는 형태로 하고 있다.


은행들은 “증권사 수준의 실시간 매매는 어려워 거래 체결은 시차를 두고 이뤄지는 지연매매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그간 증권사 계좌 내에서는 ETF를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 팔 수 있는 데 반해, 은행권에서는 ‘신탁’ 방식을 활용할 예정이다.


하나·신한은행 외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전산 구축을 위한 검토를 진행해왔다.


우리은행은 내달 1일부터 비대면으로 IRP에 가입한 고객의 운용관리 수수료 및 자산관리 수수료를 면제하기도 했다. 그간 우리은행은 퇴직금의 경우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 명목으로 각각 0.15%, 0.18~0.2%가량을 받았다.


개인부담금에 대해서는 운용관리 수수료로 0.02%, 자산관리 수수료로 0.18~0.2%를 부과했는데, 앞으로는 이러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우리은행은 새로 가입하는 고객뿐 아니라 이전에 IRP를 비대면으로 가입한 사람에게도 향후 수수료를 떼지 않기로 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ETF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최근 증시 냉각에 의한 기존 퇴직연금(DC·IRP) 가입자들이 ‘ETF’퇴직연금시장에 눈길을 돌리면서 은행에서 증권사로 넘어오는 ‘연금 무브’가 거세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56조원가량으로 지난해 말 대비 7% 넘게 증가했다. 퇴직연금 적립액은 아직까진 은행이 135조원으로 퇴직연금 시장의 절반 이상 점유율을 유지하며 월등히 높지만, 증권사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은행에서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한 고객은 대부분 예·적금으로 연금을 굴리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주로 가입한다. 이러한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장기)은 저금리 기조 지속에 따라 1~3%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증권사에 퇴직연금 계좌를 보유한 고객은 주로 실적배당형(원리금비보장형)에 가입하는 탓에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은행들은 초고령화시대에 맞게 신탁상품에 공을 들여왔던 중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수수료 무료를 내걸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탓에 은행권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ETF 투자 열풍으로 은행의 퇴직연금 가입자가 증권사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maya4you@naver.com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혜원
문혜원 안녕하세요. '토요경제' 문혜원 입니다.
기자 페이지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2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3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

    4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논의가 주관사 경쟁 단계로 구체화됐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의 성장 기대가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는 솔리다임 단독 실적과 수익성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달려 있다.27일 로이터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들과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5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멕시코 국빈방문에서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재개를 공식 제안했다.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1억달러 규모 정책금융과 원유·핵심자원 협의 채널도 새로 마련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560여 한국 기업에는 북미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이 넓어진 셈이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결과가 향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