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금융위기 이후 최고점 찍은 환율...1400원대 위협, 이대로 둘건가?

체크Focus / 장학진 기자 / 2022-09-02 19:25:47
13년여만에 1362.6원, 초강세 지속
물가상승·증시부진 등 경제 심각한 악영향 불가피
2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주가 및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달러의 초강세 현상이 갈수록 힘을 받는 듯한 양상이다. 사상 유례 없는 달러 초강세 속에 세계 각국의 화폐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치솟는 환율에 세계 각국의 경제에 빨간등이 켜졌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달러 강세 앞에 원화 가치가 추락하며,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2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7.7원 오른 1362.6원에 거래를 마쳤다. 13년4개월여 만에 1360원 벽을 넘어선 것이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4월1일 1379.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세계 금융시장을 초토화했던 2009년 금융위기를 소환할 정도로 최근의 환율 상황은 전시를 방불케 한다.

1400원대 환율 현실화하나
환율은 이제 설마설마했던 1400원대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물론 당장에 1400원대를 뚫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수개월 째 원달러 환율이 등락을 거듭하며 우상향 곡선을 그려나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중에 마의 1400원대 벽을 넘어설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일부 외환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환율 1400원대 시대가 머지않아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경제부처 수장인 추경호 부총리가 환율 급등이 지속될 경우 구두 개입을 선언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환율 급등의 주요인인 강달러 현상이 멈추지 않는 한 환율은 앞으로도 상승세를 계속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만큼 전망이 어둡다.


달러화 가치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주 잭슨홀미팅 연설에서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적 메시지를 던진 이후 더 치솟고 있다.

파월의 '매파적 메시지'가 강달러 부추겨
연준이 당분간 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절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내비치자, 주춤했던 달러가치가 다시 고개를 뻣뻣이 들고 치솟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의 강달러의 불길을 막을 '소방수'가 없다는 점이다. 유로화나 엔화 등이 달러화를 견제할만한 힘을 전혀 내지 못하면서 달러 쏠림 현상이 가속화, 환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며 대대적인 순매도에 나서고 있는 것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마치 환율 상승에 기름을 붓고 있는 셈이다.


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20포인트(0.26%) 내린 2409.41에 장을 마쳤다. 이날 외국인은 1733억원 가량을 순매도 했다. 코스닥도 1369억원을 팔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는 한 당분간 환율은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1차 저항선을 1365∼1380원대로 보고 있다.


만약 1차 지지선이 무너지면 시장 불안은 더욱 고조되고 결국 1400원대까지 수직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올해 고점을 1365원 정도로 봤는데 시장에서 경계심리가 고조되면 오버슈팅(단기 급등)이 나올 수 있다"며 "1400원까지도 갈 수는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환율이 1400원대 벽을 넘어선다면 우리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증시를 필두로 금융 시장이 크게 요동을 칠 것이 뻔하다.


외국 자본의 '탈 코리아'를 더욱 부채질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금융계 일각에서 지금은 외환위기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외환당국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전혀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자신하지만, 환율 급등으로 불안감이 커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마치 썰물처럼 외국자본이 빠져나간다면 삽시간에 외한보유고가 위험수위에 달할 것으로 우려된다. 


환율 급등으로 수입물가가 폭등하는 것도 큰 문제다.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물가에 환율이란 강력한 변수가 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6%대의 상승률이 5%대로 주저앉으며 둔화기미를 보이고 있는 물가가 수입물가의 상승으로 다시 6%로 올라설 수 있다는 의미이다.

환율, 시장 논리에 맡겨둬선 곤란
더욱이 수출에 비해 수입이 계속 급증세를 보이면서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것도 쉽게 넘길 사안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6.6% 늘어난 데 반해 수입은 28.2% 급증했다. 무역적자 규모만도 94억7천만달러에 달하는 역대급이다. 이같은 적자규모는 무역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6년 이래 66년 만의 최고 기록이다.


환율의 상승은 수출 보다는 수입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이런 점에서 1400원대 환율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은 쉽게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무역 적자의 폭이 커지면 달러의 수급 시스템 상 결국 달러 수요를 더 야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역적자가 결국 환율을 밀어 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1400원대를 위협할 정도로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현재의 원달러 환율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환율의 흐름을 감안할 때 결코 시장 논리에 맡겨둬선 곤란하다"며 "외환당국이 향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기 전에 달러를 풀던 지, 뭔가 특단의 조치를 마련할 때가 됐다"라고 강조한다.

 

토요경제 /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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