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넥슨 인수설] 이재명 정부, '게임 주권' 지킬 수 있을까

IT·플랫폼 / 최영준 / 2025-06-17 06:24:39
게임산업 주권 흔들릴까…中 자본의 ‘K-게임 침투’ 다시 도마 위
정부, ‘게임은 문화’라더니…국민 IP 외국에 넘어갈 위기
지분 매각은 유족의 선택…공정위·문체부 대응 시험대
▲ 넥슨 판교 사옥 <사진=넥슨>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중국 최대 IT기업 텐센트가 한국 게임업계의 대표주자인 넥슨 인수에 나섰다는 관측이 다시 제기되며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고(故) 김정주 전 대표 유족이 보유한 넥슨의 지주사 NXC 지분에 대해 텐센트가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외신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텐센트가 약 150억달러(한화 약 20조원) 규모의 넥슨 지분 인수를 타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된 넥슨(Nexon Ltd)의 대주주인 NXC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김정주 전 대표가 2022년 사망한 뒤 유족 측이 NXC 지분을 신탁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거래가 진행된다면 넥슨의 경영권 자체가 변경되는 구조다.

넥슨은 현재 NXC가 지분 47.98%를 보유한 사실상의 지배구조 체제를 갖추고 있다. NXC는 비상장사로, 보유 지분의 유동화 수단은 사실상 ‘통째로 파는 것’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유족이 넥슨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있는 만큼, 유동성 확보를 위한 구조 재편이 재차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인수설은 2019년 김정주 전 대표가 실제로 NXC 지분을 매각하려 했던 과거 사례와도 맞물린다. 

 

당시 인수 후보로는 넷마블, 카카오, 텐센트, MBK파트너스, KKR 등이 거론됐고, 텐센트 역시 유력한 인수 주체로 검토됐으나, 최종적으로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매각이 무산되며 일단락됐지만, 김정주 전 대표의 사망 이후 유족 경영 포기설이 이어지면서 다시 ‘매물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보도 직후 넥슨게임즈 등 넥슨 계열 상장사의 주가는 급등했으며, 업계 관계자들은 “김정주 유족이 직접 경영하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지분 정리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

텐센트의 인수 시도가 현실화될 경우, 넥슨의 조직과 산업 구조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텐센트가 NXC를 인수하면 넥슨의 간접지배권을 확보하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중국 퍼블리싱 권한을 넘어 실질적인 사업 통제가 가능해진다. 현재 텐센트는 넥슨의 대표작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서비스 권리를 보유하고 있어, 양사 간 IP 활용도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과거 라이엇게임즈나 슈퍼셀처럼 텐센트가 인수 이후에도 자율 경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넥슨은 지배지분 인수라는 점에서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일부에서는 “김정욱 대표 체제를 유지하되 전략 수립 권한 일부가 텐센트로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규제 리스크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비롯해, 중국 자본의 콘텐츠 기업 인수를 둘러싼 국내 여론도 변수다. 특히 메이플스토리, 바람의나라 등 국민 게임에 대한 ‘중국화’ 우려가 불거질 경우 정치권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도 변수 중 하나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게임을 “질병이 아닌 문화”로 규정하고, 산업 지원과 규제 완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왔다.

특히 게임을 수출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으며, ‘게임 주권’과 ‘콘텐츠 자율성’을 강조해온 만큼, 이번 인수설은 정부의 게임 산업 기조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뿐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 정치권의 입장도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실제 업계 일부에서는 “2019년과 같은 인수 무산 가능성도 여전하다”고 말한다. 당시에도 조건·가격·정책 부담으로 최종 매각이 불발됐고, 이번 역시 구체적 제안서 제출 여부나 NXC 유족의 의중에 따라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텐센트의 인수 제안이 현실화된다면, 넥슨은 창립 30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계 자본에 편입되며 경영 주체가 바뀌게 된다. 

 

한편에서는 글로벌 플랫폼과 결합한 넥슨의 확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게임 한류’의 상징적 기업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것에 대한 경계의 시선도 짙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이 돈을 잘 버는 기업이지만, 창업자 유고 이후 유족의 선택에 따라 기업 구조는 언제든 재편될 수 있다”며 “이번 보도는 단기 이슈를 넘어 한국 게임산업의 지배구조 전환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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