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발 기후 이탈, 한국 조선업에는 위기일까 기회일까

산업 / 이강민 / 2026-01-13 09:16:56
단기적으로는 LNG선 수요 확대, 장기적으론 차세대 연료 전환 압박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 기후 체제 이탈로 글로벌 해운 규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LNG 운반선 중심의 한국 조선업이 단기 수혜와 중장기 기술 전환이라는 두 갈림길에 서 있다.
 

▲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한 초대형 LNG 운반선/HD한국조선해양


13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일 UN 산하 기구를 포함한 66개 국제기구·협약에서의 탈퇴를 공식화했다. 탈퇴 대상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등 핵심 기후 관련 체제가 포함돼 미국이 기후 협상판에서 사실상 발을 빼는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성은 조선 산업에 즉각적인 파급을 낳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최근 영국 런던에서 선박 온실가스 규제 강화와 탄소배출 부담금 도입 등을 포함하는 ‘넷제로 프레임워크’ 채택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 안에 강하게 반대하며 일부 회원국을 압박하는 등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고 그 여파로 IMO 내의 관련 논의 일정이 원래 계획보다 약 1년 가량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규제 시행 시기가 불확실해지면서 선주들이 고가의 친환경 선박 투자 결정을 미루고 관망하는 경향이 커질 가능성이 생겼다. 


그럼에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만 놓고 보면 단기적으로는 한국 조선사에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글로벌 LNG 수요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가교 연료’ 역할을 지속하며 중장기 증가세가 예상된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Shell)은 2040년까지 전 세계 LNG 수요가 약 6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화석연료 친화 정책을 강화할 경우 LNG 생산·수출 확대가 가속화되고 이에 따라 LNG 운반선 수요도 일정 수준 지지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조선 ‘빅3’로 불리는 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은 고부가가치 LNG 운반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고히 유지해 왔다. 실제로 이들 조선사의 수주잔고와 매출 구조는 가스선 비중이 높게 형성돼 있다.

2024년 기준 HD현대중공업의 LNG 운반선 관련 매출은 약 10조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되며 한화오션 역시 60% 안팎이 LNG선에서 발생했다. 삼성중공업도 LNG선 매출 비중이 약 45% 수준으로 분석된다. 이는 글로벌 LNG 운반선 시장에서 한국 조선사들의 기술·신뢰도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선가도 높은 수준이다. 2024년 기준 17만4000㎥급 LNG 운반선 신조선가가 약 2억6300만달러로 2022년 대량발주 당시 평균보다 크게 오른 수준이다.

규제가 느슨해질수록 암모니아·수소 등 무탄소 연료 전환 대신 상대적으로 성숙한 LNG 추진 및 LNG 운송 인프라에 주문이 더 머물 수 있다는 점은 한국 조선사 실적의 단기 변동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물론 변수도 있다. 바로 규제가 완전 후퇴가 아닌 지역별 분절로 흘러갈 가능성이다. 국제 규범이 약해져도 유럽 등은 별도 규제를 강화하는 흐름을 유지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선박 발주는 고스펙 저탄소 선박을 운항하는 규제가 강한 항로와 기존 선박을 장기 운항하는 규제 약한 항로로 양극화될 수 있다.

LNG 선박 이후 기술 전환의 충격도 변수다. 기후 거버넌스가 흔들려 규제가 지연되더라도 기후 리스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IMO 규제 지연 이후에도 더 강한 감축 압력이 재등장할 수 있고 2040년 무렵에는 LNG 추진선조차도 낙후 기술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한국 조선업은 LNG선 호황을 ‘현금흐름’으로 활용하되 암모니아·메탄올·수소 등 차세대 연료 추진 기술과 연료공급(벙커링) 생태계, 안전 규격·인증 대응 능력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LNG선 호황으로 확보되는 현금흐름은 향후 기술 전환을 준비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라며 “규제 완화 국면에 안주하기보다 암모니아·메탄올·수소 등 차세대 연료 추진 기술과 연료공급 인프라, 국제 안전 기준 대응 역량을 선제적으로 키워야 중장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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