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불의 30년 리움미술관서 ‘대규모 서베이’ 열려

문화·라이프 / 마리아김 칼럼니스트 / 2025-09-15 18:31:45

조각에서 드로잉까지 폭넓은 조형 언어를 탐구해온 세계적 작가 이불의 작품세계를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특별 전 ‘이불: 1998년 이후’가 현재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약 30여년 간 이어온 작가의 조각, 대형 설치, 평면, 드로잉, 모형 등 대표작과 신작 150여 점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 이불 작 [마리아 김]

 

이불은 1980년대 후반 한국 사회정치적 상황과 맞물린 급진적 퍼포먼스와 소프트 조각으로 등장해, 신체와 사회, 인간과 기술, 문명과 권력 구조의 문제를 집요하게 탐구해 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사이보그’, ‘아나그램’, ‘노래방’ 연작으로 국제 무대의 주목을 받았다. 2000년대에는 근대의 유토피아적 비전을 탐구하는 설치 연작 ‘몽그랑레시’로 작업 세계를 확장했다. 2010년대 이후에는 자개, 벨벳 등 새로운 재료를 활용한 회화 작업으로 표현의 영역과 실험의 폭을 넓혔다.

 

▲ 이불 작 [마리아 김]

 

전시장은 작가의 상징적 작품들이 공간마다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입구 슬로프에는 길이 17m의 은빛 비행선 〈취약할 의향–메탈라이즈드 벌룬〉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기술 진보에 대한 열망과 좌절을 동시에 상징한다. 같은 공간에 설치된 〈롱 테일 헤일로: CTCS #1〉은 2024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파사드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된 조각이다.

▲ 이불 작 [마리아 김]

 

블랙박스 공간에서는 거대한 거울 설치작 〈태양의 도시 II〉가 관람객을 미로 같은 반사 세계로 끌어들인다. 이곳에는 〈사이보그 W6〉, 〈무제(아나그램 레더 #11 T.O.T.)〉,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 I〉, 근대 건축의 이상을 차용한 〈오바드〉가 함께 전시돼, 시간과 공간, 과거와 미래가 중첩된 풍경을 만든다. 지하 전시장에서는 폐허와 건설 현장을 오가는 듯한 풍경 속에서 작가 특유의 불안과 긴장감이 고조된다.

 

▲ 이불 작 [마리아 김]

 

이불은 전시에 대해 “시간의 순서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가 뒤섞인 풍경으로 풀어냈다.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의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따라붙은 ‘여전사’와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나를 규정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제게 중요하지 않다. 관심사와 삶의 맥락에서 나온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리움 곽준영 전시기획실장은 “이번 전시는 이불을 바라보던 기존 시각을 넘어, 미술·건축·문학·사회 이론과 철학을 넘나드는 폭넓은 사유와 작품 세계를 체험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9월 27일에는 이불 작가가 직접 주요 작업을 설명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열리며, 10월에는 곽준영 기획실장의 큐레이터 토크가 진행된다. 11월에는 〈몽그랑레시〉 연작을 철학·건축·미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강연도 예정돼 있다.

이 전시는 내년 1월 4일까지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뒤, 홍콩 M+를 시작으로 유럽과 캐나다 등 해외 주요 기관으로 순회한다.

 

토요경제 / 마리아김 칼럼니스트 kimjjyy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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