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문화산책] 강현애, 기도가 된 빛…칼리파갤러리 ‘The Blessing’

마리아의문화산책 / 마리아김 칼럼니스트 / 2026-08-22 11:25:07
재미 작가 강현애 개인전…단색화 수행성에 기독교적 영성 더해

재미 작가 강현애(HyunAe Kang)의 화면은 빛을 쌓아 올린 자리처럼 보인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색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수없이 덧입힌 붓질과 재료의 결, 지워졌다 다시 올라온 흔적이 드러난다. 빛은 표면에 머물지 않고 안쪽에서 번져 나온다. 그림은 조용하지만 비어 있지 않다.

칼리파갤러리(대표 손경란)가 강현애 개인전 'The Blessing'을 연다. 이번 전시는 한국 단색화의 수행성을 독창적인 마티에르(matière)와 신앙의 감각으로 확장해온 작가의 최근 회화를 선보인다.
 

▲ 강현애 HyunAe Kang, Alo, 160x160cm, Mixed Media, 2025 [칼리파갤러리]

 

작가에게 회화는 대상을 재현하거나 설명하는 일이 아니다. 붓질을 반복하고 재료를 쌓은 뒤 지우고 다시 덧입힌다. 이러한 작업 과정은 하나의 명상이자 기도에 가깝다.

기독교 신자인 강현애에게 빛은 단순한 조형 요소에 그치지 않는다. 성경에서 비롯된 빛의 상징과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한 믿음, 오랜 시간 끝에 찾아오는 평온이 화면에 겹친다. 그러나 십자가나 인물 같은 종교적 도상을 직접 내세우지는 않는다. 물감과 재료를 쌓아 만든 화면 자체로 기도의 감각을 드러낸다.

대표작 'Alo'는 주황과 금빛, 푸른 기운이 촘촘하게 얽힌 2025년작이다. 첫눈에는 뜨거운 빛의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화면은 하나의 색으로 닫혀 있지 않다. 작은 획들이 서로 밀고 당기며 번지고 그 사이로 푸른 기운이 스며든다. 금빛과 주황의 열기 사이로 푸른색이 들어오면서 화면에 긴장과 균형을 만든다.

'Alo'가 뜨거운 빛을 보여준다면 같은 해 제작한 'Nimbus'는 푸른빛을 중심에 둔다. ‘후광’을 뜻하는 제목처럼 중앙의 푸른 기운이 바깥으로 번져 나간다. 중심부의 차가운 푸른색을 가장자리의 색들이 감싸면서 화면에 깊이를 만든다.

강현애의 화면에서는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색면 회화를 떠올릴 수 있다. 로스코가 색의 관계와 경계를 통해 깊은 정서적 공간을 만들었다면 강현애는 색과 물질, 반복된 손의 시간을 화면에 축적한다. 아그네스 마틴(Agnes Martin)의 반복적인 작업과도 접점을 찾을 수 있지만 강현애의 화면은 훨씬 촉각적이다.

조각을 전공한 이력도 화면에서 드러난다. 색은 얇은 평면에 머물지 않고 재료와 함께 겹겹이 쌓인다. 이 때문에 그의 회화는 보는 위치와 빛에 따라 표면이 달라 보이며 때로는 얇은 부조처럼 다가온다. 한국 단색화에서 이어지는 반복과 수행의 태도에 물성과 기독교적 영성을 결합한 것이 강현애 작업의 특징이다.
 

▲ 강현애 Hyunae Kang, Nimbus, 160x160 cm), Mixed Media, 2025 [칼리파갤러리]

 

전시 제목 'The Blessing'의 ‘축복’ 역시 작품과 맞닿아 있다. 한 겹을 올리고 지운 뒤 다시 덧입히는 시간을 거쳐 화면이 만들어진다. 작가가 쌓는 것은 물감과 재료만이 아니다. 반복된 노동과 시간, 기도와 침묵이 화면에 함께 축적된다.

강현애는 이화여자대학교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뮤제오 박물관(Muzeo Museum),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사랑의교회 등에 소장돼 있으며 미국과 유럽 등 국내외 전시와 아트페어에 참여해왔다.

강현애 개인전 'The Blessing'은 이달 28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칼리파갤러리에서 열린다. 관람 시간은 화요일부터 토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토요경제 / 마리아김 문화전문기자 kimjjyy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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